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엄정 대응'에 콧방귀도 안 뀌는 민노총.. "불법파업 용인한 정부 자업자득"

최효정 기자 2021. 10. 19. 15: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루 앞둔 민노총 총파업.. 정부 "엄정 대응" 외치지만
민노총 작년에도 총파업 강행.. 정부는 방치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1000명 넘게 나오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불법 집회로 방역 조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 인사들도 연이어 총파업 자제·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수장인 안경덕 장관은 아예 총파업이 노조법을 위반하는 부당한 파업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불법 행위가 발생할 시 엄정 대응하겠다며 경고하고 있으나 민노총은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20일 전국 곳곳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막을 수단이 뚜렷하지 않아 정부의 경고가 ‘공포탄’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이 서울 광화문 등지에 차벽을 설치한다는 입장이지만 산발적인 불법 집회를 막을 수단이 없고, 고용부 역시 총파업 참여 만으로는 적극적인 처벌을 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총파업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네거리 인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심 내 집회 금지 안내문이 놓여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는 20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민노총 ‘총파업 강행’… ‘엄정 대응’ 내세운 정부

앞서 민주노총은 오는 20일 전 조합원의 참여를 목표로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전국 동시다발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총파업 명분으로는 ▲비정규직 철폐 및 노동법 전면 개정 ▲코로나19 재난시기 해고금지 등 일자리 국가 보장 ▲국방예산 삭감 및 주택·의료·교육·돌봄 공공성 강화 등 3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110만명에 달하는 모든 인원이 집회에 참여할 가능성은 적지만, 절반 수준인 55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 각계에서는 민노총의 총파업 강행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방역의 고삐를 조여야 할 때 민노총이 정치적인 파업에 나선다는 비판이다. 자영업자 단체인 자영업연대와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전국 100개 대학에 대자보를 붙였다. 자영업연대는 “민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며 국민의 삶을 인질로 협박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아예 “정당한 파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노조법은 ‘쟁의행위는 목적·방법·절차가 법령과 사회질서에 위반돼선 안 되고 폭력이나 파괴행위도 안 된다’(37조1항, 42조1항)고 정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부 장관이 민노총의 총파업이 노조법에 위반돼 부당하고 적법하지도 않다고 규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민노총 총파업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최대한 파업을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며 불법행위는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19일 “민주노총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방역수칙에 맞게 소규모 집회로 신고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수 인원이 집결하는 전형적인 ‘편법 쪼개기 집회’가 이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불법 행위 발생 시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이 신고한 집회에 대해 모두 금지 통보를 하고, 경찰 역시 광화문 등지에 차벽(車壁)을 설치하는 등 엄정 대응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 앞에서 열린 총파업대회 보장과 양경수 위원장 석방 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노조 앞에선 무기력한 정부의 이중잣대… 이번엔 다를까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측에 “총파업 대회를 보장하고 양경수 위원장을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불법 행위 발생시 “지위를 막론하고 끝까지 처벌한다”며 정부가 엄정 대응을 경고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파업 절차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의 ‘폭주’가 결국 그간 불법 쟁의를 소극적으로 방치해온 정부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민주노총은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더 컸던 작년 11월에도 노조법 개정 저지 등을 내걸고 총파업을 강행했지만 별다른 처벌이나 제재가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불법 집회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지만,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강행했고 전국 각지에서 집회가 열려 3만4000여명이 참여했다. 집회 당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어기는 사례가 빈번했으나 경찰이나 고용노동부 모두 손을 놓고 방치했고, 정부가 불법 집회에 대해 적극적인 처벌보다 소극적인 방조를 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6월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4000여명이 여의도 공원에서 1박 2일 동안 집회를 열었지만 강제 해산 등 조치는 없었다. 7월 3일에도 민주노총은 8000여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었지만 역시나 경찰은 운집을 막거나 해산조치를 하지 못 했다.

이에 비해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는 임시 검문소까지 운영하며 강도 높게 통제해 정부와 경찰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총파업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노조법에 따라 불법쟁의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총파업 참여만으로는 불법 쟁의 여부를 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후 처벌보다는 사업자와 노조간 조정과 협의를 지원해 선제적으로 파업 참여를 막고, 현장지도에 나선다는 입장을 총파업 하루 전날까지도 내놓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총파업 참여만으로는 불법 행위로 규정할 수 없다”면서 “고용부에 불법쟁의에 대한 수사권이 있고, 처벌을 요구할 수 있으나 해당 상황이 노조법에 열거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총파업 집회에 대비해 서울 도심에 ‘십(十)자 차벽’ 설치를 검토 중이다. 서울광장 프라자호텔 인근부터 세종로 사거리를 지나 광화문 광장까지 남북 구간, 그리고 서린동 일대부터 구세군회관까지 동서 구간까지 십자 형태로 차벽을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집회 전체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정부 태도에도 비판이 쏟아진다. 지난 18일 전·현직 공직자, 교수, 금융인, 법조인 등 각계 인사 80명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어설프게 노사관계를 안정시킨다고 불법폭력 파업을 용인했고 노조에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민노총이 정상적인 노동운동을 이탈한 데는 정부와 정치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성명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태기 전 단국대 교수,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