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빵 다 버려야죠"..'반쪽' 거리두기 완화 첫날, 가게는 텅텅
"문제는 영업시간이라니까요. 사람 수 늘어도 달라지는 것 아무것도 없어요."
18일 저녁 9시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카페. 입구에는 '6시 이후 4인 모임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으나 가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카운터의 유리 전시장에는 마감 시간까지 팔리지 않은 빵 수십개가 쌓였다. 업주 정모씨(43)는 "지난주 '인원제한 완화된다'는 뉴스를 봤는데 결국 손님 숫자는 그대로"라며 "기대감에 빵을 지난주보다 더 들여놨는데 결국 다 버리게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취재진이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종로구 젊음의 거리·서대문구 홍대입구역·강남구 등 번화가를 방문한 결과 대다수의 업소에서 4인 이상 손님이 없어 방역수칙 완화의 체감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퇴근 직후 직장인들이 모이는 식당가에서는 밤 10시 이후 '2차 모임'이 여전히 금지돼 단체 모임은 어렵다. 백신 접종자가 포함돼야 모임을 가질 수 있어 8인 인원을 사실상 채우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부터 수도권은 저녁 6시 전후 구분 없이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다. 미접종자끼리 모일 경우에는 4명, 접종완료자가 합류하면 최대 8명이 만날 수 있다. 전날까지는 접종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6명까지 허용됐다. 다만 식당·카페가 저녁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한 제한은 유지됐다.
그러나 이날 번화가에서는 4인 이상 모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업소에서 6~8인 모임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업소들은 2~3인 모임이 전부였다. 특히 노래방·PC방 등 시간제한에 예민한 업종에서는 손님이 아예 없거나 일찌감치 문을 닫은 업소도 눈에 띄었다. 늦은 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더더욱 줄자 지난주와 차이가 없는 풍경이 연출됐다.
업주들은 가게 내에 머무를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는데 한 번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호소한다. 강남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가게 최대 수용인원이 80명인데 방역수칙에 따라 입장 인원은 49명으로 제한된다"며 "손님이 6~8명 들어온다 하더라도 거리두기 때문에 양 옆 테이블을 채울 수 없어 전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식사·음주 후 '2차 모임'을 가지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인 노래방·PC방 등도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의 노래방 업주 김모씨(55)는 "노래방 영업은 오후 7시까지는 안 되다가 8시 이후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며 "1차를 끝내고 1~2시간 놀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시간제로 운영되는 업종은 영업시간 제한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오는 20일로 예고됐던 집단행동은 연기했으나, 여전히 영업시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전국스터디카페연합회·전국카페사장연합회·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자영업자협의회는 지난 15일 "자영업자가 가장 바라는 건 24시간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권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자영업자 협의회는 이 입장문에서 "기존 입장에서 한 치의 양보나 변화가 없다"며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연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도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와 공동입장문을 내고 "총궐기가 일상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오는 20일 자영업자 총궐기 대회를 유보하겠다"면서도 "일부 완화된 조치는 수용할 수 있으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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