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가격 너무 올랐고 대출 규제 때문
집값 상승률도 계속 떨어지는 중
집값 급등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주택 수요를 나타내는 지수는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집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일부 단지에선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 원씩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값이 너무 높은 수준까지 오른 데다 대출까지 어려워지면서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은 한동안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2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86.1을 기록하며 지난주보다 8.4포인트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4일 기준선인 100 밑으로 떨어진 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이 지수가 80대로 떨어진 것은 5월 셋째 주(88.4)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부동산 보유세 부과 기준일(6월 1일)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작 시점(7월 1일)을 앞두고 집을 팔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매수우위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졌었다. 수도권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도 이번 주 91.5를 기록하며 전주(100.6)에 비해 9포인트 하락했다. 수도권 매수우위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도 5월 이후 처음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에도 매수우위지수는 대규모 공급 정책(2·4 대책)이나 세금 등 일회성 이벤트에 의해 일시적으로 하락한 적은 있지만 금방 다시 회복되곤 했다”면서도 “최근엔 집값 급등에 대한 부담과 대출 규제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제 거래도 크게 줄었기 때문에 하락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도 한풀 꺾여
주택 수요가 위축되면서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번 주 0.24%로 전주(0.32%)에 비해 0.08%포인트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번 주 0.17%로, 8월 넷째 주(0.22%)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제 일부 단지에서는 직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북구 정릉동 ‘정릉푸른마을동아’ 전용면적 84㎡는 지난 3일 7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거래가(8억원)보다 9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114㎡도 이달 4일 직전 매매가(9억7800만원)보다 8000만원가량 낮은 8억9900만원에 팔렸다.
서울 평균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지만 지역별 온도 차는 있다. 동대문(0.08%), 성북(0.08%), 금천(0.07%), 도봉(0.1%), 노원(0.15%) 등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비싼 지역일수록 상승 분위기가 많이 꺾인 반면 강남(0.36%), 서초(0.48%), 송파(0.38%)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아직도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낳은 양극화’라고 진단한다. 15억원 넘는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에서는 기존에도 대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출 규제가 주택 매수 수요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9년 12월 ‘12·16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넘는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을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때문에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게 되면 중저가 주택의 가격이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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