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백사장의 실종..축구장 3개면적 사라져

박동민,이윤식,고보현 2021. 10.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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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서 해상도시 실험

◆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 /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① ◆

부산 최고의 관광지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은 최근 4년 새 넓이가 16.1% 줄었다. 2016년 백사장 넓이는 13만4884㎡였는데 지난해 11만3079㎡로 축구장 3개 면적만큼 줄어든 것이다.

백사장 폭 역시 2019년 66.6m에서 지난해 62.3m로 4.3m 감소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전국 해수욕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백사장 감소는 침수 범람 위험을 키우고 해양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빠르게 삶을 파고들면서 어린 시절 방문했던 휴가지를 어른이 된 뒤 찾으면 추억을 되새기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연안침식 실태조사에서 심각 단계인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지속적인 침식으로 백사장 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속되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최고 1.1m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결과 여의도 면적 172배에 달하는 501.51㎢의 국토가 침수돼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소 과장이 섞였다는 비판도 있지만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2030년 부산 수영구, 해운대구의 요트경기장과 벡스코, 센텀시티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미 기후변화는 부산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이 부산을 덮쳤을 때 해운대 마린시티와 달맞이 등에 있는 아파트 8곳의 유리창과 창틀 수백 개가 부서졌다. 바로 나흘 뒤 태풍 '하이선'으로 해운대 아파트 5곳의 유리창 수십 개와 나무 수십 그루가 파손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안가에 불과 5년 전만 해도 없던 빌딩풍이라는 신종 재난이 생긴 것"이라며 "내년까지 빌딩풍을 예방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해상도시 건설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부산시는 유엔 해비타트와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파트너십 협약을 논의했다. 부산시가 유엔 해비타트의 파트너 도시로 선정되면 해양 공간(약 2만㎡)과 내륙에 임시 건설 현장을 제공하고 해상도시 건설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에 협조한다. 울산시도 지난 7월 해저도시 건설을 선언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울 = 이윤식 기자 / 고보현 기자]

온난화에 1.3배 세진 태풍이 항만 파괴…"지금 방파제론 어림없다"

부산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실선
차세대 방파제 개발에 구슬땀
구조물 성능 2배로 높여야 버텨

어항 56곳 6천억 들여 보수해야
부산항 3개월멈추면 GDP 2%↓

해안침식 따른 피해 대비하고
부두 높게 만드는 기술 갖춰야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위치한 콩레이 바위. 태풍 `콩레이` 당시 7.69t의 바위를 포함해 총 32개의 바위가 밀려왔다. [이윤식 기자]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해안 파고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높아진 파랑에 항만 등 해양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 테트라포드보다 안전계수가 더 높은 소파블록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리실험동에서는 새로 개발 중인 차세대 소파블록 안정성 실험이 한창이었다. 테트라포드는 파도로부터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한 소파블록의 한 종류로, 발이 네 개 달린 콘크리트 블록이다. 사방으로 뻗은 발이 서로 얽혀 있어 파도가 칠 때 부서지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기술원에서 만난 고행식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수조에 5.5m 파고를 축척 50대1 모형으로 구현해 콘크리트 강도를 실험하고 있다. 그는 "바다의 고파랑 형성이 잦아지면서 지금 설치된 테트라포드보다 더 내구성 높은 소파블록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 해안가에 설치된 테트라포드는 안전계수가 6~8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지만 이제 몇 년간 강도가 세진 태풍과 파랑을 이겨내려면 어림없다고 말한다. 지금 기술원이 개발하는 새 소파블록은 안전계수가 13이나 된다. 그 정도는 돼야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우리나라에 내습하는 태풍과 파랑의 강도가 강력해지며 국내 항만, 부두 등 해양 인프라스트럭처가 위협에 처했다. 부산 수영구 마린시티가 보이는 민락수변공원 한복판에는 생뚱맞게 커다란 바위가 떡하니 서 있다. 일명 '콩레이 바위'다. 2018년 10월 태풍 '콩레이' 당시 7.69t에 달하는 이 바위를 포함해 총 32개의 바위가 바다에서 밀려왔다. 최근 부산 해안에는 강력한 태풍에 거대한 바위가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이 같은 아찔한 사태가 잦아지고 있다.

한반도를 덮치는 태풍은 지난 41년간 연 최고 강도가 31% 증가했다. 태풍의 강도가 세지고 파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해수면 온도와 관계가 깊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지구 해수면은 현재보다 60~1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전망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환경부는 국내 해역 표층 수온이 2100년에는 현재보다 2~6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평균 해수면이 매년 3.12㎜씩 상승했는데, 최근 10년만 따지면 연평균 상승폭이 3.68㎜로 한참 높았다.

지난 8월 동해상에 높은 파도가 일어 피서객과 관광객의 해변 출입이 통제된 속초항 방파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상기후가 실제 해양 인프라 파괴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혼란은 물론 경제적 비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13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국가어항 82개 중 49개의 설계파고가 높아졌고 보수·보강이 필요한 시설은 56개 항이며 총비용은 6684억원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새 기준에 따라 2019년부터 전국 113개 국가어항에 대한 설계파고 등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 해양기술원에 따르면 만일 울산항이 자연재해로 3개월간 가동이 중단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1.1% 감소하고, 관련 노동자 보수가 0.9% 줄며, 취업자 수가 0.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산항이 같은 기간 정지할 경우 GDP 2% 이상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9년까지 2조3009억원을 들여 전국 283개소에 대해 연안보전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침식 지역 167개소, 해수 범람 지역 18개소, 월파 지역 62개소 등에 대해 수중방파제 등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전국 국가어항 113곳에 대해서도 적정 설계파를 검토하고 시설 보강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수면 상승과 설계파고 증가에 대비한 차세대 해양 인프라 기술 개발도 요구된다. 더 견고한 방파제를 조성하기 위한 소파블록뿐 아니라 상향된 해양 인프라 설계파고에 맞춰 해수면에서 더 높게 부두, 항만을 조성할 수 있는 잔교 기술도 요구된다. 잔교는 해저 바닥에 기둥을 세우고 위에 상판을 올려 해상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다. 일본 하네다공항의 잔교식 활주로는 수면 위 8m 높이, 기둥 간 거리가 5m인 잔교 기술이 접목됐다. 국내에서 해양기술원이 같은 수준을 목표로 고성능 잔교 하부구조를 개발하고 있다. 중장기적 해양 인프라 미래 기술로는 부유식 구조물이 거론된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해안 정보 최신화 작업도 요구된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2016년과 2018년 해안선 조사 결과 연안정비 사업, 구조물 건설 등으로 인해 최대 21%의 해안선 변동이 발생했다. 조사원은 2025년까지 연안 재해 취약성 평가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사원은 이미 지난해 태풍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전국 연안 149개소에 대해 50~200년 빈도별 해안 침수 예상도를 완성했다.

[부산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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