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머니투데이

[르포]"빵 다 버려야죠"..'반쪽' 거리두기 완화 첫날, 가게는 텅텅

오진영 기자, 홍효진 기자, 홍재영 기자, 조성준 기자 입력 2021. 10. 19. 07:55 수정 2021. 10. 19. 08:21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문제는 영업시간이라니까요. 사람 수 늘어도 달라지는 것 아무것도 없어요."

18일 저녁 9시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카페. 입구에는 '6시 이후 4인 모임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으나 가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카운터의 유리 전시장에는 마감 시간까지 팔리지 않은 빵 수십개가 쌓였다. 업주 정모씨(43)는 "지난주 '인원제한 완화된다'는 뉴스를 봤는데 결국 손님 숫자는 그대로"라며 "기대감에 빵을 지난주보다 더 들여놨는데 결국 다 버리게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내달 시행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준비 기간을 앞두고 이날부터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가 시작됐으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미 소비 심리가 위축된데다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는 유지되면서 매출에 큰 변동이 없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대로는 적자가 계속될 뿐이라며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8인 모임'은 없다…"영업시간 제한부터 풀어주세요"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대의 한 맥주집이 2~3인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 = 홍효진 기자

이날 취재진이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종로구 젊음의 거리·서대문구 홍대입구역·강남구 등 번화가를 방문한 결과 대다수의 업소에서 4인 이상 손님이 없어 방역수칙 완화의 체감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퇴근 직후 직장인들이 모이는 식당가에서는 밤 10시 이후 '2차 모임'이 여전히 금지돼 단체 모임은 어렵다. 백신 접종자가 포함돼야 모임을 가질 수 있어 8인 인원을 사실상 채우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부터 수도권은 저녁 6시 전후 구분 없이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미접종자끼리 모일 경우에는 4명, 접종완료자가 합류하면 최대 8명이 만날 수 있다. 전날까지는 접종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6명까지 허용됐다. 다만 식당·카페가 저녁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한 제한은 유지됐다.

그러나 이날 번화가에서는 4인 이상 모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업소에서 6~8인 모임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업소들은 2~3인 모임이 전부였다. 특히 노래방·PC방 등 시간제한에 예민한 업종에서는 손님이 아예 없거나 일찌감치 문을 닫은 업소도 눈에 띄었다. 늦은 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더더욱 줄자 지난주와 차이가 없는 풍경이 연출됐다.

업주들은 가게 내에 머무를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는데 한 번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호소한다. 강남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가게 최대 수용인원이 80명인데 방역수칙에 따라 입장 인원은 49명으로 제한된다"며 "손님이 6~8명 들어온다 하더라도 거리두기 때문에 양 옆 테이블을 채울 수 없어 전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식사·음주 후 '2차 모임'을 가지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인 노래방·PC방 등도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의 노래방 업주 김모씨(55)는 "노래방 영업은 오후 7시까지는 안 되다가 8시 이후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며 "1차를 끝내고 1~2시간 놀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시간제로 운영되는 업종은 영업시간 제한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시민들 역시 이번 거리두기 완화 이후 8인 모임이 늘 것이라는 데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강남구에서 직장 동료 4명과 함께 어울리던 김모씨(29)는 "밤 10시가 되면 모임을 끝내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다"며 "차라리 인원을 줄이고 시간을 늘리면 좋겠다"고 했다. 종로구에서 술을 마시던 김모씨(28)는 "제한이 풀렸다고 곧바로 8인 모임을 늘리자는 목소리는 지인 중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영업시간 완화는 필수적"…입 모은 자영업자 단체들

18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번화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홍재영 기자

자영업자 단체들은 오는 20일로 예고됐던 집단행동은 연기했으나, 여전히 영업시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전국스터디카페연합회·전국카페사장연합회·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자영업자협의회는 지난 15일 "자영업자가 가장 바라는 건 24시간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권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자영업자 협의회는 이 입장문에서 "기존 입장에서 한 치의 양보나 변화가 없다"며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연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도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와 공동입장문을 내고 "총궐기가 일상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오는 20일 자영업자 총궐기 대회를 유보하겠다"면서도 "일부 완화된 조치는 수용할 수 있으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