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마이뉴스

부채 늪에 빠진 광주 청년들이 이 사람 찾는 이유

김동규 입력 2021. 10. 19. 17:36 수정 2021. 10. 20. 09:1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청년금융소외시대 ⑪] 광주 청지트 주세연 센터장 인터뷰

[김동규 기자]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주세연 센터장
ⓒ 주세연
광주에는 지역 청년들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광주 청지트)'가 있다. 광주 청지트는 지난 2018년부터 광주시의 청년 금융복지 지원사업을 위탁해 '광주청년드림은행(아래 드림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 청지트는 1:1 내지갑상담을 통해 청년들의 경제 문제를 세심히 들여다본다. 내지갑상담은 청지트가 고안한 청년 맞춤형 재무상담이다. 광주 청지트는 지난 2021년 8월까지 1180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재무상담을 진행했으며 이 중 387명은 채무조정을 통해 신용회복을 지원받았다. 일선에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청년들에게 금융안전망을 제공해온 것이다.

18일 광주 청지트 주세연 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 센터장은 사례 제공에 동의한 청지트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 기획연재 '청년금융소외시대'를 통해 알리고 있다. '청년금융소외시대'는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지방 청년들의 경제생활을 다룬다.

아래는 주세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 청년 부채운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누구나 돈 때문에 슬퍼한 적 있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돈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했던 기억이 있었어요. 악기를 배우고 싶었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포기했고, 대학에 진학할 때에도 경제적 여건에 맞춘 선택을 했어요. 언제나 나아가는 선택보다 안정을 찾고 안주하는 선택을 했던 거예요. 그러다가 살면서 딱 한 번 돈 때문에 선택했던 안정의 길을 벗어나, 다른 선택을 해보자고 시작해본 게 이 활동이었어요. 누구에게나 돈에 대한 고민 하나쯤 있으니까, 잘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광주 청지트 활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광주청년유니온에 가입했어요. 청년 세대별 노동조합인 광주청년유니온은 기존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청년들의 노동조합이에요. 그래서 삶이 안정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돈과 부채와 관련된 문제가 드러났던 것 같아요. 이후 광주청년유니온이 광주 경실련과 함께 청년부채를 중심 의제로 한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청년부채를 사회적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활동에 이끌려 참여하게 됐죠. 이후 2017년 9월 12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창립되면서 사무국장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 청년 경제문제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청년이 지금 겪는 어려움은 변한다는 데 있어요. 지금의 상태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지금은 취업을 준비하며 생활비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후에 취업을 하고도 안정과 안전을 위협을 받는다는 것인데요.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서 겪는 어려움이 다양하죠. 활동을 하며 다양한 영역에 관심갖게 되는 것도 이 까닭이에요."

- 1:1 내지갑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부채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잖아요? 우선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찾기 위한 상담을 진행해요.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해결책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 사람에게 1시간 30분씩 두 번 1:1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고 있어요. 부채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이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떤 삶을 그려나갈지 고려하면서 해결책을 쓰고 있어요. 그래야 돈에 이끌려 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 직접 상담하신 사례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상담 오시기 1주일 전에 돈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던 내담자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가진 빚이 300만 원도 안 됐어요. 20대 초반이셨는데요. 자기가 이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셨던 분이었어요. 이분이 상담을 받으시고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선택은 순간이지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삶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돈도 돈이지만, 그 어려움을 딛고 이겨내는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이럴 때 이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청년들이 부채를 지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30%는 가족과 관련되어 있어요. 가족이 아프거나, 빚을 진 경우에요. 다른 30%는 생활비 문제에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선택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요. 또 다른 30%는 병원비나 학자금 대출인 거 같아요. 나머지 10%가 소비 관리를 못 했다거나, 도박을 한 경우예요.

부채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인식되지만, 우리의 경제적 삶은 사회구조와 분리될 수 없어요.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월 60만 원 소득자가 2천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어요. 저는 다양한 원인들을 두고, 공통적으로 제도의 문제가 확인되는 사안들은 사회구조적으로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청지트만의 경제 철학이 있다면요?
"돈을 다루지만, 돈만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게 청지트에요. 돈뿐만 아니라 삶을 이루는 다양한 가치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가치들을 이루기 위해서 돈을 잘 쓰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돈을 아끼자고 하지 않고, 잘 쓰자고 말해요."

- 최근 광주에서 청년부채 지원사업 중단과 관련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해마다 청년부채 지원사업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저희들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드림은행 폐지 논란이 있었어요. 보고 싶지 않은 청년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의 시선에서 청년은 멋지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모습이어야 하는데, 저희가 만나는 청년들은 자신의 삶에서 겪는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거든요. 

또 이 사회에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에요. 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사회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많은 시민들의 작은 마음들이 이렇게 드러나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임에도 믿고 기다려주는 사회적인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