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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야근할 때, 누구는 한시간 48만원 강연료

김충령 기자 입력 2021. 10.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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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공무원들, 부업인가 일탈인가

“너무 바빠서 저녁 약속도 취소할 때가 허다한데, 저분들은 대체 언제 나가서 강연을 했나 싶네요.”

기획재정부 한 사무관의 하소연입니다. 20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재부·통계청·조달청 직원의 외부 강연 현황 자료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일부 직원은 통계청과 연구용역을 체결한 A기관에서 번갈아 강연했습니다. 이들은 대가로 1년간 총 1100만원의 강연료를 받았습니다. 한 기재부 직원은 관세청 산하기관 정보지에 매달 원고를 게재하고 연간 400만원이 넘는 원고료를 받았습니다. 아예 학원처럼 유료로 강의를 하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강연을 한 기재부와 조달청 직원도 있습니다. 외부 강연으로 연간 700만원을 번 서기관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좋게 말해서 ‘부업’이고, 심하게 말하면 ‘일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영리 행위가 금지되지만, 외부 강연은 할 수 있습니다. 단, 자신이 직접 담당하는 업무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소속된 부처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대가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강연이나 기고를 요청한 기관이 사실상 뇌물의 일환으로 고액의 강연료·원고료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재부는 2013년 행동강령에 ‘외부 강의 대가 기준’을 신설했습니다. 장관과 차관은 시간당 각각 40만원, 30만원 이하, 실국장·과장·서기관은 23만원 이하, 그 외 직급은 12만원 이하입니다.

양 의원 분석 자료를 보니 가장 비싼 강연료를 받은 사례는 25분에 20만원이었습니다. 한 시간에 48만원을 받은 셈입니다. 행동강령 위반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해당 부처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야근하는데, 누구는 외부 강연으로 돈벌이하냐”는 생각이 퍼지면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공무원들이 줄어들지 모릅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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