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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꽃산행 30년, 멸종위기種 알리는 데 바쳐

선정민 기자 입력 2021. 10. 22. 04:44 수정 2021. 10. 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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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한일 국제환경상]
韓日 환경지킴이 영광의 수상자들

올해 27회를 맞은 한일 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 수상자로 30여 년간 동아시아 자생지를 조사하며 멸종위기종 보전과 식물 분류학 보급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의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과 산림 재생을 위해 기존 대규모 벌목의 문제점을 개선한 소규모 솎아베기를 도입·실천해온 일본의 비영리단체 ‘지속가능한 환경공생 임업을 실현하는 자벌형(自伐型) 임업추진협회’(대표 나카지마 겐조·中嶋健造)가 선정됐다.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 측 본선 심사에서는 김명자 심사위원장 등 심사위원 6명이 참석, 깊이 있는 논의 끝에 수상자를 결정했다.

[한국 수상자]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현진오(58)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은 1998년 4월 선배 학자의 제보를 받고 인천 강화도를 탐사한 끝에 멸종 위기 식물인 매화마름 군락을 발굴해 세상에 알렸다. 습지에서 봄철 한 달 정도 흰 꽃이 피는 매화마름은 과거 경작지 확대 과정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 첫 발견을 계기로 대대적인 시민 모금과 기부 운동이 벌어졌고 사유지가 공공 소유로 전환·보존됐다. 한국의 내셔널트러스트 확산에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이다.

2018년 히말라야 해발 4500여m 지점으로 식물 조사를 나선 현진오 소장이 고깔 모양 희귀 식물인 히말라야 대황 옆에 앉아 있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현재 한국식물분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현 소장은 왕성한 현장 활동을 병행해온 식물학자로 꼽힌다. 그는 우이령보존회 초기 멤버이고 동강 보호 운동 등에 적극 참여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쉬엄쉬엄 관찰하며 등산하자는 뜻의 ‘꽃산행’ 신조어를 앞세워 자연 운동을 벌였다. 그가 시민들을 모아 진행한 야생 식물 탐방 산행은 ‘한국교사식물연구회’ 등 수백 명에 대한 체계적인 식물분류학 교육으로 확대됐다. 그는 “선생님들이 식물을 배우면 수천·수만 학생들에게 전파된다”며 “식물을 알면 산을 아끼고, 종(種)의 다양성에 대해 배우면 지구 생태계 보호에 나서게 된다”고 했다. 그가 백두대간식물탐사회, 한국의재발견-식물탐사대 등 동호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봄, 여름, 가을에 피는 우리 꽃’과 ‘꽃산행-테마가 있는 산’ 등 40여 권의 책을 펴낸 이유다.

제주 오현고, 서울대 식물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10여 년간 등산 월간지 기자 등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순천향대에서 박사학위(보전생물학)를 받았다. 지난 30여 년간 국내 멸종 위기 식물의 원류를 찾아 만주, 극동 러시아, 일본과 국내를 포함해 1000여 곳 자생지를 탐사·연구했다. 이런 활동은 4만여 장의 슬라이드 필름과 10여만장의 디지털 자료로 남아 활용되고 있다.

공동 연구를 포함해 현 소장이 발굴한 식물 신종(新種·세계적으로 처음 밝혀진 새로운 생물종)은 백양더부살이와 추산쑥부쟁이 등 4종, 미기록종(다른 나라에서는 확인됐지만 국내에선 처음 기록되는 종)은 10여 개에 달한다. 4000여 종의 한반도 식물 가운데 1000여 종은 북한에 있고, 북방계 식물들도 히말라야와 만주 등지를 거쳐 유입됐다. 그런데 분단 때문에 북한을 못 가니까 그 주변 동아시아를 집중 연구한 것이 결실을 봤다. 지난 5월부터는 영상으로 식물 정보를 전하는 유튜브 채널도 열었다.

◇[수상 소감]

“통일되면 北으로 꽃산행... 한반도 연구 완성하고파”

이제껏 전공을 지키면서 좋아하는 일을 해왔을 뿐인데, 무한한 영광입니다. 큰 채찍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아내와 두 딸, 도움 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합니다.

20년 전쯤부터 주변에 “꽃 보러 갑시다. 식물에 대해 알려드릴게요”라고 하면서 ‘꽃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책을 쓰고 강연도 열심히 다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만주·러시아·일본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방계 식물을 관찰해 왔는데, 통일이 되면 온전한 한반도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지구 생물 180만 종(種) 가운데 1개의 종이 호모 사피엔스라고 말합니다. 식물은 사람처럼 자리 이동을 못 합니다. 소규모 식물 보호 구역을 지금보다 많이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도 학교에서 종의 다양성에 대해 가르칠 때가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산과 들에서 직접 마주쳐야 사랑하고 아끼게 됩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현장에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측 심사위원]

김명자 심사위원장

▲김명자(金明子) 심사위원장, 서울국제포럼 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전 환경부 장관

▲문길주(文吉周)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최재천(崔在天)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 공동위원장, 전 국립생태원 원장

▲황진택(黃鎭澤) 제주대학교 교수,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이병욱(李炳旭) 전 세종대학교 교수, 전 환경부 차관

▲홍준호(洪準浩) 조선일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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