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없애겠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 선언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21. 10. 18. 09:44 수정 2024. 1. 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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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 합법인 스페인에 성매매 여성 30만명...산체스 “매춘이 여성을 노예화한다”
17일 사회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EPA 연합뉴스

매춘이 합법화돼 있는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성매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히자 스페인 일각에서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는 이날 동부 도시 발렌시아에서 열린 집권 사회당 전당대회가 끝난 후 “매춘이 여성을 노예화한다”며 성매매 금지 의사를 밝혔다.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은 원래 성매매가 불법이었지만 1995년 합법화됐다. 이후 매춘에 대한 규제가 없다. 공공장소에서 성매매를 하거나 브로커가 강제로 성매매를 주선하는 경우는 불법이지만, 자유 의지에 의해 돈을 받고 몸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없다.

유엔은 2016년 기준으로 스페인의 성(性) 산업 규모가 37억유로(약 5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휴가차 스페인을 방문한 영국인이나 독일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춘이 활발한 편이다. 스페인의 성매매 여성은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남미 출신 여성들이 스페인으로 이주해 몸을 파는 사례가 제법 있다.

산체스 총리와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은 2019년 성매매를 다시 불법화해서 매춘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여성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사회당은 매춘에 대해 “가난한 여성들에 대한 잔인한 행위이자 여성에 대한 최악의 폭력 중 하나”라고 했다. 이후 2년간 구체적인 법안 발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가 이날 산체스 총리가 매춘 불법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우파 진영을 비롯해 스페인 사회 일각에서는 성매매를 계속 합법으로 남겨놓아야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인간의 자유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몸 파는 일을 못하게 된 여성들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성매매 산업의 규모가 크고 생계가 달려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면 사회 전반에 경제적 타격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매매 금지에 반대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체스 총리가 다시 매춘 금지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것이 작용한다고 BBC는 보도했다.

유럽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정치 세력의 무게 추가 우파에서 좌파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체로 성매매에 대해 좌파는 금지, 우파는 허용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엘파이스는 “산체스 정권이 최근 좌파 색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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