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회사원 "감염돼도 곧 괜찮아져..굳이 접종 필요 있나"

권지담 2021. 10.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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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미접종자 500만명: 그들은 왜 백신을 꺼리나 ①
청장년 10명 심층인터뷰..안정성·효과에 의문
11월 초 시작될 ‘단계적 일상 회복’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의미한다. 그 불안한 공존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다. 접종완료자는 감염돼도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관건은 미접종자다. 18일 0시 기준 18살 이상 미접종자는 539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을 접종으로 이끌려면 먼저 접종 거부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한겨레>는 60살 이상 고령층 10명과 청장년층 10명 등 20명의 미접종자를 심층 인터뷰해 접종을 거부한 이유를 첫 회에 게재하고, 2~3회에서는 이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짚어봤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미접종자는 모두 가명으로 등장한다.

서울에 사는 이상인(33)씨는 코로나19 감염보다 백신이 더 무섭다.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이씨는 고객에게 20대 사촌동생이 접종 뒤 뇌에 문제가 생겨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같은 팀원도 접종 이후 사흘 동안 끙끙 앓은 뒤 2차 접종을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일하면서 만난 확진자들은 대부분 무증상이었다. 열이 올라도 곧 괜찮아진 고객이 많았다. “그런 걸 보면 정부가 너무 겁을 준 것 같아요. 코로나 걸린 사람보다 접종받은 사람이 오히려 더 아픈 것 같으니 백신 접종이 꺼려지는 거죠.”

“젊은 확진자는 경증…접종 후유증은 심각”

부산에 사는 홍수아(39)씨는 백신 접종을 ‘러시안룰렛’이라고 생각한다.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진 않아도 발생하면 치명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홍씨는 최근 직장 동료들에게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하니 “거부자세요?”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했다. 사회에 역행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상했지만, 백신의 안전에 대해 확신을 갖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여긴다. “백신 맞고 무사히 지나간 사람들은 러시안룰렛 통과한 사람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겁이 많아서 부작용 뉴스를 보면 무서워서 맞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으면 어떻게 하지’, ‘아기도 어린데 엄마 없이 자라야 하잖아’ 같은 생각을 하는 거죠.”

청장년층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위중증이나 사망에 이를 확률이 낮다. 다만 이들은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세대여서 미접종 상태로 남아 있으면 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이 더 커진다. 정부는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접종에 나서주길 바라지만, <한겨레>가 심층 인터뷰한 20대부터 50대까지 청장년층 10명은 대체로 ‘굳이 접종받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코로나 감염보다 접종 뒤 이상반응이 더 심각하다고 보는데다, 과학적인 이유를 들며 백신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도 많았다.

“빅데이터 쌓일 때까지 기다리겠다”

청장년층 10명 가운데 7명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이 다른 백신보다 짧아 장기 부작용 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손지연(31)씨도 코로나19 감염보다 백신이 더 무섭다고 했다. 같은 회사 사람 3명이 확진됐는데 숨쉬기가 조금 힘들 뿐 곧 괜찮아졌다고 했다. “임상시험 기간이 1년이 안 됐으니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정확하게 발표된 게 아닌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접종받으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빅데이터가 쌓인 다음에 누가 많이 죽고 사람들이 왜 죽는지, 어떻게 죽는지 본 다음에 돌다리를 건너겠다는 거죠.”

정책 일관성 없고, 이상반응 인과관계 인정 안해

광주광역시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허태인(46)씨는 “코로나19가 갑자기 퍼지면서 백신을 일단 만들어내느라 검증이 급하게 이뤄졌다”며 “다른 검증된 백신들처럼 맞고 나면 평생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보험설계사 이상인씨도 “감기약도 몇년에 걸쳐서 임상시험을 하고 안전하게 나오는데 애초 더 심각한 병인데도 불구하고 더 빠르게 나온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정부의 지원체계가 미비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3명 있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소은(32)씨는 “처음부터 접종 간격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과정을 보면서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상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는데 정부가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도 너무 적었다”며 “어디에 이상반응을 신고할지도 잘 안 알려져 있고, 신고한다고 해도 인과성을 밝히는 과정이 지난하다고 하더라.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후일담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태인씨도 “정부가 백신 이상반응에 대해 무조건 지병 탓으로 돌릴 게 아니라 최소한 사망자들은 무조건 지원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부검을 통해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거나 인과관계가 없으면 우리 탓이 아니라는 건 정부가 할 말이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는 바빠서 맞을 시간도 없어”

사회 활동이 활발한 청장년층답게 일이 바빠서 접종을 미루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도영수(50)씨는 “인테리어 일을 하다 보니 쉬는 날이 한달에 하루 정도”라고 했다. 도씨는 “맞으면 하루 이틀은 쉬어야 한다는데, 쉴 틈이 없다”며 “미루고 미루다 보니 미접종자 500만명 중 한명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동민(32)씨도 “미용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손님을 확보하는 기간이니까 문 닫는 것이 불안하다”며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일하다가 올해 안에는 맞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권지담 김지훈 이재호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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