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덫에 빠질 것,이런 코미디가.." 이재명의 말말말

김준영 2021. 10. 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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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사님 말씀은 덫과 늪이 될 것.”(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아마 국민의힘이 그 덫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경기지사)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고, 중간중간 웃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짐’이란 표현으로 야당을 자극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답변 내내 “존경하는 의원님”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며 일단 몸을 낮추려 했다. 말 바꾸기 위증죄를 노린 야권의 공세에도 요리조리 피하자 공격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도 “역시 유능한 변호사 같다”(김형동 의원)란 말이 나왔다.


피감 컨셉은 ‘공손’…준비된 팻말은 10개 안팎


국감장 주변과 여의도엔 수일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가 피감 기관의 수장 자격으로 출석하는 자리였다. 실제로 “국감이 아닌 대통령 후보 인사청문회”(송영길 민주당 대표) 격이었다. 여야는 사전에 행안위원 사ㆍ보임을 하는 등 전열을 한껏 가다듬었다.

이날 오전 국감이 열리기 직전, 국민의힘은 “가면을 찢어야 한다”(김용태 최고위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비슷한 시각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엽말단적인 이야기로 본질과 줄기를 숨기고 싶겠지만, 저도 국감 활용해서 본질과 줄기를 뚜렷하게 보여주면 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0.18 임현동 기자

그러면서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에 대해선 “참으로 안타깝고, 개인적으로 보면 배신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인사권자로서 직원 관리를 100% 못한 점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처음으로 ‘개인적 배신감’까지 언급하며, 기존보다 고개를 더 숙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국감이 열리고 첫 질의(이해식 민주당 의원)로 대장동 사업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 후보는 사전에 준비해온 팻말을 꺼내들고 조목조목 해명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국감은 태도는 공손하게, 내용은 단호하게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하루 이 후보가 꺼내 든 팻말은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고 적힌 것을 포함해 10개 안팎이었다.

이후 김도읍 의원을 시작으로 야당 의원의 공세가 종일 계속됐지만, 이 후보는 “최선을 다했지만, 공공이익개발을 100% 환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 국민의힘의 방해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마지노선까지만 물러섰고, 이 외엔 공세적으로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주질의를 마친 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특히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조폭 ‘국제마피아파’의 행동대장이었다는 재소자 박철민씨의 진술서, 사실확인서 등을 들고 ‘조폭 연루설’을 제기하자, 듣는 동안 열두 차례 “허허허” 웃었다. 질의가 끝나자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에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터져 나오자 이 후보는 “학예회 하는 것도 아니고, 답할 기회를 달라”며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활용해서 명백한 허위사실들을 제시해 가지고 명예훼손하고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또 이따금씩은 “내 말을 막는다고 해서 진실이 안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이해를 못하시는 건지 일부러 그러시는 것인지 모르겠다” “코미디가 이런 코미디가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에 공세를 취했다.

이후 율사 출신인 김형동 의원이 “유 전 본부장의 체포 사실을 보고받았나” 등 즉문즉답 형태로 질문에 나섰지만, 이럴 때는 이 후보가 “기억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위증죄가 적용되는 국감장 특성에 맞춘 공세를 취한 것이었지만, 이 후보는 이렇게 빠져나갔다.


“대선 후보 된 것 축하” 눈도장부터 찍은 與…엄호 총력전


이에 반해 민주당 의원들은 철저하게 이 후보를 엄호했다. “대선 후보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한다”, “고생이 많으시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하는 의원들이 많았고, 이 후보에게 충분한 답변 기회를 줬다. 전체 22명 중 민주당 13명 국민의힘 8명 정의당 1명, 민주당은 숫적 우세를 십분 활용했다. 첫 질의자였던 이해식 의원부터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 의회는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이었고 공공 개발을 줄기차게 반대하던 때”였다며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과 연결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반박 자료를 PPT로 만들어온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그분’에 대해선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 이정수 검사장이 말했던 것처럼 이 지사로 보는 것은 팩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의 녹취록에 “1호는 ‘그분’의 것”이라고 나오는 걸 두고, 야당은 ‘그분’을 이 후보로 의심하고 있다.

이 후보 경선 캠프에서 전략본부장을 맡았던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민간사업자들의 불로소득 배분 설계는, 후보님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였죠”라고 말했다. 야권이 대장동 의혹 외에 사생활 의혹에 대해서도 전방위적 공격을 하자 “사생활이나 개인 문제는 안 했으면 좋겠다”(박재호 민주당 의원)란 반박이 나왔다.


국힘 “순조롭지 않다”…이재명 “나오길 잘했다”


국감 분위기가 이 후보 우세 분위기로 흐르면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오전 국감이 중지된 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가) 순조롭지 않다”며 “숫자가 절반밖에 안 되어서 7분 질의로는 (공격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질의 시간에 “국감 (출석) 결정을 잘했다고 보시나”(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란 질문에 “저는 당연히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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