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블체어' 만든 유근혁 "고객 불편 의견 모아 신제품 개발"

함지현 2021. 10. 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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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블체어 탄생시킨 에이블루 디자인연구소 총괄 디렉터
지렛대 원리 적용해 개발..1000만개 판매 눈앞
"착석감 부정 의견 빅데이터 분석·반영해 제품 개발"
"심미적 관점에 기능까지 동시에 잡아야 성공 가능"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모든 상품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며 완성되므로 항상 고객 의견에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부정적인 후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커블체어도 리뷰를 훑어보는데 착석감에 대한 불편함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이를 전부 데이터화해 통계를 냈더니 신제품의 방향이 보였다.”

요즘 집이나 사무실 의자에 니은자로 묘하게 생긴 의자가 놓인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에이블루의 ‘커블체어’다. 2018년 출시 이후 ‘바른 자세를 위한 보조 의자’로 인기를 끌다가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고 커블체어가 재택근무 필수템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유근혁 에이블루 디자인연구소 총괄디렉터(사진=에이블루)
커블체어 개발 초기부터 관여해 이른바 ‘국민 의자’를 탄생시킨 유근혁 에이블루 디자인연구소 총괄 디렉터는 1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커블체어의 성공 요인으로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디자인 개선, 그리고 기능과의 조화를 꼽았다.

유 디렉터는 “커블체어의 원형이 되는 제품이 있었다”며 “완성도는 다소 부족했지만 기본 원리와 아이디어는 괜찮았다”고 회상했다. 커블 원형 제품은 ‘수ID’의 ‘백허그 체어’다. 바닥이 평평한 좌식 의자 형태였는데 에이블루는 지난 2018년 4월 이 제품의 특허와 금형을 구매했다.

그는 “지렛대 원리가 확실히 작용해 바른 자세 유지와 코어근육 강화를 도울 수 있도록 하고 등받이 라인, 쿠션과 에어홀 등 대부분의 뜯어고쳤다”며 “개선에 개선을 거쳐 처음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제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모습의 커블체어는 1년 정도 지나자 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2018년 10만개였던 판매량은 2019년 40만개, 2020년 650만개로 늘어났다. 올해 6월에는 누적 800만개를 돌파해 현재 1000만개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그런 만큼 소비자들의 불만도 다방면으로 제기됐다. 이에 에이블루 디자인연구소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7개월 동안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올해 8월 ‘커플체어 그랜드’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유 디렉터는 “커블체어 리뷰를 훑어보는데 착석감에 대한 불편함이 반복적으로 보였다”며 “불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가 작다와 앉기 불편하다는 점, 딱딱해서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프다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의 부정적 리뷰를 전부 데이터화해 통계를 내 보니 착석감에 대한 의견이 82%였던 반면 제품 효과에 대한 내용은 한 자릿수 정도였다”며 “결국 기존 제품 기능은 유지하되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좌우 분할 등받이를 적용하고 등받이 서포트의 곡률을 개선했다. 쿠션 두께도 기존보다 33% 증량해 부드러운 착석감을 만들었다”며 “그 외에도 세세한 변경점들 모두 철저히 빅데이터에 나타난 불만 요소로 이를 해결하는데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유 디렉터는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이너 카테고리’에 묶이지 말라고도 조언했다. 커블체어처럼 디자인을 넘어 기능까지 함께 잡는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유관부서와의 협업이 필수라는 의미다.

그는 “커플체어는 심미적 관점뿐 아니라 기능적 관점까지 동시에 잡아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좋은 사례”라며 “기능성을 고려해 디자인하려면 디자이너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품 디자이너는 예술가보다 데이터에 집착하는 연구원에 가까워야한다”며 “같은 빅데이터를 봐도 디자이너와 마케터의 시각이 다르기 마련인데 디자이너만의 인사이트를 갖고 타부서와 협업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피력했다.

이어 “에이블루는 디자인 연구소는 개발부터 완성품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전 과정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을 정립했다”며 “이것이 결국 커블의 성공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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