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색에 대한 지식·이해 풍부 (연구)

문세영 2021. 10. 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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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eventyFour/게티이미지뱅크]

색깔은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일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선천적으로 시력이 손상된 사람들도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 못지않게 색의 역할과 기능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연구팀은 선천적 시각장애인과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색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조사했다.

우선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천연 혹은 인공 색상을 가진 물체 54개를 제시하고, 이들의 색을 유추하도록 했다. 그리고 인공 색을 가진 물체들이 종류별로 동일한 색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가령 컵은 전부 같은 색인지, 책은 전부 동일한 색인지에 대해 물은 것이다. 이 질문의 의도는 인공 색을 가진 물체 중 일부는 목적성이 있고 일부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신호등은 목적성이 있는 물체로 어딜 가든 빨강, 초록 등 동일한 색상을 띠지만 컵처럼 목적성이 없을 땐 제각기 색이 다를 수 있다.

그 다음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아직 문명세계에 노출된 적이 없는 원시 섬으로 여행을 갔다고 가정하도록 했다. 이 섬에서는 원주민들이 전력을 위해 녹색 광물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다음번 이 섬을 방문했을 때도 이 광물이 녹색일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 질문은 동일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천연 물질이 동일한 색상을 가지고 있을 확률에 대한 믿음을 묻는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왜 각 물체들은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가령 당근은 왜 주황색인가에 대해 물은 것. 이는 색의 인과적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을 보다 세부적으로 묻는 질문이었다.

이러한 각 실험들을 통해 연구팀은 색에 대한 일부 지식은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가령 바나나의 색에 대해 물었을 때 노란색이라고 답한 시각장애인은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는 각 물체의 색깔은 시각이라는 수단에 의존해 얻는 부분이 크다는 의미다. 시각을 통해 색 정보를 얻은 사람들에게는 바나나가 노란색이라는 사실이 매우 당연할 수 있지만, 시각 외 수단을 이용해 색 정보를 얻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물체의 색 정보를 기억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색에 대한 다른 이해 영역에서는 두 그룹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그룹 모두 목적성이 있는 물체의 색은 어딜 가든 동일하지만, 목적성이 없는 물체는 각기 색이 다를 수 있다고 보았다. 신호등은 어디서든 같은 색을 띠지만, 컵은 각기 색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것이다.

천연 색에 대한 이해 방식도 동일했다. 두 그룹 모두 미지의 섬에서 발견된 녹색 광물이 다음 번에 가도 녹색일 것이라고 믿었다. 두 그룹 모두 인공 물질이 아닌 천연 물질은 동일한 색을 공유한다는 점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다는 의미다.

천연 물질의 색깔이 왜 특정한 색을 띠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시각장애인과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그룹의 3분의 1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식물이 녹색을 띠는 이유에 대해서는 양쪽 그룹 모두 비슷한 비율의 참가자들이 광합성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인공 색에 대한 이해도도 비슷했다. 시각장애인의 44%,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의 64%는 인공 색이 '미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답했고, '물체의 소재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변은 각각 13%와 18%였다. 또한, 두 그룹 모두 절반 정도는 문화적 관습에 의해 인공 색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고, 4분의 1은 물체가 더 잘 보이기 위해 특정 색을 사용한다고 답해 전반적으로 색에 대한 이해도가 비슷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각 물체의 실제 색깔, 즉 바나나가 노란색이라는 사실처럼 시각적 의존도가 높은 질문에서는 두 그룹이 차이를 보였지만, 색의 자연 발생 과정이나 기능 등에 대한 이해도는 두 그룹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시각장애인들도 점자책이나 청각을 통해 지식을 얻기 때문에 색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하나의 감각이 손상된 상태에서 이러한 지식을 얻고 이해한다는 점은 여러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시각장애인과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들의 색에 대한 이해도는 유사했으며 서로 지식을 얼마든 함께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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