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호남 위해 공들여 짓던 밥에 대놓고 '재 뿌렸다'

심진용 기자 2021. 10. 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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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상식 초월해…착잡”
1년여 이어온 ‘서진’에 찬물
대선 앞둔 당에 악재 위기감
경선 중 당의 개입도 어려워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왼쪽부터)가 22일 서울 마포구 YTN에서 대선 경선 6차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호남 민심을 껴안겠다며 지난 1년여간 이어져 온 국민의힘의 ‘서진’ 행보가 꼬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고, ‘사과’ 논란까지 이어지면서다. 호남 민심이 돌아서고, 당이 다시 ‘5공의 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착잡하다”고 적었다. 전날 자정 무렵 불거진 윤 전 총장 SNS의 사과 논란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CBS 라디오에 나와서는 “논란이 길어지는 건 윤 후보나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빠른 수습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오전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오후에는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날 자정을 앞두고 윤 전 총장 반려견 ‘토리’ 계정의 인스타그램에 먹는 사과를 토리에게 건네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사과가 무색해졌다. 전날 사과를 집어 든 윤 전 총장 돌잡이 사진이 SNS에 올라온 것까지 엮어, 사과 여론에 조롱으로 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의 전씨 옹호 발언과 사과 논란이 대선을 앞둔 당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감지된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과 원전 정책 두 가지만은 전두환 전 대통령한테 배웠으면 좋겠다”며 윤 전 총장 발언을 두둔했던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이고”라고 한숨 쉬며 허탈하게 웃었다. 김은혜 의원은 SBS에 출연해 “(사과) 사진은 이유불문하고 죄송하다”며 “윤 후보 측 메시지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이 부분은 몇 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호남 확장 노선을 걸어왔다. 김 전 위원장이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무릎 사죄’를 했다. 이 대표의 취임 후 행보도 다르지 않았다. 호남 지역 유권자는 물론 호남 출신 타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을 붙잡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도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 대표 취임 후 호남에서만 신규 당원 1만여명이 나오는 등 가시적 성과가 이어졌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전날에도 전남 여수와 순천을 방문해 여순사건 위령탑을 참배하는 등 호남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발 돌출 사건으로 당 전체의 행보가 엉켜버렸다.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어서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는 게 국민의힘이 마주한 또 다른 고민이다.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 윤 총장 본인이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해명들이 먹혀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사과 논란에 대해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며 “(SNS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후보 사퇴를” “후폭풍될 것”
대선 주자들, 일제히 비판

다른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SNS에서 “국민과 당원을 개 취급하는 후보는 후보를 사퇴하는 게 맞지 않느냐” “(후보) 그만두시고 토리와 부인과 함께 인도사과 게임이나 하시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캠프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대통령 자격 없다”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본선 생각하면 우리 입장에서도 마냥 좋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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