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후 한두달 대기는 기본".. 공급망 관리 달인 애플도 한숨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입력 2021. 10. 22. 07:52 수정 2021. 10. 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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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애플스토어.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물류망 병목 현상이 공급망 관리의 최고봉인 애플에도 본격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21일(현지시각) 애플의 최신 제품인 아이폰13과 아이패드 미니, 9세대 아이패드, 애플워치7을 비롯해, 최근 애플이 공개한 노트북 맥북프로에 대한 주문이 11월이나 12월까지 처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4월 애플이 발표한 컴퓨터 아이맥과 맥프로, 노트북 맥북에어 등 일부 기기에서도 공급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애플은 전 세계 제조업체 중 공급망 관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 CEO가 된 팀 쿡은 물류 전문가다. 그는 애플의 거대한 공급망을 이용해 재고를 월 단위가 아니라 하루 단위로 관리했고,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CEO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를 애플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회사 웨드부시 시큐리티의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애플 상황은 ‘방 안의 코끼리(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상황)’”라고 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 앞에서 신제품인 맥북프로를 소개하는 팀 쿡 애플 CEO.

◇꽉 막힌 물류망

코로나 사태에서 촉발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중 애플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었다. 오랜 기간 밀접했던 대만의 TSMC와의 관계 덕분이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반도체를 대신 설계도 대로 만들어주는 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에 맡겨 생산했다. TSMC의 전체 위탁 생산 물량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기준 25.4%에 달한다. TSMC의 최대 고객이다.

덕분에 애플은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도 나름 안정적으로 칩을 공수했다. 지난 9월 TSMC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칩 생산 가격을 대폭 올렸지만 애플에 공급하는 칩 가격은 소폭만 인상했다. IT 매체 테크스팟은 “TSMC가 퀄컴, 엔비디아, AMD 등 고객들에게 파운드리 계약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다는 통보를 했다”며 “하지만 주요 고객사인 애플에는 단 3%만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미국 내 물류망이 꽉 막히면서 애플도 고객들의 주문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미국은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늘어나며 미국 경제가 서서히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트럭 운전사와 마트 직원 등은 부족하다. 특히 미국 내 화물 컨테이너 물량의 40%를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LA와 롱비치 항구는 밀려드는 화물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주 백악관에서 대책 회의를 열고 LA항과 롱비치항의 24시간 가동을 주문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미 경제 매체인 폭스비즈니스는 지난 20일 “LA항과 롱비치항에 입항을 대기하는 화물선이 157척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역대 최대치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애플 아이폰13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감 보였지만, 제때 도착 않는 애플 기기

애플은 공식적으로는 이러한 물류대란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테크 업계에서는 애플이 9~10월 잇따라 아이폰13과 맥북프로, 애플워치7, 3세대 에어팟 등 모든 제품군의 신제품을 출시한 것을 두고 “애플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미국 내 애플스토어에서도 벌써부터 제품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13프로는 모든 색상과 모델이 부족한 상태다. 애플 매장 직원은 블룸버그에 “제품이 없어 실망한 고객을 대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애플이 최근 내놓은 19달러짜리 애플 기기 청소용 천도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외신들은 현재 이 천을 구입하면 최대 4개월간 배송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공급 부족 사태는 애플 매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올 4분기 여러 신제품을 내놓고 역대 최대 판매 분기가 되기를 바랐지만, 공급망 문제로 매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소니의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는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14억5000만대에서 14억1000만대로 낮춰잡았다. 공급이 제대로 안 돼 4000만대를 더 팔지 못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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