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 마동석 회견장에 난입한 졸리의 한마디는..

박돈규 기자 2021. 10. 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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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마블 히어로 마동석 "K-액션의 맛 보여주겠다"
마블 영화 '이터널스'로 할리우드에 데뷔한 배우 마동석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이터널스’(11월 3일 개봉)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마동석(50)이 22일 오전 미국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 출신으로는 첫번째 마블 히어로가 된 배우다. 예고편이 화제가 됐듯이 그는 영화에서 K-액션의 맛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마동석은 “나는 원래 마블 팬이기도 하고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던 관객이었다. 안젤리나 졸리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하게 돼 굉장히 즐거웠다”며 “이번 영화를 계기로 마블과 일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액션 영화를 많이 찍었는데, 캐릭터와 액션의 매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배역으로 인사드리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캐스팅은 어떤 계기로 성사됐나? 오디션 준비는 어떻게 했나?

5년 전 ‘부산행’이 외국에 알려지고 나서부터 할리우드에서 여러 가지 제안이 왔다. 수퍼 히어로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연도 하고 제작도 하는 영화가 많아서 타이밍이 계속 안 맞았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캐스팅 디렉터가 ‘이터널스’ 길가메시 역할을 들고 저한테 와서 “한번 꼭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클로이 자오 감독, 프로듀서와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디션은 없었다. 클로이 자오가 이미 제 영화들을 여러 편 보고 분석이 끝난 상태였다. 제 본연의 모습과 영화에서 보여준 인물들, 오랫동안 해온 복싱 등을 적용해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영광으로 생각한다

–예고편이 공개된 후 화제다. 주먹으로 치는 장면, 손바닥으로 귀싸대기 때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액션 스타일은 제가 오랫동안 해온 복싱 기반의 액션이다. 주먹 펀칭과 손바닥 액션은 클로이 자오 감독과 마블에서 “당신의 액션 영화들에서처럼 꼭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제 스타일의 액션을 꼭 넣어달라고 해서 액션팀과 같이 디자인했다. 화려한 움직임보다는 좀 더 간결하고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는 스타일의 액션을 추구했다.

–이번엔 캐릭터에 대한 질문이다. 길가메시가 능력적으로 특별한 지점이 있다면 뭔지?

길가메시는 원래 아시안 캐릭터가 아니었다. 신화 속 이 인물을 아시안 캐릭터로 바꾸고 저한테 주면서 많은 융통성을 발휘했다. 마동석에게 가장 잘 맞는 캐릭터로 만드느라 의논을 많이 했다. 길가메시는 7000년 이상을 살아온 불멸의 존재라서 사람다운 모습과 사람을 초월한 모습을 다 보여준다. 특징은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많다. 이터널 식구들을 보호하는 역할이다. 특히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테나의 보호자다. 괴물들과 맞서 싸울 때는 굉장히 사납고 강력한 전사로 변한다. 따뜻함과 유머, 사나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여러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세계에서 모여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게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을 축소해놓은 것 같은 매력적인 조합이더라. 이 다양한 배우들과 함께한 호흡은?

일단 저희가 같이 만나서 리허설을 많이 할 시간이 없었다. 캐스팅된 모든 배우들이 한두 번 만난 이후에 바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럼에서 서로 마음을 열고 친해졌다. 좋은 친구들, 가족처럼 서로 배려해주면서 촬영했다. 그러다 보니 사이가 점점 더 좋아졌다. 배경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서 빠른 시간에 가족처럼 되는 경험을 했다. 그것이 화면에 담겼다고 믿는다.

영화 '이터널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안젤리나 졸리는 마동석을 “좋은 동료이자 친구”라고 표현했다. 그녀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번에 안젤리나 졸리와 연기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 대단한 배우구나’였다. 게다가 좋은 사람이었다. 배려심 많고 상대역을 편하게 해줬다. 나도 오랜 시간 이 업계에서 일했는데 전부터 알던 친구들끼리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서 촬영하는 기분이었다. 안젤리나 졸리도 제 팬이었다고 얘기하더라. 감사했다. 배우들 사이에 케미스트리가 좋았다.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상을 차지한 감독이다. 어떤 감독이던가?

클로이 자오 감독의 ‘더 라이더’라는 영화를 보고 팬이 됐다. ‘노매드랜드’로 오스카를 탄 것은 사실은 내가 이 영화를 다 촬영한 다음 일이었다. 겪어 보니 감독이 굉장히 아티스틱한 부분과 상업적인 부분을 골고루 이해하고 있더라. 자기를 잘 파악하고 배우와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더라. 또 내가 많은 감독을 만났지만 이 감독은 자기가 가진 능력에 비해 굉장히 겸손했다. 나는 감독이 모든 것을 알 순 없다고 생각한다. 클로이 자오는 솔직하게 그렇게 말하더라. 늘 겸손하게 배우의 의견을 물어보고 방향을 찾았다. 나도 이 영화를 보고 느꼈지만 우리가 머릿속으로 다 상상하지 못한 부분까지 구현하면서 굉장히 아티스틱한 부분과 엔터테이닝한 부분을 잘 믹스했다. 굉장히 좋은 균형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계관에 새로운 10명의 주인공을 그렇게 조화롭게 만들기는 쉽지 않았는데 해냈다. 개인적으로도 친해져서 좋은 친구처럼 지냈다.

–할리우드 촬영장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사실 사이즈를 떠나서 모든 영화 촬영은 늘 힘들고 전쟁과 같다. 모든 프로덕션이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비슷했다. 다만, 이 정도 스케일의 영화는 내게 처음이었다. 현장 세트에 압도된다. 허허벌판을 한 달 뒤에 실제 나무와 돌로 굉장히 커다란 숲을 만들어놨더라. 산을 통째로 만들다시피 한 세트에 깜짝 놀랐다. 그 안에 들어가는 순간 그 인물이 된 느낌이 들었다. 블루스크린 앞에서 찍어야 하는 부분도 바닷가 절벽 같은 현장에서 촬영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줬다. 경호원들만 200여명이었다. 거대하지만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는 세트장이었다. 저예산 영화들도 잘하는 사람이 모여서 열정으로 뭉치면 훌륭한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큰 영화들도 그게 가능하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

–‘이터널스’ 출연은 남다른 경험일 텐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할리우드와 일한 결과물이 이제 나오는 거다. 나는 그동안 해왔듯이 묵묵히 영화 찍고 연기할 예정이다. 영화 개봉 이후에는 계획 중인 다른 글로벌한 작품들이 더 있다. 할리우드 제작도 있고 출연도 있다. 나도 좀 더 재밌는 영화를 글로벌하게 만들고 싶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 커지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나오기 전부터 나는 한국에 좋은 콘텐츠 많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는 OTT 서비스도 없었고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는 그런 기회가 많아질 것 같다. 한국이 전세계 콘텐츠 최고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계속 살려갔으면 좋겠다.

마동석과 안젤리나 졸리

이때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갑자기 들어왔다. 마동석은 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의 등장을 반겼다. 졸리는 “마동석과 한국으로 가서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길이 막혔다. 오늘 그를 응원해주러 왔다. 나는 마동석의 팬이고 그와 액션 영화를 함께 촬영하는 꿈을 마침내 이뤘다”고 말했다. 굵고 짧은 등·퇴장이었다.

마동석이 ‘이터널스’와 길가메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그는 “먼저 수퍼히어로 영화니까 즐겁게 보시길 바란다”면서 “감독과 배우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피부색이나 국적, 성별이나 나이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사람 그 자체를 봐달라’고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답했다. 영화 속 수퍼히어로들도 제각각 힘이 강하지만 이들이 뭉쳐서 조화를 이룰 때 가장 강력해진다는 뜻이다. 할리우드 초짜 배우는 “한국인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해 응원에 응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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