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개발공사 '이상한 안내문' 작성 과정도 논란

입력 2021. 10.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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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명의자 "경개공이 써준 것" 경개공 "불러준 내용 적어 보내"..특정 메일주소 의혹도 증폭

[김병찬 기자(design8517@naver.com)]
경남개발공사가 공영개발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편입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낸 개인정보 제공 안내문을 둘러싼 논란<프레시안 10월 13일자>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발송된 안내문의 명의자인 ‘가칭 함안군북일반산업단지 대책위원장’은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 경남개발공사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남개발공사는 대책위원장인 A 씨가 불러준 내용을 받아 적어 대신 보내준 것이라고 맞섰다.

경남도 산하 공기업이 시행하는 사업을 둘러싸고 불공정 경쟁 조장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 등으로까지 번진 ‘이상한 안내문’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경남개발공사가 발송한 편입토지 소유자 개인정보 제공 요청 안내문 논란이 확대되며 제도적 보완과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프레시안(김병찬)

아무도 직접 만들지 않은 안내문?

A 씨는 지난 1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내문을 내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남개발공사의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A 씨는 “안내문을 먼저 제안한 것은 경남개발공사이다”면서 “이후에 안내문도 만들어 왔고, 개인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내용에 첨부해서 토지 소유주들에게) 해주겠다(보내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편입 토지 소유자들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경남개발공사는 불가 통보를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이유였고, A 씨는 공개청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난 이후 뜻하지 않게 경남개발공사 보상사업팀이 직접 찾아왔고 이미 만들어온 안내문을 보여주며 동의를 구했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때 퇴짜를 맞았던 A 씨로서는 굳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사업 반대대책위인데 ‘반대’도 빠져”

A 씨의 주장 가운데 특이한 것은, 그가 함안군북산단 조성을 ‘반대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남개발공사 측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처음(7월 5일)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은 토지 소유자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 싶어서였다”며 “내가 ‘반대추진위원장’이니까 반대를 해보자고 해서 명단을 받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편입 토지를 소유한 현지 거주 주민들을 중심으로 산단조성을 반대하기 위해 우호적 성향의 소유주들을 규합하려 했고, 개인정보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안내문을 만들어 가져왔을 때는 대충 본 뒤 그렇게 해서 보내면 되겠다고 했다”며 “나중에 보니까 ‘반대’를 빼버리고 ‘대책위’로 해서 보낸 걸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불러준 것 적어…반대대책위? 그럼 해줄 이유 없어”

경남개발공사는 A 씨와는 다른 주장이다. 하지만 처음 보도가 나가기 전 취재 때와는 다른 사실도 털어놓았다.

이번 논란과 직접 관련된 경남개발공사 보상사업팀은 문제가 된 안내문에 대해 A 씨가 직접 불러준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A 씨의 주장처럼 경남개발공사 측이 알아서 만들어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만, 안내문을 보내자는 제안은 먼저 했다고 털어놨다. 이 부분은 A 씨의 주장을 수긍했다.

보상사업팀 업무담당은 “정보공개청구 불가 통보 이후 현장 물건조사기간에 (A 씨의) 집을 직접 찾아갔다”며 “불가 이유에 대해 다시 설명을 했고, 그 대신에 안내장을 보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랬더니 (A 씨가) 내용을 불러줄 테니 (경남개발공사 측이) 대신 작성해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다”고 했다.

업무담당은 “대책위원장이 자신은 컴퓨터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불러주는 내용을 우리가 받아 적었다”며 “이후 인쇄한 안내문을 (A 씨에게) 직접 보여주고 내용 확인을 거쳐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반대대책위원장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업무담당은 “사업계획이 승인 고시된 지난 3월 이후부터 4월 정도까지는 반대대책위원장이었던 게 맞다”며 “이후 직함이 ‘추진대책위원장’으로 불려 입장이 바뀐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불러준) 안내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직 대책위가 꾸려진 것이 아니니 ‘가칭’을 넣어 ‘가칭 함안군북일반산업단지 대책위원장’이라고 하자고 어드바이스를 했고, 받아들여져서 그렇게 작성해 본인 동의를 얻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자신이(A 씨가) 불러주고 동의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업보상팀 팀장도 “만약 이번 사업을 반대하는 대책위였다면 우리(경남개발공사)가 그런 안내문을 대신 써주거나 발송해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정 메일주소 의혹도 여전

경남개발공사와 A 씨는 안내문 문구를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남개발공사는 안내문에 특정 감정평가법인 대표의 이메일 주소가 포함돼 발송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불공정 경쟁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의 핵심은 이 특정 이메일 주소에 있기 때문이다.

A 씨 또한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그의 주장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정보공개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경남개발공사 측에서 안내문을 만들어줄 테니 이메일 주소를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은 70대로 나이도 많아 이메일 주소가 없다고 했고, 때마침 B 감정평가법인 대표가 왔기에 이메일 주소가 있으면 빌려달라고 해서 경남개발공사 측에 알려줬다고 했다.

하지만, 안내문 발송 이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 기재된 정보제공처 또한 B 감정평가법인 대표의 것이다. 이는 경남개발공사에서 공개한 정보공개청구서 내용에서 확인됐다.

따라서 ‘반대대책위원장’을 자처하고 있는 A 씨가 산단조성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자 하는 특정 감정평가법인 대표의 이메일 주소를 처음부터 사용한 점은 석연찮다.

이에 대해 A 씨는 “B 감정평가법인 대표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내 나이가 70인데 그런 안내문도 만들고 할 필요도 없다”고 답변해 오히려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경남개발공사 내부규정 보완 필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경남개발공사 내부 규정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이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편법이나 꼼수를 사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려 할 경우 합당한 제재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남개발공사 보상사업팀은 “이메일 주소가 특정 감정평가법인 대표의 것인지 몰랐고, 그 점은 잘못이다. 인정한다”고 밝혔다. 불공정 경쟁구도를 만들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적극적인 대처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이다. 토지 소유자들의 감정평가법인 추천 과정을 다시 진행한다는 안내문을 보내고 재선정 과정을 거치겠다는 게 전부이다. 논란의 부분과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고 밝혀보고자 하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토지 소유자들의 결정에 따르는 구조라는 게 해명의 전부이다.

경남개발공사 보상사업팀은 “설령 업체들이 생각지도 못한 꼼수를 부려 사업참여 과정에서 이익을 보려 한다고 해도 토지 소유자 선정 과정에 관한 부문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며 “적용 가능한 관련 규정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남개발공사가 자신들의 잘못을 덮고 희석시키는 데에만 급급할 뿐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내부 규약이나 규정 등 제도의 검토와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병찬 기자(design8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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