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21일 ‘전두환 옹호’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 잇따르며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가 이날 낮 논란 발생 이틀 만에 유감을 표명하고 송구하다고 밝힌 후 그의 SNS에는 돌잡이 때 사과를 잡는 사진과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사진을 황급히 내리고 “실무진 실수”라고 했지만, 사과를 조롱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앞서 한 사과의 진정성마저 통째로 의심받고 있다. 대선 주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처사에 말문이 막힌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 이후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적재재소에 인재를 배치한 예로 거론했다 하지만 헌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한 인물을 옹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과하는 게 당연한데도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다. 문제의 발언 다음날 “경선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그분들을 더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한 말에서는 독선과 아집마저 드러난다. 위로는 가해자가 아닌 제3자가 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불과 몇 시간 전에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까지 한 터였다. 여론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유감 표명을 했지만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반려견에게 사과’하는 사진은 시민들의 분노를 돋웠다. 사태가 잦아들기를 바라는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 ‘사과는 개나 줘’라는 뜻 아니면 무엇인가” “억지로 사과하고 뒤로 조롱하는 기괴한 후보” “사과마저 희화화하는 윤 후보 캠프” 등 경선후보들의 강도 높은 비판은 물론 “착잡하다”(이준석 대표)는 자조가 나왔다. 그런데 윤 후보 측이 보인 행태를 보면 한심하다. 캠프에서는 “실무진의 실수”로 돌렸다. 하지만 실무자가 밤늦은 시간에 혼자 윤 후보의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면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까. 또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은 “개인의 인스타그램이 너무 무겁고 딱딱하면 재미가 없다”고 했다. 도대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이나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는 22일 ‘반려견 사과’ 사진에 대해 자신의 불찰이자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윤 후보는 소통 능력 부재와 역사 인식 부족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통령이 되려는 윤 후보가 반드시 보완해야 하는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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