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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한국사회 투영된 오징어게임

권구성 입력 2021. 10. 2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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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기생충', '설국열차'.

오징어 게임이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를 보는 이들 관점에 있다.

최근 며칠간 오징어 게임을 다룬 기사들은 주로 세계시장에서 거둔 기록적인 흥행 성적에 관한 것들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저스틴 히미네스 이코노미스트는 '빚, 불평등, 죽음-오징어 게임 경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오징어 게임이 그린 한국 사회의 참상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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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기생충’, ‘설국열차’.

지난 10년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이다. 이들 작품이 세계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뛰어난 각본과 연출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 사회를 투영하며 제시한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빈부격차와 계급론이다.
권구성 문화체육부 기자
오징어 게임이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를 보는 이들 관점에 있다. 드라마는 게임 속 참가자 시선에서 전개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가면으로 모습을 가린 VIP들이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게임 참가자 관점에서 그들의 감정에 이입되지만, 사실은 드라마를 보는 이들 모두 게임을 관전(시청)하는 VIP에 가깝다.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첫 번째 지점이다.

최근 며칠간 오징어 게임을 다룬 기사들은 주로 세계시장에서 거둔 기록적인 흥행 성적에 관한 것들이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94개국에서 1위에 올랐으며, 넷플릭스의 수익이 9억달러로 추정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런 숫자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드라마가 내놓은 메시지에서는 점차 멀어지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은 채 ‘1등 상금 456억원’을 되뇌는 게임 속 참가자들처럼 말이다.

드라마는 빈부격차와 계급론을 참혹하게 그리고 있다.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거나 의사가 되고도 실패를 경험한 뒤로 재기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렇다. ‘평등’이라는 기준을 내건 게임 속에서조차 계급과 서열이 나뉜다. 이것을 단지 드라마의 재미 요소로 느꼈다면 가면을 쓴 VIP와 다를 바 없다.

드라마는 현실을 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저스틴 히미네스 이코노미스트는 ‘빚, 불평등, 죽음-오징어 게임 경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오징어 게임이 그린 한국 사회의 참상을 분석했다. 한국 사회는 높은 부채비율과 치솟는 집값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빚을 내서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매달리는 현실을 꼬집었다.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은 오징어 게임을 두고 “이 디스토피아 시리즈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에서 승자 독식 사고방식과 한국인의 경제적 좌절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 어두운 드라마의 중심에는 평균적인 한국인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있다”며 “(한국의) 청년들 사이에서 정치적 냉소주의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정치권에서 다루는 오징어 게임은 오락적 요소에 머물러 있다. 정치인들이 오징어 게임 속 인물이나 장면을 패러디하거나,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에서 서로가 오징어 게임 속 인물이라며 시선 끌기에 급급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공개 석상에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고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문화는 시대상을 담는다. 화려한 색감의 세트장에서 어린 시절에나 했을 법한 놀이를 하는 설정은 흥미롭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게임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이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오징어 게임이 거둔 흥행 성적의 이면에서 작품이 얻은 공감과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읽어봐야 할 때다.

권구성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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