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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구글도 모른다, 아슬아슬 10대의 性 [왓칭]

손호영 기자 입력 2021. 10. 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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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국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첫번째 시즌의 한 장면. 오티스(왼쪽)와 메이브는 또래 친구들에게 올바른 성상담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섹스 클리닉 사업을 시작한다./넷플릭스

10대의 성(性) 고민을 다루는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정작 당사자인 10대가 볼 수 없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드라마의 원제는 ‘SEX EDUCATION(성교육)’. 2019년 첫 시즌 공개 후 10대 대신 20~30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화제의 영국 드라마다. 첫 시즌 공개 후 한 달 간 4000만 가구가 시청했다. 새 시즌을 공개할 때마다 글로벌 순위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는데, 최근 공개된 세 번째 시즌은 ‘오징어 게임’의 기세가 너무 강한 탓에 금방 밀려났다.

‘스킨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계보를 잇는 파격적인 콘셉트의 영국 하이틴 드라마다. 한국이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를 제패했다지만 이런 영역에선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 방송 콘텐츠 중 10대의 성을 ‘즐거움’의 관점에서 접근한 걸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일탈’이나 ‘비행’, 부모의 돌봄에서 멀어진 일부 청소년들의 자기파괴적 행위로 10대의 성을 묘사하는 우리 미디어와 ‘오티스’는 정확히 반대쪽 극단에 있다. 판단은 일단 미루고, 일단 10대의 내면에 공감하며 들여다본다.

보수적인 성향의 학부모들이라면 이 드라마가 많이 불편할 수 있다. 학교 성교육 교재에서 성교를 “신난다” “재미있다”고 묘사했다고 난리가 난 게 불과 1년 전이다. 그러나 청소년 100명 중 4.6명이 성관계를 하고(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2020년도 기준), 그 중 66.8%만이 피임하며, 이들의 평균 성관계 시작 연령이 만 13.6세(2018년도 기준)인 게 현실이다. 당장 유튜브만 봐도 얼굴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성 경험을 털어놓는 10대들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무조건 감추고 숨기는 것만이 답일까.

성 상담가인 엄마 진(오른쪽)은 수시로 부모자식 간 지키고 싶은 적정선을 넘어온다. 엄마에게만은 고민을 숨기고 싶은 오티스는 괴로워한다./넷플릭스

주인공 오티스 밀번(에이사 버터필드)은 성(性) 상담사인 엄마 진 밀번과 단둘이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소심하고 존재감 없는 학생이지만 어깨 너머로 배운 성 지식만큼은 또래를 압도한다. 신체 구조 같은 기본지식은 물론 다양한 성적(性的) 증상과 원인이 되는 심리까지도 꿰뚫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그의 성 상담 능력을 알아본 동급생 메이브 와일리(엠마 맥키)가 오티스에게 돈을 받고 상담해주는 교내 섹스클리닉을 열자고 제안하면서 두 사람의 비밀스런 사업이 시작된다.

적나라한 10대의 성생활을 눈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다면 시청하지 않기를 권한다. ‘10대의 성’이란 도발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화면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성관계 장면은 물론 직접적인 성기 노출과 동성간 관계 등 수위 높은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임신, 성 정체성 고민, 낙태, 성폭력, 가족·친구 관계, 장애 등 2021년의 10대가 고민하는 지점들을 진지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의 한 장면. 오티스의 가장 절친한 친구 에릭(오른쪽)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동성애자로 오랜 기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넷플릭스

10대의 성 고민은 어른들 생각처럼 초보적이거나 단순하지 않다. 난생 처음 자신을 성적인 존재로 탐닉하는 과정. 어쩌면 어느 세대보다 제대로 된 상담이 필요한 시기일지 모른다. 조언해주는 어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열여섯살 또래의 관점으로 풀어가는 성 상담에 의지하고 위로받는다.

이들의 첫 상담은 성기 크기에 대한 고민과 불안에 사로잡혀 사정을 하지 못하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서 시작된다. 상담이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면서 물밀듯 상담 요청이 들어온다. 음모가 너무 많아 고민하는 친구, 자위행위에 중독된 친구, 캄캄한 곳에서만 관계를 맺으려는 여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커플들이 모두 오티스를 찾는다. 교내에 성병인 클라미디아가 퍼졌을 때, 누군가의 성기 사진이 유출돼 고통받을 때 이 문제들을 나서서 해결하는 것도 오티스의 역할이다.

학생회장이자 촉망받는 수영선수인 잭슨 마르체티(왼쪽)는 레즈비언인 두 엄마와 함께 산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기대로 심한 압박감을 느낀다./넷플릭스

그렇다고 단순히 잡다한 성지식만 늘어놓는 드라마는 아니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고민엔 트라우마나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 부모와의 관계, 친구 관계, 가정환경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뭐든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 성폭력에 대한 트라우마 등 다양한 이유가 무어데일 고등학교의 10대들을 괴롭게 한다. 드라마는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각 인물의 서사를 충분히 공감 가능하게 풀어간다. 드라마를 보는 성인들이 “위로받았다”는 후기를 남기는 이유다.

일례로 주인공 오티스는 친구들 사이 ‘섹스 신동’으로 통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릴 적 상처로 남모를 성 문제를 안고 산다. 자위행위 그 자체에 불결함과 압박감을 느끼며, 동급생 친구 꿈을 꾸고 몽정한 것만으로도 죄책감에 시달린다. 오티스는 성 전문가인 엄마에게 이런 사실을 숨기려고 야한 잡지를 일부러 들키거나 핸드크림을 티슈에 잔뜩 짜 숨겨두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런 오티스의 상처 극복과 성장기이기도 하다.

조회시간 모두가 모인 강당에서 동급생들이 함께 "It's My Vagina(나의 질입니다)"를 외치며 연대하는 장면./넷플릭스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연대(連帶)’란 주제도 뻔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다루고 있다. 시즌 1-5화의 결말은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동영상 클립 등으로 알려져 유명하다. 교내에 성기 사진 유출로 피해받는 친구가 생기자, 학생들은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성기 사진을 찍어 보낸 헤픈 여자애가 대체 누구냐”는 식이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부모의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방식으로 진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란 걸 경험적으로 안다. 연대하며 나선 학생들의 용기가 피해자를 위로하는 가장 빠른 해결책이었다.

연대의 힘은 다음 시즌에서 다시 한 번 발휘된다. 등굣길 버스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에이미(에이미 루 우드)의 에피소드에서다. 낯선 남성이 몰래 자위행위를 하며 에이미의 옷에 사정한다. 에이미는 “그냥 많이 외로웠거나 머리가 나쁜 거겠지”라며 수치심을 회피하려 한다. “내가 그 남자에게 미소를 지어서 그런 건 아닐까” 자책하기도 한다. 남자를 다시 만날까 두려워 버스를 타지 못하고 하염없이 걷는 에이미를 위해,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이 모두 함께 버스에 오른다. 보는 이들에게도 ‘버스에 오를 용기’를 준다.

주인공 '메이브'는 드라마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다. 아버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고, 어머니는 마약에 중독돼 자식을 버리고 떠났다. 홀로 지내며 생계를 유지하는 메이브는 겉보기엔 차갑고 냉정하지만, 실제론 주변을 돌보고 어려운 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따뜻한 캐릭터다. 책을 사랑하고 글쓰기에 재능있는 학생이다./넷플릭스

아마도 가장 민감한 문제일 ‘낙태’를 다루는 방식도 전에 없던 구도다.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아 혼자 트레일러에 사는 메이브가 임신했을 때, 드라마는 그에게 과한 고통과 불안감을 부여하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A+ 수준의 에세이를 대필하는 일로 생계를 꾸리는 메이브.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조차 벅찬 10대 소녀가 임신했을 때 어차피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그러나 메이브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선택지를 하나하나 고민하고, 최선의 판단을 내린다. 그 과정에서 슬픔과 두려움 같은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지게 된다. 드라마는 자기결정권 존중과 본능적·현실적인 자책감 사이 그 중간 지점을 섬세하게 짚는다. 오티스는 낙태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어떤 선물을 고를지 고민하다가, 결국 꽃을 고른다. 그저 집까지 함께 걸으며 담담히 메이브의 말을 들어준다.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의 한 장면./넷플릭스

드라마는 국가와 시대 배경을 뒤섞어 알 수 없게 설정됐다. 말투엔 다양한 영국 억양이 섞였고 옷차림과 생활 양식은 80년대 미국처럼 꾸몄다. 촬영은 영국에서 했지만 학교 환경은 전형적인 미국이다. 국가와 시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있는 고민이라는 걸 강조하려는 듯하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의 타깃이 궁금해진다. 제작자 로라 넌(Laurie Nunn)은 “누구에게나 내면의 10대가 있고 본능적으로 그 감성에 끌린다”고 했다.

개요 드라마 l 2019~ l 영국 l 시즌 3 l 41~52분·8편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특징 ‘스킨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계보를 잇는

평점 로튼토마토🍅96%, IMDb⭐8.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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