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구장 1루 뒤에는 추신수의 '배팅 케이지'가 있다 [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입력 2021. 10. 18. 19: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SSG 랜더스 홈인 문학구장 1루 더그아웃 뒤의 미니 배팅 케이지.


SSG 추신수의 말 한마디가 매번 묵직한 울림이 되고 있는 것은 그가 지구촌 프로야구 리그의 최고봉인 미국 무대를 바닥부터 천정까지 두루 경험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야구 문화의 전도사’이자 ‘야구 인프라의 전파자’가 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KBO리그 각 구장 시설 가운데 아쉬움 하나로 양쪽 더그아웃 뒷편에 ‘배팅 케이지’가 없는 점을 일갈했다.

메이저리그에는 각 구장 더그아웃 뒷편에 머신 볼을 칠 수 있는 ‘배팅 케이지’가 마련돼 있다. 대타 찬스를 기다리는 타자들이 실전과 가까운 속도감을 눈에 익히며 준비할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국내 구장에는 없는 시설로, 없는 문화이기도 하다.

추신수의 외침이 너울처럼 KBO리그 관계자들의 눈과 귀로 전해진 뒤 다시 보인 SSG의 안방 문학구장의 시설 하나가 있다.

문학구장 1루 더그아웃 바로 뒤에는 ‘배팅 케이지’(사진)가 있다. 몇해 전 마련된 이 시설은 아직은 열악한 편이지만, 추신수가 가세한 올해 들어서는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경기에서 이곳에 들어가 볼을 때리며 대타 찬스를 기다리는 타자들이 있다. 더그아웃 뒷편 가까이 있는 실내 타격장에 설치된 TV로 경기 영상을 보면서 대타 호출 기회를 기다린다.

그러나 아직은 전반적인 시설과 문화 등이 따라주지 않아 머신 볼을 치기보다는 티배팅을 하면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그래도 빈스윙만 하다고 실전 타석에 들어서는 것보다 티에 볼을 올려놓고 실제로 치면서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SSG 타자들에게 희소식 하나가 있다. SSG는 시즌 이후로 더그아웃 뒷편 ‘배팅 케이지’의 시설 확충과 현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1루 쪽 전력분석실까지 공간을 확장해 배팅 케이지를 포함한 실내훈련장으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SSG는 현재 쓰고 있는 3루 더그아웃 뒷쪽 실내훈련장을 보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정팀 선수들이 경기 전뿐 아니라 경기 중에도 쓸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은 실행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10개 구단 모두 원정팀 배려를 위한 최소한 조건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추신수가 지적한, 배팅 케이지를 포함한 원정팀용 훈련 시설이 부족한 것은 단순히 인프라 부족 문제는 또 아니기 때문이다. 2014년에 문을 연 광주 KIA챔피언스 필드와 2019년 오픈한 창원 NC파크 모두 메이저리그 구장들을 모델로 설계됐지만, 그 안에는 원정팀을 위한 배팅 케이지 시설은 없다. 해당 구단 관계자는 “그런 부분은 생각 밖에 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무리는 아니다. 국내리그의 경우, 원정팀이 낮 1시 나와 훈련하거나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과거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SK는 원정 경기에서도 특별타격 훈련조를 추려 대낮부터 훈련하기도 했지만, 경기장 인근 고등학교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데다 일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빈스윙’만으로도 ‘대타의 달인’이 탄생하기도 한다. 올시즌 대타 타율이 0.432(37타수 16안타)에 이르는 두산 최용제는 “보통 대타 찬스가 오기 전 벤치에서 대기하며 몸과 눈으로 타이밍을 잡는다”고 말했다.

지난 주중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낯선 움직임이 하나 있었다. 이동욱 NC 감독이 원정 키움전을 앞두고 몇몇 스태프 및 선수들과 함께 점심 시간 즈음 고척돔에 나와 특별 훈련을 했다. 키움에서 고척돔 3루 더그아웃 지하의 실내훈련장을 빌려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정팀의 공식 훈련 시작 시간은 오후 4시20분이다.

문제는 훈련을 더 하든, 휴식을 더 취하든 필요한 만큼 더 할 수 있는 선택권의 존재다. 시설이 부족하면 확충하고, 시설이 있다면 배려할 수 있는 리그적 관심과 합의가 필요하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