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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말 확인않고 폭로.. 여당에 반격 구실 준 '경찰 넘버2' 출신 국회의원

박민식 입력 2021. 10. 19. 07:30 수정 2021. 10. 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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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장 출신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국정감사에서 "조폭, 이재명에 20억 지원" 주장
이재명 "허위 사실..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해야"
"같은 사진 2015년 아닌 2018년 과시용으로 써"
1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하며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한때 전국 경찰 조직 '넘버2'인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현직 국회의원이 조직폭력배 조직원의 말을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조폭과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준석씨, 이태호씨, 박철민씨를 아느냐"고 이 지사에게 물었고, 이 지사는 "이준석씨와 이태호씨는 알고 있고, 박철민씨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하지만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국제마피아파' 행동 대원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던 박철민씨 요청으로 변호인과 접견했다"며 "박씨가 진술서, 사실확인서, 공익제보서 등 총 17쪽 분량을 제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과거 국제마피아파 일원이었지만, 조직을 탈퇴해 경찰 수사에 협조한 사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 박씨는 "이 지사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7년 이전부터 국제마피아파와 유착관계가 있었고, 조직원으로부터 사건을 소개받아 커미션을 주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씨의 입을 빌려 "이 지사가 조폭으로부터 20억 원 가까이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국감장에서 박씨의 폭로 내용이라며 "당시 이준석 형님이 불법도박 사이트로 큰돈을 벌었고, 이 지사는 코마트레이드가 국제마피아 조직원의 도박사이트 자금세탁 회사인 줄 알면서 특혜를 줬다"며 "특혜 조건으로 불법사이트 자금을 이 지사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20억 원 가까이 지원했고, 현금으로 돈을 맞춰줄 때도 있었다"고 읊었다. 김 의원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전달된 현금이라면서 1억 원과 5,000만 원이 각각 촬영된 현금다발 사진을 파워포인트(PPT)로 띄우기도 했다.


김용판 "국제마피아 소속 박철민씨가 공익 제보했다"

장영하 변호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캡처.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폭로 내용의 출처와 관련해 "성남시 의회 1, 2, 3대 의원과 부의장을 했던 박용성씨의 아들 박철민씨와 코마트레이드 이준석 대표 등 모두 국제마피아파 소속 핵심 조직원"이라며 "장영하 변호사를 통해 박철민씨로부터 이 지사에 관한 공익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때마침 박씨와 소통하고 있다는 장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의원이 국감장에서 언급한 박철민의 얼굴을 공개했다.

장 변호사는 "박씨가 증언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본인 사진을 공개했다"며 "모자이크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며, 박씨가 자신의 증언이 허위 사실일 경우 허위 사실 유포죄든 명예훼손죄든 얼마든지 처벌받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박씨는 경기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도 "같은 사람이 2018년 돈 벌었다고 과시용으로 올린 사진"

국민의힘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경기지사 자격으로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의 '조폭 연루설'의 근거로 제시한 현금다발 사진을 두고 여당이 가짜라며 관련 정황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2018년 11월 21일에 박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파워포인트(PPT)에 띄우며 "저 조폭이란 사람이 내가 사채업 해서 돈 벌었다고, 렌터카와 사채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고 띄운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진은 김용판 의원이 현금다발이라며 공개했던 사진과 똑같았다. 박정우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오후 이어진 국감장에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용판 의원의 폭로와 관련해 "반전이 일어났다"고 밝히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한 의원은 김 의원이 폭로의 주요 근거로 삼았던 해당 사진은 "2018년 11월 21일, (박씨가) '사채업 하고 렌터카 해서 돈 벌었다'고 페이스북에 띄운 사진"이라며 "그때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박씨의 SNS에 따르면 이날 국감장에서 김 의원이 이 지사에게 전달된 뇌물이라고 주장했던 돈뭉치 사진이 아직도 올라와 있다. 박씨는 해당 게시글에 "광고회사 창업, 렌터카 동업, 라운지바 창업 등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제는 이래저래 업체에서 월 2,000만 원의 고정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며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신 멘토분들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다른 게시글에서는 "8,000 투자해서 2주에 수익률 50% 4,000 더 얹어서 1억 2,000 그대로 가져가실 분 페메 달라"며 "간 보고 재고 찔러 보시려거든 그냥 보고 넘기시라. 다 투명하게 오픈하고 들어갈 것이고 영어 하지 마시고 100%, 1000%, 10000% 확실한 수익률이니 찔러 보지 마시고 가능한 분만 연락 달라"고 했다.

이 후보가 과거 조폭으로부터 20억 원을 받았다는 김용판 의원의 의혹 제기 내용과는 어긋나는 내용이 등장한 셈이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19일 TBS 뉴스공장에서 "돈다발이 찍힌 해당 사진에 있는 명함에 있는 카페 이름과 주소를 검색해 보면 2018년 8월에 오픈했더라"며 "그 전에는 스카이팡세라는 이름의 다른 카페가 있었고 나중에 박철민의 SNS를 보면 그 사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지사에게 돈을 2015년에 줬다고 했는데 (돈다발 사진은) 2018년에 찍힌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전체가 거짓말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용판, 조폭과 짜고 치는 고스톱 폭로… 사퇴하라" 총공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가 끝난 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김용판 의원을 향해 강한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있다지만 국회의원이 신성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조작된 자료를 제시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 후보에 대한 끊임없는 조폭 연루설은 모두 다 허위, 공작임이 드러났음에도 이러한 일을 저지른 것은 명백한 정치공작"이라며 "전직 서울경찰청장 출신이 이런 일을 벌인 데 대해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폭과 연계해 조작한 자료로 국정감사장을 더럽힌 김 의원은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캠프 대변인인 박찬대 의원도 "짜고 치는 고스톱 폭로, 조폭대변인 김용판은 기획폭로극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제보자 박씨와 관련, "스스로 밝혔듯, 복잡한 전력의 제보전문가로 보인다"며 "마약 사건의 경우 형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거래(플리바기닝)를 해 엉뚱한 사람을 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제보 편지를 낸 시점도 냄새가 역력하다. 10월 6일"이라며 "국감을 앞두고 서둘러 제보를 기획한 잘 짜인 신파극 하나를 국감장에 냅다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색이 고위 경찰 출신이라는 국회의원이 조폭이 구치소에서 쓴 허무맹랑한 신파극본을 국감장에 들고 왔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김 의원은 비루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자신 있다면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수사를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질의 도중 황당하다는 듯 여러 차례 웃음을 보인 이 지사는 "명백한 허위 사실을 국민 앞에 보여주고, 이런 식으로 음해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제가 이렇게 했으면 옛날에 다 처벌받아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일방적으로 (야당이) 주장한다고 진실이 되진 않는다"며 "여하튼 내용이 재밌는데, 현금으로 준 것도 있다는 것으로 봐서 나머지는 수표로 줬다는 것인데 쉽게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을 향해 "아무리 국회의원이시더라도 개인의 명예에 관한 일인데 아무 근거 없는 조폭의 일방적 주장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자신 기소했던 윤석열 정치 참여에 "사과하라" 반발

4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서울경찰청장 출신 김 의원은 2013년 6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 축소·은폐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심 무죄 판결에 이어 2015년 2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그런 김 의원은 같은 당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의 주가가 한창 올랐던 4월 야권에선 처음으로 공개 비판한 전력도 있다. 그는 당시 "한때 제게 국기문란범이라는 누명을 씌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윤 전 총장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수사팀장이었다. 이런 악연이 있었던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가 기정사실화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당시 "법원은 믿을 수 없는 특정인의 진술에만 의존한 검찰이 김용판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라는 선입견에 젖어 수많은 무죄 증거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며 "문재인 정권 등장 후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직 영전했고, 소위 적폐 청산과 관련한 수사를 총지휘한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선입견에 젖었거나, 검찰만이 정의와 공정의 독점자란 의식하에 무리하게 밀어붙인 경우는 없었는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그랬던 김용판 의원 본인은 수감 중인 조폭의 주장을 사실 확인도 없이 국감장에서 폭로하며 여당과 이재명 지사에게 반격의 구실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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