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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에 '지역구는 2번 찍어라' 설교한 담임목사..대법 "공직선거법 위반"

이미호 기자 입력 2021. 10.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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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유죄 판단..면소 선고 안해
대법, 상고 기각
일러스트=정다운

담임목사가 신도들에게 특정 정당을 찍으라고 설교했다면 이는 공직선거법상 위반일까 아닐까.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선거 운동’에 해당,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재판장 안철상)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 판단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제85조는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 조직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구성원에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해 기업조직·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A씨는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한 교회의 담임목사다. 그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3월 29일 오전 11시30분경 예배를 보던 10여 명의 교인을 상대로 “지역구는 2번(미래통합당) 찍으세요. 황교안 장로 당입니다.” “비례대표는 쭉 내려가셔서 기독자유통일당 꼭 찍으셔야 된다. 기독교인들의 대변을 할 수 있는 몇 사람이 이번에 들어갈 것 같다”는 발언을 하는 등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A씨는 “설교 과정에서 국내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국가를 위해 기도할 것을 촉구하는 취지”라며 “발언의 길이도 1분 35초 정도에 불과하고 설교 도중 즉흥적·우발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인들도 황교안 지역구와 무관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도모하려는 능동적·적극적 행위인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설령 그렇다해도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행위로 정당성이 인정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1심은 유죄로 판단하고 A씨를 벌금 70만원에 처했다. 이에 A씨는 항소와 동시에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투표장에서의 가상적인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특정 후보자 또는 정당에게 투표할 것을 권유하는 모습을 보인 점 △개신교라는 동일한 종교적 경향성을 지닌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동질감 내지 호감을 표현하는데 그친 것이라 볼 수 없고 △특정 후보자 등의 당선을 직접 목적으로 지지를 호소한 계획적·의도적 행위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심은 “이 사건 발언이 나오기 직전, 피고인이 상당한 시간 동안 정부 여당 측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발언을 계속했다”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우발적·즉흥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교인들이 속한 각각의 지역구에 출마해 투표기호 2번이 배분돼 있는 미래통합당 후보자에 대한 총체적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A씨 행위에 대한 판단을 면소 처리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또 다른 법리적 쟁점이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면소를 선고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던 같은해 12월 29일, 공직선거법 제254조 제2항이 개정됐는데, 선거운동 기간 허용되는 행위와 관련해 ‘말(확성장치 이용하거나 옥외집회서 다중을 상대로 하는 경우는 제외)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2심은 “이 사건 행위는 새로 추가된 ‘말로 선거운동을 한 경우’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범죄 후 법률 변경에 의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아 피고인에 대해 면소가 선고돼야 한다”고 밝했다. 하지만 “이와 상상적경합 관계에 있는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에 관해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면소 선고를 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A씨의 위헌법률심판제정신청도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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