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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역대급 '플랫폼 국감'..문제 넘치나 실속은 '글쎄'

윤선훈 입력 2021. 10. 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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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반복되고 답변도 '두루뭉술'..성과 없진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불만족'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올해 국정감사가 지난 21일로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그야말로 '플랫폼 국감'이라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플랫폼 관련 현안들이 제기됐다.

플랫폼 업체들의 증인 출석도 잦았다. 카카오는 세 차례나 출석한 김범수 의장을 비롯해 전 계열사에서 총 9차례 증인으로 국감에 출두했다. 네이버 역시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출석한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를 포함해 5차례 국감에 소환됐다. 구글, 넷플릭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다른 플랫폼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여러 상임위에서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을 고루 불렀다.

플랫폼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플랫폼이 거대화되면서 생긴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플랫폼 업체들이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개선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다만 '소문난 잔치에 비해 먹을 것은 없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국감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왼쪽 두번째에 이해진 네이버 GIO도 앉아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국감서 제기됐던 거대 플랫폼 문제점은?

과방위를 비롯해 정무위원회, 산업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등 플랫폼 현안이 거론된 상임위에서는 공통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상생'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플랫폼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골목상권을 침해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데 집중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막강한 영향력을 활용해 플랫폼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소상공인들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키웠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특히 '플랫폼 국감'의 직접적 도화선이 된 카카오에 대해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카카오가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며 택시, 문구·완구, 헤어샵, 꽃 배달 등 중소상공인들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집중적으로 진출하며 '문어발' 사업을 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자회사들에 대한 비판도 집중됐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사례를 지적하며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서는 카카오T블루 가맹수수료 인하와 불공정배차 의혹, 전화콜 대리운전 철수 여부 등이 주로 도마 위에 올랐고 카카오엔터에는 웹툰·웹소설 작가들에게 MG(마이너개런티)를 빌미로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떼 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경훈(왼쪽부터)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정기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이강택 TBS 사장,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 박대준 쿠팡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업 문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네이버는 지난 5월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6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감에서 의원들은 전체적인 네이버의 회사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임원에 집중된 권력, 직원들의 고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사내 분위기 등이 이 같은 참사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카카오 역시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 등을 한 근간에 잘못된 기업 문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평적인 분위기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계열사 간 제대로 된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혁신 어젠다와 철학이 각 사 CEO들과 함께 공유되고 있는지 근본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크루들과 수평적인 소통을 하고 있는지, 계열사 CEO들이 과연 혁신적인지, 아니면 무능에 관대하고 불합리를 외면하고 연고와 관계에 기반한 폐쇄적인 공동체는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기대하는 플랫폼 기업의 자세에 대한 다양한 설교도 나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의원들이 네이버·카카오가 사회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 중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혁신 기업의 혁신이란 기술의 혁신, 시스템의 혁신만 아니라 가치의 혁신이 동반됐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도 성장해야 하며 한때 혁신했던 것이 언제든지 대단히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늘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개 숙인 플랫폼 수장, 그러면서도 할 말은 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 기업인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사회의 기대에 더 부응하는 방향으로 동반성장할 것을 수차례 약속했다. 지적된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는 사과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토종 플랫폼 기업으로서 느끼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는 등 평소 가슴에 담아뒀던 말들을 공개적으로 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감에 세 차례 불려간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추가적인 사업 철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수수료 인하 등에 대해 언급했다. 김 의장은 "저와 카카오 공동체 CEO들이 성장에 취해 주위를 돌아보는 것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라며 ""빠른 검토를 통해 앞으로 카카오가 지양해 나갈 바와 지향해 나갈 바를 정확히 구분해 상생안과 실천 방안을 정리해 공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생태계가 구축된 이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제 개인적으로도 플랫폼 수수료나 이익은 플랫폼이 독점하는 구조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추후 수수료 인하를 약속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 계열사의 수장들도 공통적으로 이 같이 언급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다만 이와 함께 최근의 규제 흐름이 해외 IT기업들과의 '역차별'이나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들의 몸집이 커졌기 때문에 가해지는 규제는 어쩔 수 없어도,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GIO는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흐름이 국내 규제로 바뀌면서 역차별로 이어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고 김범수 의장 역시 "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글로벌 기업과 역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서도 좀 더 열린 시선으로 봐 달라고 호소했다. 플랫폼 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이 문제가 되면서 여러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계열사 숫자를 크게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초창기부터 다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합병을 하면서 성장했는데, 경쟁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의 측면이 있으며 스타트업이 카카오의 트래픽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조성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 인수가) 단순히 '문어발식' 구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국감', 실속 있었나…후폭풍도 이어질듯

이처럼 국회 곳곳에서 플랫폼 기업을 소환하면서 여러 사안들이 지적됐지만, 실속은 크게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들 질의 상당수가 최근 불거진 거대 플랫폼들의 문제를 단편적으로 꾸짖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루뭉술하게 물어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총수를 수차례나 국감장에 불러 놓고도 비슷한 질문을 여러 차례 하면서 결과적으로 비슷한 답을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플랫폼 관련 사안 자체는 다양하게 나왔다.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 확장 논란 외에도 망 사용료, 뉴스 서비스, 알고리즘 문제 등이 지적됐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세부적인 사업 관련 질문이었기에 총수보다는 각 분야 실무 담당 임원이 보다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김범수 의장은 몇몇 질의에 대해서는 아예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현재 내부적으로나 외부 협의체 등과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수차례 답한 부분에 대해서도 당장 명확한 답을 달라는 내용의 질의가 다시 나오는 사례도 반복됐다. 당연히 앞선 답변이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국정감사의 고질적 '구태'로 지적받는 의원들의 '호통'과 '체면 세우기'도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답변이 나오자 제대로 된 답을 하라며 고함을 질렀다. 지난 21일 과방위 국감에서 김범수 의장이 세 번째로 증인 출석하고, 이해진 GIO가 3년 만에 국감장에 나온 이유도 결국 '플랫폼 주무부처'를 자처하는 과방위가 이들을 증인으로 불러야 체면이 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 동안의 문제들에 대해 국감 등을 통해 짚는다는 취지 자체는 공감한다"라면서도 "굳이 실무 담당자가 아닌 총수를 직접 불러 호통을 치고, 비슷비슷한 질문을 하거나 실상을 잘 모르는 질문을 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피로를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카카오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별도의 '플랫폼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국감'에 불만족한 것은 소상공인업계 등 이해 당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대한숙박업중앙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별도의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청문회는 지난 8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국토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첫 언급했는데,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업계 등이 지지 성명을 내놓으면서 보다 철저하고 신속하게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국감에서 플랫폼 업체들이 내놓은 각종 개선안에 대해 '면피용'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감만으로는 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감시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플랫폼 업체들이 사업 철수를 언급했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 돈이 안 되는 사업이고, 당장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일회성 상생안을 내놓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기재 소상공인연합회 온라인플랫폼공정화 위원장은 "온라인플랫폼 대기업 대표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에서 '플랫폼 국감'을 기대했으나, 기업 대표들은 원론적인 대답만을 되풀이해 소상공인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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