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개미 몫” 주가가 단기 초급등하면 생기는 일 [왕개미 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1. 10. 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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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장 마감 후 코스피 상장사인 조일알미늄이 ‘유상증자 결정’이란 제목으로 공시를 냈다. 총 437억원 규모로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일 조일알미늄 유상증자 결정 공시

조일알미늄은 연초만 해도 최저 549원에 거래되던 동전주였다. 최근 5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알루미늄값 급등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지난 달 주가가 급등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일알미늄은 최근 6개월 주가 상승률이 240%로 코스피 기준 820개 상장사 중 1위였다(참고로 2위는 한전산업 215%). 지난달 8일엔 주가가 3805원을 찍었다. 사상 최고가다.

이런 훈훈한 분위기 속에 회사는 지난 20일 갑자기 유상증자 공시를 내놓은 것이다. 유상증자 공시가 나온 후 첫 거래일인 21일 오전 11시 현재, 조일알미늄은 전날보다 7% 하락한 27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조일알미늄 주가 추이:최저, 최고 시기 표기

박민수(필명 샌드타이거샤크) 경제 칼럼니스트는 “주식 투자에 있어 유상증자는 개인들이 피해야 할 악재 요소”라면서 “모든 유상증자는 주식 수 증가를 불러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1주당 1만원, 10주로 구성되어 있는 종목이 있다고 하면 시가총액은 10만원이다. 하지만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20주가 되면 주가는 5000원이 되어야만 동일한 시가총액 10만원을 유지할 수 있다.

박 칼럼니스트는 “일부 성장주의 경우 시설 투자가 필요하고, 시설 투자 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단기 충격 후에 재상승하기도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라면서 “유상증자 목적 중 운영자금 같은 경우는 회사를 운영할 돈도 없다는 얘기이므로, 유상증자로 주주에게 돈을 받아서 연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당기순이익이 나면서 부채비율이 100% 이내인 안정적인 기업 위주로 선별해서 투자하는 게 중요합니다. 복잡하다면 배당주는 기업으로 시야를 좁히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업이 배당을 준다는 것은 먹고 살만 하다는 의미니까 유상증자 같은 악재는 터지지 않겠죠.”

최근 1년간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주가 추이:최저, 최고 시기 표기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 생기는 또다른 일은 대주주의 차익 실현이다.

지난 15일 넷플릭스에 ‘마이네임’이라는 드라마가 공개되자, 제작사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드라마 공개 당일 4% 넘게 올라 3320원에 마감했고, 주말이 지난 18일엔 상한가를 찍었다. 드라마 마이네임이 지난 17일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4위에 올라섰다는 호재 뉴스 때문이었다. 뒤이어 19일엔 52주 신고가인 4920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최대주주도 움직였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지분 50.98%를 보유하고 있던 최대주주 에스엘바이오닉스(옛 세미콘라이트)는 드라마 공개일부터 연일 주식을 팔아 치웠다. 나흘 동안 총 888만9667만주를 장내 매도해 약 390억원을 현금화했다. 최대 주주의 지분율은 종전 50.98%에서 27.09%로 낮아졌고, 최대 주주가 내던진 물량은 대부분 개인들이 받았다.

15~20일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대량 처분했다.

이처럼 실적이 썩 좋지 않은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면 나오는 것이 유상증자 혹은 대주주 지분 매각이다. 지난해 코로나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시가총액이 자그만치 10조원까지 불어났던 신풍제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 시대의 최고의 주식이었다. 2019년 말 7000원대였던 주가는 작년 말 12만4000원까지 올라 1년간 1613% 올랐다. 신풍제약 우선주는 1955% 폭등해 전체 주식시장을 통틀어 1위였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자, 신풍제약은 지난해 9월 자사주 128만9550주를 팔아 총 2153억원 규모의 차익을 챙겼다. 전년 순이익(18억원)의 약 120배 규모다. 회사 입장에서는 120년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돈을 자사주 매각으로 한번에 확보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16만6000원이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최대주주 송암사가 주식 20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처분하며 1680억원을 현금화했다. 1주당 8만4016원이었다. 송암사는 신풍제약 창업주인 고(故) 장용택 회장의 장남인 장원준 전 사장이 지분 72%를 보유한 회사다. 21일 오전 신풍제약은 6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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