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경향신문]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의 상속자이자 할리우드 스타인 패리스 힐튼은 한 번 입은 옷은 다시 입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념 배우로 불리는 <해리 포터> 주인공 에마 왓슨은 ‘옷을 (입는 게 아니라) 갖기 위해 사는 것 같다. 소비행태가 일종의 도벽 비슷하다’고 힐튼을 비판한 바 있다. 그랬던 힐튼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백’한다며 “의식있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썼다. “지금 입은 옷은 중고다. 새 옷 대신 중고를 구입하면 의류 탄소 발자국을 82%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힐튼의 결심을 이끈 것은 미국의 온라인 중고품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의 캠페인이었다. 스레드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쇼핑 급증에 따른 낭비를 줄이기 위해 ‘지속 가능한 옷장 만들기 7단계 챌린지’를 제안하고 있다. 중고 옷 입기, 빌려 입기, 친환경 브랜드 이용, 세탁물 공기 중 건조, 입었던 옷 다시 착용, 수선해 입기, 버리는 대신 주거나 재판매하기 등이다. 스레드업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의류·신발 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8%를 차지한다. 의류의 재활용 비율은 1% 미만이고, 소비 후 73%가 매립 또는 소각된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2050년 전 세계 탄소 예산의 26% 이상이 섬유산업에 쓰이게 된다.
청바지는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의류로 꼽힌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청바지 한 벌 생산에 물 7000ℓ가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염색과 탈색, 워싱 등을 거치면서 많은 물과 화학약품이 쓰인다. 여기에 원재료인 목화솜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물까지 더하면 사용량은 훨씬 더 많다. 청바지는 또 목화에서 실, 원단, 제품으로 가공 및 운송되는 과정에서 한 벌당 이산화탄소 32.5㎏을 발생시킨다. 어린 소나무 12그루를 심어야 탄소중립이 가능해진다.
이랜드의 의류 브랜드 ‘스파오’가 2023년까지 청바지 원단인 데님 제품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생산한다고 22일 밝혔다. 재활용 또는 친환경 면사를 재료로 쓰고, 가공 과정에서도 물과 약품 사용을 최소화한다고 한다. 친환경 청바지가 나온다니 반갑지만 한편으론 곤혹스럽다. 새 옷 구매는 지구 오염을 가속화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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