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도 벤치마킹하겠다"며 한술 더 뜬 윤석열

오연서 입력 2021. 10. 20. 22:46 수정 2021. 10. 2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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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반성·사과커녕 망발..캠프서도 "가장 큰 실언"
윤 "경선 뒤 광주가서 위로할 것" 시혜적 태도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국민캠프 대구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에도 “어떤 정부 어느 정권에서든 효과를 나타낸 것이 있다면 뭐든지 벤치마킹해서 국민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인재를 기용해 역량을 발휘하게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물론 ‘윤석열 캠프’ 안에서도 “가장 큰 실언이었다”,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윤 전 총장은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 빼고 정치는 잘했다”는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에서 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뒤 ‘광주에 가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무슨 그걸 가지고 호남인들을 화내게 하려고 한 얘기도 아니고, 우리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국민들의 민생을 챙기기 위해서 국가지도자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제가 분명히 5·18이나 이런 것들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먼저 전제를 했는데 그런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무슨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한다든가 5·18에 대해 일반적인 시각과 다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좀 과도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가 조속한 사과를 주문하고, 캠프의 김경진 대외협력특보가 이날 “참모의 한 사람으로서 후보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면구스럽다”며 광주 시민에 대한 사과를 “참모진들이 말씀드려보겠다”고 밝혔지만,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되레 비판이 과도하다고 항변하고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앞서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어제 제가 하고자 했던 말씀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전두환 정권이 독재를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리며 방어막을 치고, 사과를 거부한 것은 큰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비판에도 ‘전두환 옹호’ 주장을 굽히지 않고 또다시 해명글을 올린 것이 캠프와 논의된 것이냐는 질문에 한 캠프 관계자는 “후보의 선택이었다”고 짧게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캠프 공보라인을 재정비하면서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보다는 독단적으로 메시지를 내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두환 옹호 발언은) 제일 큰 실언이라고 생각한다. 캠프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여러 경로로 ‘사과가 필요하다’ 등 의견을 후보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이날 저녁 대구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티브이 토론에서 “경제를 살리고 청년들에게 미래를 주기 위해서 정치적인 공과를 넘어서서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차원에서 말씀을 드렸는데 5·18 피해자분께서 그런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경선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그분들을 더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말했다. 캠프 안팎에서 사과 요구가 빗발쳤지만 자신의 발언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되레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학살에 트라우마가 있는 5·18 피해자들이 괴로워한다고 하니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시혜적으로 이들을 위로하겠다는 비뚤어진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윤 전 총장의 버티기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입장에선 본인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사과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 언어에 미숙했다는 것은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 일이 발전해나가지 않도록 조속히 조치했으면 좋겠다”고 윤 전 총장의 사과를 압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윤 전 총장의) 몇번의 실언은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지금 반복되고 있다. 통제불능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의 말은 본인의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당시 정치상황을 보면, 이건 진보·보수가 갈릴 수 없고, 호남만의 문제도 아니다. 독재와 공포정치에 떨었던 모든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윤 전 총장 비판을 이어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정치 입문 이후 하루도 빼먹지도 않은 비정상적인 언행이 급기야 군사 반란의 수괴 전두환씨를 찬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 호남 국회의원 25명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잘못된 권력욕에 사로잡힌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찬양 망언은 윤 후보가 군부독재의 후예임을 자임하는 것이며 천박한 역사인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캠프의 수석대변인이었던 박찬대 의원은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21세기형 전두환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것 아닌가”라며 “군복이 사라진 자리에 법복을 입은 전두환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직격했다.

오연서 최하얀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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