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휩쓴 '표절 달인' 손창현.. 또 표절로 상 받았다

김소정 기자 입력 2021. 10. 20. 14:45 수정 2021. 10. 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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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다른 사람의 문학 작품 등을 표절해 각종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어 논란이 됐던 손창현씨가 9개월 만에 또 다시 남의 작품에 손을 댄 사실이 밝혀졌다.

손씨는 지난달 A문인협회가 주최한 백일장 대회에 ‘내게 준 선물 또 하나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출품했다. 협회는 심사를 거쳐, 지난 9일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를 발표했다. 손씨는 상금이 없는 ‘참방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12일 협회는 돌연 손씨의 수상이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그가 낸 산문이 표절작이었기 때문이다. 손씨는 2008년 ‘전국 이민자 정착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발표된 필리핀 이주 여성의 글을 제목만 바꿔 협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창현씨/SBS '궁금한 이야기Y'

협회 관계자는 20일 조선닷컴에 “공식적으로 수상작 발표를 하기 전, 제보가 들어왔다. 원문을 찾아내 표절 사실을 밝혀냈고 즉시 손씨의 수상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가 손씨에게 ‘왜 남의 글을 훔쳤냐’고 묻자 손씨는 곧바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손씨는 최근 제주도 산하 연구기관에서 진행한 ‘제주어 공모전’에서 산문 ‘옛날에는’으로 대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상 상금은 1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도용이었다. 원글은 리포트 공유 누리집인 ‘해피캠퍼스’에서도 누구나 볼 수 있었다. 19일 제주학연구센터는 표절 제보를 받고, 즉시 손씨의 수상을 취소했다.

◇ 표절로 공모전 싹쓸이..손창현 누구?

지난 1월 단편소설 ‘뿌리’로 2018 백마문화상을 받은 김민정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소설 본문 전체가 무단도용됐으며 제 소설을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의 작품을 통째로 베낀 인물은 바로 손창현씨였다. 손씨는 또 가수 유영석씨의 노래 후렴 가사를 자작시인 것처럼 공모전에 제출해 상을 받기도 했다.

손창현씨는 지난 1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서 그동안 30~40개여개의 공모전에 참여했고, 출품작 3분의1 정도가 타인의 작품이라고 인정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Y'

이같은 일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선 ‘상을 받는 보상심리’ 때문이라고 했다. 2017년 공군 소령 진급을 앞두고 부대에서 발생한 사고로 불명예 전역을 한 손씨는 그때 충격으로 공모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불명예 전역을 당하니 제 삶을 다 잃은 것 같았다.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 가끔 친한 사람들에게 소셜미디어에서 뭘 보여주고 싶었다. 상을 받으면 나에 대한 존재대로 알아주는 곳이 있구나, 취업은 매번 떨어져도 이런 식으로라도 상을 받으면 되게 기뻤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향해선 “그분들을 찾아뵙고 사과를 드리고, 무릎을 꿇고 그다음에 도의적으로, 법적으로 모두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반성하겠다던 손씨는, 9개월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남의 작품을 도용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손씨를 걸러내지 못한 허술한 검증 시스템도 문제다. A협회는 문제를 크게 일으키고 싶지 않다며, 손씨에 대한 법적 대응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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