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TV토론 실력 늘었다는데, 알고 보니 '카게무샤' 있었네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1. 10. 20. 10:00 수정 2021. 10. 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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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종 경선 4인 토론회가 이어지면서 후보간 토론 배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TV토론은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상대적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1대 1 맞수 토론’이 진행되면서 검찰총장 출신으로 정치 초보인 윤석열 후보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021년 9월 16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가 과거보다 진전된 토론 능력을 보이는 데는 숨은 비결이 있다고 한다. 바로 ‘카게뮤샤(대역) 트레이닝’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달 8일 2차 컷오프 이후 실전 TV토론에 대비해 대역 토론 연습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TV토론에서 가장 요주의 상대는 홍준표 후보였다. 그래서 홍 후보와 닮은 그리고 스타일도 비슷한 사람을 토론 대역으로 세워 토론 스파링을 했다는 것이다. 그간 TV토론에서 홍 후보의 전방위 공세에 밀렸던 것을 ‘카게무샤 훈련’을 통해 많이 극복했다고 한다. 그 다음 연습 상대는 유승민 후보였다. 경제 논리와 구체적 수치, 디테일에 강한 유 후보에 맞춰 토론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은 실제 TV토론 처럼 강도높게 이뤄졌다고 한다.

‘카게무샤 트레이닝’ 이후 윤 후보의 실제 TV토론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캠프 사람들은 말한다. 과거처럼 우물쭈물하며 수비만 하던 데서 벗어나 상대의 공격을 맞받아치고 때로는 아웃복싱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홍 후보와의 1대 1 맞수토론에서 윤 후보는 홍 후보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반격하곤 했다. 유 후보와 토론 때는 복지 확대를 위해 기존 예산을 얼마나 줄일 수 있다는 거냐는 공격을 받았다. 윤 후보는 거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면서 복지 예산 전반에 대해 말하는 아웃복싱을 구사했다. 그러다 맨 마지막에 “그럼 유 후보는 세금 늘리자는 거냐”고 반격을 날렸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2차 컷오프 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가 자기 스타일을 살리지 못한 채 얼어있었는데 최근 긴장감이 풀리면서 자기 스타일이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정책과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 튀어 나오는 말실수다. 윤 후보는 19일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호남 사람들도 그런 말을 꽤 한다”고 말해 여야 모두에서 ‘망언’이란 비판을 받았다. 캠프 내부에선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 하는데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걱정이 많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는 최근 톡톡 튀는 ‘홍카콜라’ 이미지에서 원숙한 대선 후보 이미지를 심기 위해 강한 말과 마구잡이 공격을 가능한 피하고 있다. 윤 후보와의 맞수 토론에서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윤 후보의 반격도 받아주는 등 달라진 모습이었다. 무례하고 버럭하며 막말을 한다는 과거 이미지를 벗고 안정적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카콜라가 달라졌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홍준표만의 맛과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근 TV토론을 두고 과거 홍 후보의 날카롭고 시원한 맛이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홍 후보에 대해 “술 취한 할아버지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과거 스스로를 ‘도꾸다이’(나홀로)라고 불렀다. 누구에 의지하지도 패거리를 짓지도 않고 홀로 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을 쓰지 않는다. 대통령은 여당이라는 정치 집단의 최고 우두머리인데 홀로 가면 되겠냐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젠 ‘도꾸다이’가 아니라 다 함께 가는 리더로 변신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를 받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경제·정책통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윤석열 공격수’로 나서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최근 ‘대장동 일타강사’로 뜬 이후 TV토론을 가장 잘 한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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