[더오래]이젠 재택치료자까지..위드코로나로 전운 도는 응급실

조용수 2021. 10.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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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82)


코로나19도 벌써 2년. 다행히 외국처럼 응급실이 터져나간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참고 희생하며 버텨내 준 국민들 덕분이다. 누구 하나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응급실 의사로서 모두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특히 고마운 이들이 있다. 방역 일선에서 고생한 분들이다. 보건소, 공무원, 소방, 선별진료소, 코로나 전담병원 의료진 등등. 이제는 시들해진 ‘덕분에’ 챌린지를 한 번 더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히 감사한 분이 있다. 지난 2년간 그야말로 궂은 비를 모조리 몸으로 때운 이들이다. 방역정책이 변할 때마다 등이 휘어지라 버텨냈던 이들이다. 그렇지만 코로나를 직접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이들이다. 나는 오늘 그들에게 반드시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그들의 서운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 그들의 고생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픈 사람이 카페에 못 가는 건 괜찮지만 병원에 못 가는 건 심각한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병원에서 열나는 환자를 받지 않았다. 코로나 위험이 있는 자를 내부로 들이는 곳은 없었다. [중앙포토]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다. 빙하기가 찾아왔다. 온 사회가 꽁꽁 얼어붙었다. 밤 10시면 거리에 불빛이 사라졌다. 낮에도 무한정 자유롭진 않다. 식당도 카페도 어디나 출입이 제한된다. 발열 체크를 하고 본인 인증을 해야 출입이 허락된다. 코로나 위험이 있는 자를 내부로 들이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다수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니까. 심지어 병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은 환자가 소외됐다. 열나고 아픈 사람이 카페에 못 가는 건 괜찮다. 하지만 병원에 못 가는 건? 심각한 문제다. 사소한 감기부터 패혈증까지. 대부분의 병원에서 열나는 환자는 받지 않는다. 당연하다. 병원도 식당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영업장일 뿐이니까. 의사라고 코로나에 특별한 면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병원엔 몸 약한 환자가 많은데, 의사는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 코로나란 감염으로부터.

그렇다면 그 많은 발열 환자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집에서 참아야 했다. 약국조차 받아주지 않으니, 가족이 구해준 해열제를 먹으며 스스로 병을 이겨내야 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안 되겠다 싶으면 응급실을 찾았다. 유일한 동아줄을 잡으러. 하지만 그 응급실조차 감염에 자유롭지 못했다. 대다수 응급실 또한 열 나는 환자를 거부했다. 응급실도 코로나가 나오면 폐쇄되긴 마찬가지니까.

결국 발열 환자가 갈 수 있는 곳은? 격리실이 갖추어진, 주위에서 가장 큰 응급실뿐이었다. 별거 아닌 감기마저. 심정지 같은 중증환자를 주로 보던 큰 응급실에 경증환자까지 들이닥치게 되었다. 아수라장이 일었다. 명품샵도 아닌데 환자들이 문 앞에 줄지어 섰다. 환자를 받아달라는 문의는 종일 끊이지 않았다. 전화기를 내려놓을 틈도 없었다.

설상가상. 올봄부터는 새로운 문제가 추가됐다.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응급실로 밀려들었다. 발열과 마찬가지였다. 백신 부작용도 쉬이 진료해주는 병원이 없었다. 증상과 치료가 워낙 모호했고 행정처리나 책임 문제로 시비가 잦았다. 그 때문에 대다수 의사가 손사래를 쳤다. 그 결과 경미한 백신 부작용만 있어도 몽땅 응급실로 몰려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피눈물이 났다. 몸이 두 개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전우가 하나씩 쓰러져갔다. 사표만 두고. 남은 자는 곱절로 힘들어졌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면 확진자도 집에서 치료하게 된다. 확진자가 집에 있는 동안 다른 병이 나면 병원에서는 받아주기 힘들다. 응급실에 또 한번의 고비가 찾아올지 모른다. [사진 Frederic Koberl on Unsplash]


이제 위드코로나를 준비 중이다. 확진자도 집에서 치료하게 된단다. 진작 했어야 할 조치긴 하다. 하지만 걱정이 많다. 집에 있는 동안 발목을 접질리는 일도 있고 배탈이 나기도 할 텐데, 그런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도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도 자가 격리자가 아프면 모두 응급실로 보내지고 있는데, 자가 격리자도 안 받던 병원이 (그보다 심한) 확진자를 받아줄 리 만무하다. 그 때문에 몇몇 응급실은 또 한 번 고비가 찾아올 예정이다. 발열 환자, 백신 부작용자에 더해 이제 재택 치료자까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코로나 기간 수많은 환자가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응급실내의 어떤 환자군도 치사율이 더 오르지 않았다. 기적 같은 결과다. 우리가 몸으로 때워 얻어낸 값진 성과다. 뼈를 갈고 혼을 갈아 환자를 지켜냈다. 생명을 지켜냈다. 분명 앞으로도 별반 도움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버티라고만 할 테지. 지쳤다. 그렇지만 새벽은 어김없이 또 찾아든다. 이번엔 위드 코로나다. 쉬고 싶다. 정말로.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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