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재택근무도 끝? 사장도 직원도 절레절레

김지섭 기자 2021. 10.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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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 재택 유지가 대세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반강제적 재택(在宅)근무에 돌입했던 기업들이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맞아 새로운 근무 형태를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직원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마쳤고, 보건 당국의 지침도 완화된 만큼 사무실 출근이 가능해졌지만, 노사(勞使) 모두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사무실 유지 비용을 줄이고 업무 효율을 올릴 수 있었던 점이 눈에 밟히고, 직원들은 낭비되던 출퇴근 시간을 아끼고 자유롭게 근무하던 생활을 포기하려니 아쉬움이 커졌다. 반면 “재택근무는 바로잡아야 할 ‘일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최고경영자)처럼 재택근무를 ‘악(惡)’으로 보는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일러스트=김영석

◇'뉴노멀’된 재택근무

코로나 시대 이후의 근무 형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것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상시화하거나 연장하는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내년 1월부터 사무실 근무를 재개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출근 일수를 팀장이 알아서 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한발 더 나아가 풀타임 근로자 4만명 전원에게 “회사 밖에서 일하고, 한 달 최대 3일까지만 사무실에 나오라”고 통보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일제히 사무실 출근 시점을 늦추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사무실 복귀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고, 페이스북과 구글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군은 재택근무를 계속해도 된다고 공지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미국의 주요 상장기업 61곳을 조사한 결과, 69%가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대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팬데믹 이후 직원의 30~50% 정도만 사무실 근무를 하는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해온 대기업들은 점차 재택 비율을 늘리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작년 말 재택근무제를 공식 제도화한 데 이어 LG전자와 SK텔레콤은 직원들이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제도인 ‘리모트 워크’와 ‘워크 애니웨어’를 각각 시행 중이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올해 자율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82개사 응답)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비율(43.6%)로 “코로나 종식 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할 것 같다”는 답변이 나왔다.

◇기업도 ‘재택’ 선호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이 집에서 일하면 관리·감독이 어려운 데다 사내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유기적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재택근무제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효과가 적지 않고, 직무에 따라 업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 대규모 인력을 모아놓으려면 임대료, 전기·난방비, 기타 관리비 등 매달 막대한 비용이 든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재택근무 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직원당 필요 사무공간 면적을 평균 20% 줄일 수 있다. 또한 미국 스탠퍼드대 니컬러스 블룸 교수가 지난 2015년 중국 여행업체 ‘시트립’에서 9개월간 1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효과를 측정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자는 생산성이 20~30% 높았고, 재택근무자 1명당 연간 2000달러(약 240만원)를 절감할 수 있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오계택 연구위원은 “직장인은 출퇴근하며 소진되는 에너지가 상당한데 이것만 아껴도 업무 효율성을 상당 부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1년 반가량 재택근무를 경험해본 직원들도 사무실 근무보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경제포럼이 29개국 근로자 1만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2(66%)는 “코로나 종식 후에도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했고, 3분의 1가량(30%)은 “사무실 근무 강요 시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다 보니 인력난이 심한 업종에서는 인재 유치를 위해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은 개발자 채용 경쟁을 벌이며 재택 등 유연근무에 더해 ‘재택근무용 가구 지원’을 혜택으로 내세웠다.

◇”사무실과 집, 모두 필요...’하이브리드’ 근무 정착할 듯”

하지만 재택근무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면 의사소통과 협업이 부족해지면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데다 신입직원 교육 등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려면 구성원끼리 둘러앉아 토론해야 하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모이기 어렵다”며 “재택근무는 장점이 없다”고 했다. 직장인들도 재택근무를 무조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재택근무 직장인 9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2.1%는 “재택근무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하루 종일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느라 더 피곤하다는 것이다.

‘업무 공간’으로서 집과 사무실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앞으로 주된 근무 형태는 회사 및 직무 특성에 따라 집, 사무실, 원격(거점) 오피스를 적절히 섞은 ‘하이브리드’ 체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BBC가 4700명의 지식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72%는 풀타임 재택보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마케팅 전문가인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월·수·금 재택, 화·목 출근처럼 부분 재택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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