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으로 똘똘 뭉쳐 미움받기 쉽지만, 뺨 맞고도 토론하는 정면돌파 쿨가이

박세희 기자 입력 2021. 10. 18. 10:10 수정 2021. 10. 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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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클래스

- EU 지도자 꿈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내년 6개월간 순회의장직 수행

4월 대선서 재선 도전 등 시험대

유럽의 지도자로 우뚝설지 주목

부르주아 출신으로 ‘오만’ 결점

서민층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

6월 따귀 맞고 9월엔 계란 봉변

산책길에 시위대 만나서도 논쟁

자신에 대한 혐오도 쿨하게 인정

의사였던 부모님보다 교장 선생님이었던 할머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그. 5세 때부터 할머니가 읽어준 몰리에르와 장 라신,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작품들을 접해온 그. ‘조숙하다’는 말을 들어온 그는 16세에 연극 선생님과 사랑에 빠졌고 39세에 일국의 대통령이 됐다. 하루 수면 시간은 단 4시간. 하루 동안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하며 빠르게 성장해온 그가 이제는 유럽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이야기다. 다수의 유럽, 미국 언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퇴임 후 마크롱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투자은행원 출신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2017년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가 메르켈 총리의 자리를 이어받아 유럽의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EU 의장직 성공 여부와 재선 여부가 관건” = 마크롱 대통령은 이전부터 유럽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왔다. 특히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이 중국 견제 등 아시아에 집중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유럽은 스스로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최근 미국이 영국, 호주와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하면서 이 같은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미국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 채택 이후 아시아, 미국 기업들로부터 유럽 기업을 보호하자는 그의 주장을 여러 유럽 국가가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은 18일 복수의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발트해 연안 국가의 한 외교관은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은 급진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주장 중 몇 가지는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영구히 손상하고자 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며 “메르켈 총리가 떠난 공백에도 ‘마크롱 시대’가 탄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한 외교관은 “마크롱 대통령이 혼자 유럽을 이끌 순 없을 것”이라며 “메르켈 총리는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존중했고 모든 사람의 말을 경청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특유의 ‘무티(엄마) 리더십’ 외 독일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꼽힌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협회장은 “총리가 누구든 독일은 여전히 중국과의 무역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며 “중국을 어떻게 다루느냐부터 기술 전쟁,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큰 이슈들에 있어 다른 나라들보다 독일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의 유럽 지도자 역할의 성공 여부는 내년 1월부터 그가 맡게 되는 6개월간의 유럽연합(EU) 순회 의장직 수행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재선하느냐도 관건이다.

◇마크롱은 ‘미움받기 쉬운 사람’… 리더십 핵심은 ‘정면돌파’ = 파이낸셜타임스(FT)의 파리 지국장 빅터 맬릿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미움받기 쉬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취임 직후 부유세를 축소 개편하고 법인세를 인하한 그는 좌파 및 일반 시민들로부터는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조롱받았고 우파로부터는 이민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많은 사람이 결점으로 꼽는 마크롱 대통령의 특징 중 하나는 ‘오만’.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마크롱 대통령은 ‘강의’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를 사랑하긴 힘들다. 하지만 사랑과 존경은 별개로, 그를 존경할 순 있다”고 말했다. 부르주아 출신의 마크롱 대통령은 그가 일반 시민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그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일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정원사에게 “일할 의지나 의욕만 있다면 어디든 일자리가 있다. 내가 가는 호텔과 카페, 레스토랑 어디든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그는 지난 6월 야외 행사에서 시민에게 따귀를 맞았고 지난달에는 계란 봉변을 당했다.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시민들과 만남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계란을 맞은 뒤 그는 “할 말이 있으면 이리 오도록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귀를 맞아도, 계란을 맞아도 시민들과 만나 논쟁하며 ‘정면돌파’하는 것은 마크롱 리더십의 핵심이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보건 종사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발표했다. 또 실내 다중이용시설에 들어가는 사람은 백신을 접종했다는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자유’의 민족 프랑스에서 이는 거센 반발을 샀고 12만 명이 넘는 시민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덕분에 4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처음 백신을 접종했다고 FT는 전했다. 150만 명이 거리에 나서 반대한 연금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전에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일어난 노란 조끼 시위, 연금 수령액을 줄이는 연금개혁 등에 대한 그의 대응책은 시민들과의 직접 토론이었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민 500명과 200분 동안 쉼 없이 스탠딩 토론을 벌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맬릿은 “마크롱 대통령은 시민들과 만나고 싶어 하고 논쟁하고 싶어 한다. 뺨을 맞아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려 열심이다”라고 했다. 심지어 그는 부인과 함께 산책하다가 시위대를 만나자 피하지 않고 “고함치지 말고 냉정히 말하라”고 한 뒤 논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왜 사람들이 당신을 싫어하는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분열된 국가를 하나로 단합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하면서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분노와 증오, 그리고 배짱을 가진 나라다”라고 자신에 대한 혐오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꽤 ‘쿨’한 대답을 내놨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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