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주니어 이원석, 대를 이은 삼성 수호신?

김종수 객원 2021. 10. 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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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를 모두 본 팬들이라면 이창수(196cm)와 박상관(200cm)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1969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실업팀 삼성전자에서 데뷔해 프로 창단후 삼성 썬더스에서도 함께 활약했다. 포지션은 센터였으며 농구 명가 삼성에서 ‘쌍돛대’로 불렸다.

 

이창수, 박상관은 이름 자체는 널리 알려진 편이었지만 팬들 사이에서 평가는 높지 않았다. 실업 기아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끈 김유택(197cm), 한기범(205cm) ‘트윈타워’에 밀려 2인자 그룹이었던 것은 물론 괴물 센터 ‘골리앗’ 서장훈(207cm)의 등장으로 인해 당하는 역할(?) 전문선수로 이미지가 굳어져 갔다.

 

설상가상 삼성전자의 연세대 린치 사건 때 주도적으로 서장훈을 공격하며 폭력 2인조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허재하면 임달식, 김성욱을 떠올리듯 서장훈하면 이창수, 박상관을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량 자체만 놓고 봤을 때 박상관, 이창수는 쉽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쟁자들이 너무 잘했을 뿐 그들 역시 한팀의 주전 빅맨으로서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프로에서 박상관은 주로 수비를 담당하는 백업 빅맨 역할을 맡았다. 정규리그 통산 190경기를 뛰며 평균 2.6점 2리바운드로 기록만 놓고 보면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장신 외국선수까지 수비하는 등 궂은일을 주로 맡았다는 점에서 팀공헌도는 적지 않았다.

 

이창수는 롱런의 대명사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뛰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만 42세까지 뛰었다. 더욱이 프로농구 출범 직전인 1996년 간염 진단까지 받고 몇 년간 치료에 전념한 후 29살에 복귀한 전력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박상관과 마찬가지로 주로 백업 빅맨으로 뛰며 정규리그 527경기에서 평균 3.1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중요한 순간 장기인 훅슛을 앞세워 알토란 같은 득점을 잘 해줬는지라 영양가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익히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박상관, 이창수는 자신들의 2세를 프로에 데뷔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박상관같은 경우 이제는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 아버지’로 더 유명하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것은 물론 WNBA까지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박지수(23·196㎝)는 아직 나이도 한창인지라 특별한 부상만 없다면 여자농구계 레전드로 이름을 남길 것이 확실시된다.

 

박상관이 박지수 아버지로 유명세를 탄 사이 이창수도 본인의 2세를 성장시켰다. 올해부터 프로 무대에서 뛰게 된 차세대 빅맨 이원석(21·206㎝)이 그 주인공이다. 박지수와 달리 이제 프로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지만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서울 삼성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당초 드래프트 1순위는 대학 최고의 가드 이정현(22·오리온)과 빅맨 하윤기(22·KT)가 경합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원석이 얼리 엔트리를 신청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팽팽한 경쟁 속에서 이원석의 가능성을 높이 본 삼성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부자가 같은 팀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것은 KBL 출범 이후 최초다.

 

이원석은 플레이 스타일상 하윤기같은 정통 빅맨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 신장 207㎝, 윙스팬 211cm의 좋은 신체조건에 스피드, 슈팅력을 겸비한 스트레치형 빅맨으로 꼽힌다. 블록슛 능력도 갖추고 있으며 BQ까지 좋은지라 현재보다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 시절 아버지 이창수의 필살기 훅슛을 물려받았는데 일찍부터 몸에 익혔던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큰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경기를 치른 현재 이원석은 평균 8점 4리바운드 1.3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파워가 약점이다는 지적이 있어왔으나 거칠게 골밑을 파고드는 상대와 끝까지 몸싸움을 해주며 블록슛으로 저지하는가 하면 리바운드 싸움에도 적극적으로 경합해준다. 타팀 핵심 빅맨과 비교해서 파워는 조금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투지에서는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원석의 가치는 빠른 공수 전환 때 특히 빛이 난다. 빅맨임에도 어지간한 포워드 이상의 스피드로 달리는지라 속공수로서 매우 위협적이며 반대로 상대 속공시에는 아주 까다로운 스토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거기에 끊임없는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 찾아가는 능력은 물론 슛거리까지 긴지라 팀플레이에 잘 융화되고 있다. 일각에서 ‘제2의 김주성으로 클 수 있는 재목이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과연 이원석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삼성의 수호신이 될 수 있을까? 업그레이드 이창수의 등장에 삼성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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