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에 수사팀 내분설 '생중계'..커지는 檢지휘부 책임론

장은지 기자 입력 2021. 10. 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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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4인방 대질조사 두고 수사팀 또 내분설
국민의힘, 대검 항의방문해 "이재명 꼬리자르기한 김오수 사퇴하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등검찰청, 수원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2021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1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실수사 비판에 수사팀 내분설까지 더해지며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뒷북 압수수색과 피의자 휴대전화 확보 실패, 구속영장 기각, 석연치 않은 공소장 내용 등으로 수사 의지는 물론 수사능력까지 도마에 올랐다.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보니 외부 비판에 민감해진 수사팀 내 이견과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내분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잦아들지 않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전날(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4인방'을 대질조사했다. 그러나 '4인 대질'을 두고 이를 지시한 지휘부와 수사팀 검사들 간에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추적 등 물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4인 대질을 하면 피의자들에게 수사팀의 패만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수사팀 검사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지휘부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질신문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700억원 약정'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유씨와 김씨 모두 "당시 과장되고 거짓된 얘기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전날 대질조사 후 유씨를 기소했으나, 구속할 때와 달리 배임 혐의를 제외했다. 구속영장까지 받아낸 혐의를 공소장에서 제외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 '이재명 꼬리자르기'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또한 유씨가 수수했다고 본 뇌물 액수도 당초 8억원에서 3억5200만원으로 줄여 기소했다. 유씨는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심약한 성격이라 대장동 사업이나 위례 사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만배씨가 수백억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치며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전담수사팀의 수사가 최소한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지휘부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전담수사팀 팀장인 김태훈 4차장검사는 기획업무 경험이 많은 반면 특수수사 경험은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대질 판단은 수사검사가 가장 정확하게 하는 데 지휘부가 시켰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4명 대질을 하면 피의자들뿐 아니라 변호인들도 상대방의 스탠스를 다 확인하게 된다. 메모가 허용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수사팀이 가진 최종 카드가 다 까발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팀 내분이 심해지면 안에서도 나는 나대로 하겠다는 일부 흐름이 생길 수 있다"며 "오늘 압수수색해야 하는 걸 하루만 미뤄도 수사는 쉽게 망가질 수 있는데 한발짝이라도 앞서가지 못하고 오히려 신병 확보와 언론에 끌려가는 수사를 하게 되면 실패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우려했다.

한 검찰 간부는 "유동규 휴대폰을 놓치고 우왕좌왕하는 걸 보고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 검사들은 다 어디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검찰 인사에서 비롯된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에선 수사팀이 김오수 검찰총장을 패싱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검찰총장 패싱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총장이 성남시청 압수수색은 알았는데 시장실이 빠진 것은 몰랐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범계 법무장관은 "수사 역량과 의지에 대해서 걱정해 주시는 말씀은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박 장관은 "로비 부분에 대한 수사는 그렇게 진척이 되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서울중앙지검 전담팀이 편 가름 없이 내 편, 네 편 이런 얘기 안 듣고 진실에 입각한 규명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의 4인방 대질조사 방식을 놓고 마치 중앙지검 지휘부와 검사들간에 내분이 일어났다는 취지의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조사방식은 부장 중심으로 수사검사들이 수사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해 "공작수사로 조작하는 검찰은 각성하라"며 "이재명을 살리려는 정치검찰을 규탄하며 꼬리자르기 수사를 자행하는 김오수 검찰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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