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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임 빼고 유동규 기소한 검찰, 법리 따라 엄중히 수사하라

입력 2021. 10. 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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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강제수사 착수 후 23일 만에 첫 구속기소한 유씨에게 뇌물과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를 적용했다. 2013년 위례신도시·대장동 사업을 추진하던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3억5200만원을 챙기고, 2014년부터 대장동 사업을 설계하며 민간사업자 이익과 편의를 봐주고 2020~2021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700억원(세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담긴 배임 혐의는 보강조사한 뒤 처리키로 하고, 김씨로부터 받았다는 5억원의 뇌물도 공소장에서 제외했다. 수사가 유씨 구속 후 공범과 로비·윗선 규명에서는 큰 진척 없이 ‘개문발차’하는 모양새가 됐다.

유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구속 시점에는 4개였는데 기소 때는 2개로 줄었다. 통상적으로 구속영장보다 공소장에서 혐의가 구체화되고 살이 붙는 것에 견주면 이례적이다. 당초 유씨 영장에는 사업설계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등의 방식으로 화천대유 측에 4040억원의 배당이익을 안기고 도개공에 최소 11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가 적시됐다. 그러나 기소 시점까지 배임 액수를 특정하지 못하고, 당시 도개공이 배당이익 1800억원을 포함해 예상수익의 70%(4400억원)를 선점한 것을 배임으로 볼지 판단을 미룬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삭제’인지 ‘건의 미채택’인지 조사 중이다. 배임은 법인에 끼친 손해와 더불어 고의성과 대가성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올 1월 유씨와 김씨 간의 5억원 뇌물수수 혐의까지 공소장에서 빠지면서 사건의 두 줄기인 뇌물(로비)과 배임 혐의 수사는 답보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런 허술한 공소장은 검찰이 김만배·남욱의 신병 확보에 실패할 때부터 예고됐다. 남 변호사 등이 실토했다는 3억5200만원의 뇌물은 공소시효가 끝났고, 700억원 약정설은 당사자들이 부인했다. 이 혼선은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을 벌이고도 증거를 잡지 못한 검찰이 자초했다.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검찰이 비상한 각오로 대장동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지 못하면 특검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나 예단이 아닌 오로지 법리와 증거에 따라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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