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소풍이 투자를 거절한 소보로에 투자한 이유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2021. 10. 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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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온라인에는 7일간 공개한뒤 유료로 전환합니다.

@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는 벤처캐피털 대표님이 내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님의 소보로 투자 이야기입니다.

소풍벤처스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가들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사다.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가치만큼 사회적가치를 따지는 투자다. 어떤 비즈니스모델이 특정 사회문제를 해결해서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했을 때 더 확실한 재무적 가치로 돌아온다고 보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를 ‘착한 투자’라고 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이제는 임팩트 투자야말로 가장 지속가능하고 스마트한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풍이 설립됐던 2008년 즈음에는 투자와 창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요즘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일을 한다고 하면 여전히 ‘시장이 있어요?’, ‘돈이 돼요?’ 등의 질문을 받곤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시대적 키워드가 된 덕인지 그런 질문의 빈도가 현격히 줄었지만,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의 투자 및 회수 가능성을 향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셜벤처 창업가는 더 단단해야 한다…더 많은 질문을 받기 때문에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왼쪽)과 윤지현 소보로 대표(오른쪽)이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직후 찍은 기념 사진. 한 대표가 소보로를 픽한 멘토였다. 사진 속 말주머니는 윤 대표가 소풍을 소개하는 PT때 넣은 것. /윤지현 제공

이처럼 소셜벤처와 임팩트 투자를 향한 엇갈린 시선이 공존하기 때문에, 소셜벤처 창업자에게는 더 단단한 소신이 요구된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속성의 자본을 조달해야하며, 인력이 강한 자본의 힘과 마주해서도 소셜미션을 굳건히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보로의 윤지현 대표는 소셜벤처 창업가에 걸맞게, 20대 초반의 나이에 첫 창업을 하는 사람이었음에도 참 ‘단단하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거창한 창업 스토리나 엄청난 꿈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단번에 ‘이 사람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소보로 투자는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 이유는 창업자가 투자를 거절하면서 우리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투자를 하겠다는 데도 거절하는 창업자를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대학생들로만 구성된 초기 창업팀이자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되지도 않은 상태의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소보로 윤 대표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투자를 거절당하면서 말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정주영창업경진대회(정창경)에서였다. 당시 정창경 멘토로 처음 합류했던 나는 의욕이 충만한 상태였다. 정창경은 이미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등용문’이었고, 이 대회에서 임팩트 투자자를 멘토로 섭외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의미로 다가왔다. 멘토진에 임팩트 투자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스타트업들에게 메시지이며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욕 충만한 임팩트 투자자에게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문제를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소보로 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기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찾고 있는 접근이었기 때문이다.

◇투자를 거절당하자 투자금을 대하는 창업가의 책임감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당시 윤지현 대표는 대학교 수업을 통해 청각장애인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STT(Speach To Text)기술로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이었다. 팀원은 윤 대표와 대학교 친구 두 명을 포함해 모두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학생 창업팀이라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표님의 의지와 열정이 느껴졌기 때문에 주저 없이 소보로를 멘티로 선택했다.

정창경 멘토링을 넘어 투자까지 결심한 데는 윤지현 대표님의 리더십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소보로는 대학생 창업팀이다보니 모든 멤버가 조직이나 회사 운영 경험이 없어서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게다가 모두 학업과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 레벨이 고조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표는 묵묵히, 그리고 매우 적극적으로 조직과 리더십에 관해 학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몇 개월간 윤 대표를 지켜보면서 문제해결 역량이나 과단성, 그리고 소통 역량과 겸손한 자세 등을 봤을 때 이만한 창업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보로의 비즈니스모델은 아직 불명확했지만, 창업자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설령 이번 창업은 실패하더라도 이어질 창업에서라도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웬걸……. 확신을 갖고 투자 의사를 타진했지만 윤지현 대표는 아직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고사했다. 투자를 받아야 빠른 시간 안에 검증도 하고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며 몇 차례 설득했지만, 아직 자금이 필요하진 않다며 고사하는 것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복잡했지만 그만큼 투자에 책임감을 갖고 있구나, 투자를 받으면 절대 허투루 쓰지 않겠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가 모두 퇴사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 막 사업 계획이 정립되고 해볼만 하겠다고 판단하던 중이었다.

◇팀이 위기를 맞았을 때 투자자의 역할은…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보내는 것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서 정든 동료들을 떠나보내야하는 일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때 투자자의 역할이 무엇일까? 나는 창업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윤 대표님에게 “소풍은 애초에 이 사업의 가치와 가능성, 그리고 창업자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 결정을 했다. 대표님만 포기하지 않으신다면 우리 투자 결정을 바탕으로 새로 팀빌딩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드렸다.

투자자가 좋은 멤버를 소개해줄 수도 있지만, 결국 팀 빌딩은 오롯이 창업자의 몫이다. 투자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제한으로 밥을 사주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에 윤 대표님께 밥을 많이 사드렸던 기억이다. 그러면서 소보로의 사업은 인공지능을 사용해야 하니 능력있는 개발자 영입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셔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드렸다.

역량있는 창업자는 위기의 순간에 번뜩인다. 윤 대표님은 불과 2~3주 만에 CTO급의 능력있는 개발자를 영입해오셨다. 소보로는 그렇게 법인 설립을 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의 묘미가 이런 데에 있다. 한 창업자가 사회를 바꾸겠다는 비전을 확실히 보였을 때, 더 큰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던 실력자들이 하나둘 모인다.

결국 소풍은 소보로에 첫 투자 의사를 타진한 뒤로 6개월이나 지나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고, 내게는 참 신기한 경험이다. 창업자들은 늘상 ‘우리는 준비됐다, 투자해주면 제대로 달려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 무게감은 팀마다 다르다.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도 사업의 속도와 타이밍을 신중히 고려하면서 투자 시기를 조율하는 창업자가 “이제는 투자를 받겠다”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을 때, 그 말에 힘이 실리기 마련이다.

소풍 투자 이후에도 소보로의 성장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도 시장이 작다는 등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곤 했다. 그러나 윤 대표님과 팀은 자신들의 기술과 사용자들 사이에 튼튼한 가교를 만드는 일에 묵묵히 집중했다. 이제는 후속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면서 소보로는 국내를 대표하는 에이블테크(able-tech)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소보로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자신들이 설정한 문제에서 가장 문제 해결을 잘 하는 회사로 자리잡아갈 것이다. 현재 Pre-A라운드 투자가 진행중이니 많은 투자사들의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Q: 한 대표는 왜 소보로를 아꼈을까요.

A: 글쎄요. 모르겠어요. 한 대표님에게 물어봐주실래요? 그때로 돌아가도 소보로에 투자했을 것 같으냐고요.

소보로 윤지현 대표 인터뷰 中 오늘 그때투자는 시즌3 첫번째 인터뷰, 윤지현 소보로 대표의 인터뷰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소보로와 윤 대표의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됐다던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그 둘에게서는 투자사와 피투자사의 관계보다 끈끈한 무엇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한상엽 대표에게 ‘왜 그때 투자하기로 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이번 레터는 그에 대한 한 대표의 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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