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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를 위해서라면..'보태보태병'도 괜찮아

한겨레 입력 2021. 10. 19. 11:26 수정 2021. 10. 1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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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제주에는 해마다 오는 강한 태풍은 안 왔지만, 비가 유독 많이 내렸다.

당근 파종을 7월 초에 했는데 이때부터 오기 시작한 비가 두 달 가까이 왔다.

곧 겨울이 올 텐데 겨울이 되면 제주의 거센 바람과 추위 때문에 공사가 더 힘들 것 같아서 6년 만에 다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원래 하던 일이 아니니 어떤 자재를 쓸지 고르고 선택하는 일도 어렵지만, 제주도라 건축 자재 배송이 늦고 날씨가 안 좋아서 공사가 지연되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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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의 탐라생활기][애니멀피플] 히끄 아부지의 제주 통신
③ 오조리의 가을, 히끄네 집은 보수 중
공사 후유증으로 손목과 허리가 아파도 사냥놀이는 매일 반드시 해야 한다. 매일 출퇴근 하는 반려인들을 존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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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제주에는 해마다 오는 강한 태풍은 안 왔지만, 비가 유독 많이 내렸다. 당근 파종을 7월 초에 했는데 이때부터 오기 시작한 비가 두 달 가까이 왔다. 당근 파종 후에 관리는 생육 주기와 날씨에 따라 눈치껏 해야 하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비를 맞으며 밭일을 해야 했다. 여름에 햇빛이 쨍쨍하고 가물어야 귤이 맛있는데 올해 제주 귤은 작년보다 당도가 낮을 거라고 동네 삼춘이 귤밭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가 여러 날 오니 집이 너무 습하고 물때와 이끼가 외벽에 올라와서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 할 상태가 됐다. 흰 고양이인 히끄가 목욕할 시기가 되면 혀가 닿지 않는 겨드랑이와 등이 누레지는 것처럼 흰색 집이라 지저분한 게 더 잘 보였다. 곧 겨울이 올 텐데 겨울이 되면 제주의 거센 바람과 추위 때문에 공사가 더 힘들 것 같아서 6년 만에 다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6년 전에는 내, 외부 전반적인 공사였다면 이번에는 외부를 중점으로 익스테리어를 손봤다.

올해 여름에 지긋지긋하게 비가 많이 왔다. 당근밭이 침수됐지만, 지금은 잘 자라고 있다.

공사 견적을 내러 사장님이 오셨다. 외벽 페인트보다 옥상 방수가 더 시급하다고 해서 올라가 보니 80년대에 지어진 집이라 옥상 방수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시멘트 가루가 많이 소실되고 균열이 심해서 언젠가는 비가 내부로 셀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제껏 제주가 원래 습해서 집이 습한 줄 알았는데 옥상 방수를 하고 나니 습한 게 마법처럼 없어졌다.

인테리어 업자를 고용한다고 해도 매의 눈으로 참견을 하지 않으면 마감을 엉망으로 해놓기 일쑤다.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직접 공사에 참여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자재만 구매하면 직접 할 수 있는 실리콘 마감이나 외벽 방수는 그때부터 내 손으로 했다.

옥상 방수를 한 뒤에 옥상에 올라가 봤다. 마당에서 안 보이는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특별히 재주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제주도에 살면 어쩔 수 없이 직접 하게 되는 일들이다. 원래 하던 일이 아니니 어떤 자재를 쓸지 고르고 선택하는 일도 어렵지만, 제주도라 건축 자재 배송이 늦고 날씨가 안 좋아서 공사가 지연되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되곤 한다.

게다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 히끄와 함께 깨끗한 집에서 오랫동안 살 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비싸도 오래가는 자재를 선택하게 된다. 흔히 자동차를 살 때 생기는 ‘보태보태병’이 집 수리에도 생기는 것이다. 마당 담장에 퍼져있는 담쟁이 가지치기도 마찬가지다. 담쟁이가 너무 자라나 잎에 병도 잘 생기고, 무성해져 보여 정리를 시작했다. 농사에서 가지치기는 ‘이러다 죽는 거 아냐?’ 할 정도로 해야 한다고들 한다. 담쟁이도 어느새 줄기 정도만 남기고 모두 정리됐다.

서울 출장에 다녀와서 히끄를 안았다.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되어준다.

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관리사무실에 전화하면 다 해결됐던 아파트에서 살 때는 알지 못했던 수고로움이다. 주택에 살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집 보수를 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고 안 하던 노동으로 손목과 허리가 아프지만, 마당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히끄를 보면 위안이 된다. 그렇게 히끄는 6년 전에도, 지금도 나에게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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