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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강남 시대' 막 내린다

박돈규 기자 입력 2021. 10. 21. 03:02 수정 2021. 10. 2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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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867편 공연·450만명 관람
내년 봄 역삼서 마곡으로 이전
"품질 유지하며 새로운 관객 개발"

서울 LG아트센터가 ‘이사’한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강서구 마곡동으로, 서쪽으로 23km 이동하는 셈이지만 예삿일이 아니다. 관객이 가장 신뢰하는 명문 공연장이 도시 외곽의 낯선 땅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LG아트센터는 20일 ‘역삼 마무리 및 마곡 이전’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2월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끝나면 마곡으로 이전해 새 공연장 시운전 등을 마치고 10월에 다시 문을 연다”고 발표했다. 심우섭 LG아트센터 대표는 “GS와 계열 분리된 후 강남을 떠나 LG R&D 연구 단지가 있는 마곡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며 “고민과 우려가 있지만 수준 높은 공연으로 서울 서남권 관객을 개발하며 변화에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아트센터가 내년 초 강서구 마곡동으로 이사한다. 사진 위는 현재 역삼동 공연장(1103석). 사진 아래는 마곡에 새로 들어설 LG아트센터 대극장(1335석). /LG아트센터

LG아트센터는 2000년 1103석 공연장으로 출발했다. “대중적 흥행에 연연하지 말고 최고 수준의 공연을 한국에 소개하라”(故 구본무 회장)는 주문대로 세계적 명성의 작품들을 들여오며 국내 컨템포러리 공연시장을 개척했다. 피나 바우슈, 매슈 본, 로베르 르파주, 레프 도진 등 거장들이 LG아트센터 무대에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났다. 또 초대권을 없애고 시즌제·패키지 등을 도입하는 등 한국 공연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9개월 장기 공연을 필두로 뮤지컬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마곡 서울식물원 입구에 들어설 새 LG아트센터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대극장(1335석)과 가변형 블랙박스(365석)를 품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라곤 하지만 충성 관객이 마곡까지 동반 이동할지는 미지수다. 이현정 공연사업국장은 “주변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관객 개발과 가족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역삼에서처럼 충성 관객이 믿고 찾아올 만한 작품들로 극장을 채울 것”이라며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LG아트센터는 지난 22년간 867편을 공연했고 450만명이 관람했다. 가장 큰 자산은 이른바 ‘내돈내산’으로 온 관객들이었다. 객석 분위기가 진지해지자 그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더 치열해졌다. LG아트센터에 대해 배우 박해수는 “그 극장에 갈 때마다 좋은 의미로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고, 연출가 양정웅은 “어떤 실험도 받아주는 든든한 홈그라운드였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최고의 예술성만을 기준으로 기획을 해준 덕분에 나도 어마어마한 영감을 받았다”며 “마곡에서도 똑같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개관 프로그램은 내년 상반기에 공개된다.

역삼동 LG아트센터 /LG아트센터

◇LG아트센터 22년

작품 867편

공연 6300회

관객 450만명

매표율(기획공연)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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