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제조사들이 팔지도 않을 변이백신 만드는 까닭은?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10. 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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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강력한 변이 대유행시 백신 신속 개발, 제조, 허가 위한 리허설
인체에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주황색)의 전자현미경 사진./NIAID

미국 화이자의 알버트 불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정상회담에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할 경우 100일 내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필요성은 기존 백신이 듣지 않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경우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0일(현지 시각) “백신 제조사들이 다음 코로나 대유행에 대비해 기존 백신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나온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백신으로도 대부분 막을 수 있어 새 백신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더 강력한 변이가 나올 경우에 대한 예행연습 삼아 이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변이 대응할 리허설 성격

네이처는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 백신 3사로부터 새로운 백신 개발 계획을 들었다고 밝혔다. 백신 제조사들은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일종의 리허설과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접종 중인 백신은 모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아직 변이 바이러스를 목표로 개발된 백신은 없다. 기존 백신의 효력이 변이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필립 도르미처 부사장은 네이처에 “새 백신을 시험하는 것은 실제로 그런 백신이 필요해서가 아니다”며 “기존 백신의 면역력을 정말 회피하는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를 대비해 전임상연구와 생산,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 등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록펠러대의 폴 비에니아츠 교수는 “백신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돼도 어떤 시점에는 불가피하게 새 변이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며 “하지만 바이러스의 진화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으므로 기존 변이 바이러스로 시험하는 것이 합리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 돌기를 만드는 설계도격인 유전물질 mRNA를 만들어 지방으로 감싼 형태다. 이를 인체에 전달해 중화항체의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화이자는 강력한 변이가 발생하면 며칠 내 백신 설계를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전물질만 설계하면 되기 때문이다.

유전물질인 mRNA와 이를 이용한 코로나 백신 이미지.

◇백신 제조 3사 모두 변이백신 시험 중

화이자는 파트너인 독일 바이온텍과 함께 남아공발 베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해 930명에게 임상시험 중이다. 8월에는 인도발 델타와 영국발 알파 두 변이에 대항하는 복수 변이 백신 임상시험도 시작했다. 화이자는 추후 강력한 변이 발생에 대비해 백신 개발과 생산, 허가 등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시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모더나도 베타, 델타 변이에 대한 백신과 오리지널 바이러스와 베타 변이 결합체에 대한 백신을 300~500명 대상 임상시험 중이다. 자클린 밀러 수석 부사장은 네이처에 “임상시험의 목적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시험 사례를 제출해 강력한 변이 발생 시 백신 신속 허가 절차를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다른 무해한 바이러스에 넣어 인체에 전달하는 원리이다. 아스트라도 6월부터 베타 변이에 대한 백신을 2800명에게 임상시험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아스트라나 mRNA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이다.

베타 변이가 추후 나올 강력한 변이에 대항할 백신 개발의 주요 타겟이 된 것은 항체를 피하는 돌연변이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만약 나중에 기존 백신이 효과가 없는 강력한 변이가 나오면 분명 항체 공격을 무력화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골수에 있는 형질 B세포의 현미경 사진.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은 이 B세포가 골수에 자리잡고 계속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를 생산한다./Nature

◇전통적 임상시험보다 혈액검사 추진

새로운 변이에 대한 백신 개발은 임상참가자를 구하기 어렵다. 선진국은 이미 백신 접종자가 대부분이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 있어도 윤리적 문제가 있다. 이미 백신이 있는데 일부는 일부러 가짜백신을 주고 시험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백신 제조사들은 소수 대상 면역원성 비교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고 혈액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면역세포인 B세포가 기존 백신 접종자 같은 정도로 생성되는지 비교하는 것이다.

실제 백신은 백신 접종 후 장기간 관찰하면서 미접종자에 비해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지 추적한다. 따라서 면역원성 비교로는 백신이 감염을 막는지 확실히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런 능력이 있는지는 빨리 알아볼 수 있다.

면역원성 비교임상은 우리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에 허가한 방법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면역원성 비교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모더나 역시 같은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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