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환수 조항 '거부했다'던 李, 배임 몰리자 "보고받은 적 없다"

김형원 기자 2021. 10. 21. 03: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게이트] 이재명·국민의힘 '환수 조항' 놓고 공방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경기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문제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고, 이번에 언론 보도로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추진된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 과정에서 있었던 초과 이익 환수 조항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환수 조항 마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주체(主體)도 자신이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국회 국정감사 때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이 후보가 배임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을 계속 바꾸고 있다”고 했다.

여야(與野)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이 후보 배임 논란을 두고 충돌했다.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협약서 마련 당시 민간 사업자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이 삭제됐는데, 이를 누가 지시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성남시장 재직 때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자체를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제가 그때 의사 결정을 했다는 게 아니다”라며 “최근에 언론에 보도가 되니까 ‘아, 이런 얘기가 내부 실무자 간에 있었구나’ 알게 됐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과 이익 환수를) 건의받았는지, 제안이 있었는지를 제가 모른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을 앞두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은 최소 두 차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자 공모 지침이 배포되기 전인 2015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이현철 당시 개발 1팀장이 “경제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초과 이익) 검토를 요한다는 것”이라고 손으로 써서 보고했고, 민간 사업자가 선정된 그해 5월에도 다른 실무 직원이 “(초과 이익을 배분하는)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실무진 의견을 묵살한 의사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윗선’에도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라는 얘기가 나온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과 관련한 이 후보 말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는 “초과 이익을 나누자고 하는 것은 공모 지침 위반으로 위법하다”(10월 9일)→“경기지사 선거를 위해 사퇴했기 때문에 개발 이익을 환수할 권한이 없었다”(10월 12일)→”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10월 18일)→“이 후보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직접 반려했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그랬다’는 의미”(10월 19일)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대장동 ‘도둑 설계’를 지휘한 이 후보가 배임 혐의에서 벗어나려고 같은 사안에도 계속 말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이날 국감에서 배임 혐의와 직결되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초과 이익 환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주어(主語)를 바꾸셨다”며 “결국 1조 가까운 돈을 화천대유에 몰아준 것이 이 후보가 가장 두려워하는 배임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초과 이익 환수 요구를) 일선 직원이 했다는 건데, 당시에 간부들 선에서 채택하지 않았다는 게 팩트”라고 했다. 성남시장인 자신에게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며 “재벌 회장에게 계열사 대리가 제안한 게 있었다는 걸 보고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했다.

이 후보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과 무관하고, 그 자체도 배임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실무진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어떻게 배임이 될 수 있느냐” “상대방(민간 업자)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국토위 국정감사가 잠시 멈추자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은 처음부터 없었으니 ‘삭제’할 수 없다”며 “초과 이익 환수 추가 의견을 ‘미채택’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과도한 민간 이익은 국민의힘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방해하지 않았으면 지금 9000억대라고 하는 개발 이익을 성남시가 다 취득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처가(妻家)가 경기도 양평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제가 보기에는 (윤 전 총장이) 무법자 같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