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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발 물가 비상, 생산자물가 +7.5%.. 10년 5개월 만에 최대 폭

김정훈 기자 입력 2021. 10. 21. 18:03 수정 2021. 10. 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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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그래픽=김성규

9월 생산자물가가 1년 전보다 7.5% 상승했다고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2011년 4월 역대 최고 상승률(8.1%)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대 급등이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공산품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생산자물가는 1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단계적으로 반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생산자물가는 기업들의 출하 물가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향후 소비 심리와 경제 전반의 회복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생산자물가가 이처럼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10월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9월 6개월 연속 2%를 웃돌았는데 10월에는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지는 동시에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생산자물가 6개월 연속 신기록 행진

한은의 생산자물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생산자물가지수(2015년이 100)는 111.13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 등에 따라 석탄·석유 제품과 열연강판 등 1차 금속 제품의 작년 9월 대비 상승률이 각각 59.2%, 31.7%로 크게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1년 전 40달러 수준에서 9월 들어 70달러대로 올라서자 자동차 연료에 주로 쓰이는 경유는 전년 동월 대비 66.9% 급등했고,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의 주원료인 나프타는 같은 기간 72.1% 뛰었다.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의 감산 정책과 겨울철 급등할 수요로 국제 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10월 제품 가격은 전년 대비 더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크게 출렁이며 선박 건조와 건설 업종에 주로 쓰이는 중후판과 자동차와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아연 도금 강판도 1년 만에 60% 이상 높아졌다. 철강 업계는 조선사·자동차 업체와 정기적으로 판매 가격을 협상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다 반영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9월 t당 120달러 수준이었던 철광석 가격은 2분기 200달러를 웃돌았고,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1년 전 t당 100~130달러에서 최근 400달러에 육박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워낙 급등한 탓에 아직 가격 인상분을 다 반영하지도 못한 상태”라며 “앞으로 더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비스 가격도 오름세다. 항공 화물(전년 동월 대비 31.1%), 냉장·냉동 창고 운영비(11.2%)가 많이 올랐다. 택배사들이 근로자 과로 방지 대책으로 인력을 추가 투입하면서 택배 비용도 1년 전보다 20.6% 올랐다. 농림수산품의 전체적인 생산자물가는 추석 이후 소비가 줄면서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쌀(12.6%), 콩(21.4%), 돼지고기(18.3%), 닭고기(20.5%) 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정부 물가 대책 효과 의문

정부는 유류세 인하, 액화천연가스(LNG) 무관세, 가스 요금 등 공공 요금 연내 동결 등 전방위적인 물가 안정책을 꺼내 들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를 2%대로 묶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빠르면 26일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류세 인하와 함께, 11월부터 원유와 LNG 등에 대한 할당관세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200원대에 육박하고 있어 수입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정부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슬로플레이션

더딘 성장(slow growth)의 ‘슬로’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경기 둔화 속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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