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커터 7

서울문화사 2021. 10. 19. 09: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발적 퍼포먼스로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로보커터'를 모았다.

바야흐로 '관종'의 시대, 관심을 끄는 자들이 경제력도 얻고 권력도 얻는 세상이다. '관심 종자'를 줄여 이르는 말인 관종은 처음엔 타인에게 관심을 받을 목적으로 자극적인 말이나 이상행동을 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였지만, 최근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개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 아닌,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관종이 된 이들도 존재하기 때문. 다른 말로 '프로보커터'라고 불리는 이들은 퍼포먼스로 특정인이나 집단을 도발(Provoke)해 주목받음으로써 인식 전환의 포문을 열었다.

'유쾌한 퍼피워커' 작곡가 정재형

자유로운 영혼의 작곡가 정재형의 인스타그램엔 한 강아지의 모습이 가득하다. 그 주인공은 해듬이로, 정재형이 지난해 9월부터 퍼피워킹하고 있는 안내견이다. 정재형은 지난 2011년 축복이를 시작으로 2012년 힘찬이로 이어지며 10년째 퍼피워킹(생후 7주 정도의 강아지를 일반 가정에 위탁해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사회화 훈련 과정)을 하는 퍼피워커다. 그의 손을 거친 축복이와 힘찬이는 안내견으로 활동하다 은퇴했다.

지난 4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1호 명예 안내견 홍보대사가 된 정재형은 퍼피워킹 봉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말할 수 없는 행복을 준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은 보통 직각 보행을 하는데 (안내견과 함께 하면) 곡선 보행을 할 수 있고 든든한 힘이 된다"고 밝혔다.

'아기와 국회 출근' 국회의원 용혜인

국회에 유아차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잠든 아기가 등장했다. 생후 59일 된 아들 '튼튼이(태명)'와 함께 국회에 들어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4개월 미만 자녀를 둔 국회의원은 본회의장에 자녀와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해당 법안은 임기 중 출산한 신보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과 동일하다. 무관심 속에 폐기됐던 법안은 용혜인의 퍼포먼스를 통해 힘을 얻었다.

용혜인은 국회부터 변화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돌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을 이끌어냈다. 용혜인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관심에 대해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이야기할 때 관심이 집중되고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디 포지티브' 개그맨 이영자

당당해서 더 멋지다는 말과 꼭 맞아떨어지는 행보였다. 개그맨 이영자는 올리브 예능 <밥블레스유>에서 수영복 패션을 선보여 한국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외모 지상주의'에 반기를 든 동시에 '보디 포지티브' 운동의 선두 주자가 됐다. 그동안 수영복은 '뼈말라 인간'이나 '개말라 인간'만 입는 의상으로 통했고, 울퉁불퉁한 몸매의 소유자는 래시가드로 군살을 커버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뿐인가? 군살 하나 없는, 다소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이들이 혹시라도 수영복을 입을 땐 멋쩍어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런 가운데 에스(S) 라인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 수영복 자태를 보여준 이영자의 등장에 대중은 환호했다.

이에 대해 이영자는 "나보고 당당하다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나도 내가 무척 괜찮은 몸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져도 사회가 갖고 있는 인식과 나의 자존심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수영복 패션은 빼빼 마른 몸으로 "극적으로 식이를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절대 하면 안 된다. 지금은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느 연예인들보다 더 큰 울림을 선사했다.

'씩씩한 싱글맘' 방송인 김나영

유쾌한 방송인이자 옷 잘 입는 연예인으로 통했던 그녀는 싱글맘의 대표 주자기 됐다. 지난 2019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최 모 씨와 이혼 후 아들 신우, 이준 군을 홀로 키우고 있는 김나영. 당시 유튜브 채널 <김나영의 nofilterTV>에서 "두 아들을 혼자 키우는 게 겁도 나고 두렵기도 하지만 엄마니까 용기를 낸다"며 속내를 드러냈던 그녀는 가부장제의 편견을 깨는 싱글맘의 모습으로 대중의 응원을 받고 있다. JTBC 예능 <내가 키운다>에서 김나영은 육아와 생계 노동을 모두 해내며 더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나영은 스스로 "나는 여자"라고 말하며, 가끔 딸로 오인받기도 하는 둘째 아들 이준에게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성 역할에 갇히지 않는 양육 방식을 고수한다. 아버지가 없는, 가부장제가 약화된 가정이기에 가능한 분위기다. 그녀의 가감 없는 일상 공개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반응도 대다수. 김나영이 한 방송에서 "지금이 내 인생의 전성기다. 일도 잘하고 있고 아이들도 예쁘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녀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걸 그룹 시장의 별종' 마마무

"너의 취향을 골라봐"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실력보다 외모가 우선 평가됐던 걸 그룹 시장에서 그룹 '마마무'는 변종으로 통했다. 마마무에는 '센터' '비주얼 갑' 등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른바 '밀어주는' 멤버가 존재하지 않았다. 단순히 실력파 그룹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녀들의 진가는 무대 위에서 발휘된다. 마마무는 체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탄생한 정형화된 무대가 아닌, 매번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며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마마무가 편곡하고 안무를 바꾸며 자유자재로 무대를 꾸며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실력에 자신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특히 'Mr.애매모호' '피아노 맨(Piano Man)' 활동을 보면 마마무의 '비글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매 공연에 팬들이 원하는 퍼포먼스를 넣어 마마무의 무대를 보는 것이 즐겁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곰자 아빠' 배우 조승우

'장르가 곧 조승우'라는 타이틀처럼 명품 연기를 선보이는 그는 동물보호에 앞장선다. 한 인터뷰에서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을 묻자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 밀렵하는 사람을 정말 증오해요"라고 밝힌 적 있는 조승우는 지난 1월 경남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유기견을 입양해 화제를 모았다. 이름 없이 '개체 번호 50번'으로 불렸던 유기견이 조승우에게 입양돼 '곰자'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동물 애호가로 고양이 4마리, 개 2마리를 키우는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삽살개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군복무 기간에 그의 반려견인 삽살개 단풍이를 한국삽살개재단에 위탁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당시 휴가 기간에 틈틈이 재단을 방문하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그뿐만 아니라 SBS 시사·교양 <TV 동물농장> 500회 특집 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유기 동물을 돕는 바자회에도 꾸준히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지킴이' 배우 류준열

패셔너블한 배우로 통하는 류준열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한다. 그는 2016년부터 5년째 그린피스를 후원하며,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마이 리틀 플라스틱 캠페인',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북극곰 광고 캠페인', 대형 마트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한 '#용기내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또 2017년엔 아시아 셀렙 최초로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교육을 받기 위해 환경감시선 '레인보 워리어'호에 탑승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류준열은 플라스틱을 버리는 일에 죄책감이 들어 집에서 생수 대신 수돗물을 끓여 마신다거나 스케줄이 없는 날엔 지하철이나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고, 최근엔 전기차를 구매했다. 또 촬영 현장에선 도시락 통을 가지고 다니며 플라스틱 배식판 사용을 자제한다고.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을 썼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한번 일회용품을 썼다면 재사용할 수도 있고, 다음번엔 제대로 용기를 준비할 수도 있다. 우리의 행동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에디터 : 김지은 | 사진 : 일요신문, CJ ENM·RBW 제공, 류준열·김나영·정재형·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 인스타그램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