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걸음마… 고체연료엔진·발사체 재활용까진 먼 길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10. 22.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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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우리 힘으로 쏜 로켓… 향후 남은 과제는

최근 달아오르는 우주 산업 경쟁에 뛰어들려면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발사체 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조사 업체 비전게인에 따르면 우주 발사체 시장만 해도 2019년 95억달러(약 11조원)에서 연평균 15%씩 성장해 2030년에는 476억달러(약 5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위성 모사체 궤도 최종 진입은 실패했지만 비행 능력은 입증했다. 우리가 세계 발사체 서비스 시장에서 선진국과 경쟁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리호 기술이 완성되더라도 안전성과 경제성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한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 모두 확보해야

현재 우주 발사체 시장은 미국 스페이스X와 ULA, 유럽 아리안스페이스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반복 발사로 신뢰성과 성능을 확보했다. 아리안 5호는 1996년 첫 발사 이후 지금까지 100번이 넘게 우주로 향했다. 이뿐이 아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기술로 1회 발사 비용을 3분의 1 정도로 줄이면서 우주 산업의 상용화 시대를 열었다. 미국 NASA(항공우주국)가 관련 기술을 민간에 대폭 개방하면서 기업들의 참여를 이끈 것이 결실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로켓 재활용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연구실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종빈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정책1팀장은 지난 14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포럼에서 “현재 전 세계 우주 발사체 개발의 키워드가 재사용이지만 우리나라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우주 서비스 시장에서 위성을 발사해 돈을 벌 수 있어야 진짜 산업화를 이룰 수 있다”며 “최소 1년에 두 번씩 발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위성 쏘려면 고체 연료 로켓 개발해야

대형 위성을 탑재하려면 추력을 보강할 수 있는 고체 연료 엔진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 연료를 우주 발사체에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실제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7월 우주 발사체용 고체 엔진 연소 시험에 성공하며 고체 엔진 로켓 개발의 첫 발을 내디뎠다.

고체 엔진은 액체 엔진과 달리 연료와 산화제를 발사 시간에 맞춰 주입하지 않고 늘 충전한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그만큼 발사 준비가 쉽다. 이런 장점으로 주로 군용 미사일 추진 엔진으로 쓰여 그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에서 개발을 제한했다. 구조도 액체 엔진보다 간단해 제작이 쉽고 개발 비용이 저렴하다.

고체 엔진은 로켓 맨 상단에 탑재해 발사체의 궤도를 바꾸거나 액체 로켓 1단 옆 보조 발사체로 활용한다. 실제로 유럽 아리안, 일본 H2 우주 발사체도 고체 발사체를 보조 로켓으로 쓰고 있다.

고체 엔진 우주 발사체도 민간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정부는 2024년까지 민간 기업의 고체 엔진 발사체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고체 엔진 우주 발사체는 구조가 단순해 빨리 만들 수 있고 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액체 엔진 발사체와 함께 엡실론이라는 고체 발사체도 운용하고 있다.

◇민간 참여 확대하고 정부도 긴 안목으로 지원해야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사례에서 보듯 민간의 참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누리호 개발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중공업 등 300여 민간 기업이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우주 개발에서 민간의 참여는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실행하는 수준에 그친다.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하면서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 개발이 국가 주도의 연구 개발에 의존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도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미국 나사가 수십 년간 쌓은 기술을 개방해 스페이스X 같은 창의적인 기업을 낳았듯이, 우리나라 정부도 관련 기술을 대거 개방해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미래 산업을 키운다는 긴 안목에서 우주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아랍에미리트(UAE)다. 한국에서 위성 기술을 전수받던 UAE는 지난 2월 화성 탐사선 아말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2024년에는 달로, 2028년에는 소행성으로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발표했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토론회에서 “이제 제대로 된 설계도를 가지고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미션을 준비할 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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