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신장 망가져 죽어"..요즘 적도 인근이 이상하다

김홍범 2021. 10. 2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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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의 최소 85%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한 기상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다가오는 ‘가열된 지구’의 인류는 신장부터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8월 소방관과 주민이 그리스 에비아섬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구의 기온이 계속 오를 경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인구가 만성 신장 질환을 앓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미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곳(hotspot)에선 이런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신장 질환’(Chronic Kidney Disease of Unknown origin·CKDU)에 대한 연구와 잠재적 피해 규모에 대한 평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CKDU는 지난 1990년대 중앙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신장이 망가져서 죽는 사례가 급증하며 보고된 현상이다. 보통 만성신부전증은 노화 현상 중 하나로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이 지역에선 주로 청년층, 주로 남성 야외 노동자에게서 이런 현상이 발견됐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런 특이 현상을 일반 만성신부전증(CKD)과 구분해 CKDU라고 불러왔다.

사탕수수 재배지로 유명한 중미 과테말라의 샌안토니오에서 지난 2006년 한 농부가 사탕수수를 베어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후 진행된 CKDU에 대한 원인조사에서 카드리나 웨즐링 에레디아국립대 독성물질연구소 연구원은 “저지대의 농민들은 고온에 노출되기 쉽고, 과하게 땀을 흘려 만성적인 탈수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며 “체액이 끈적해지면서 신장 세포에 무리가 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체의 균형 유지를 담당하는 신장이 높은 기온에 의해 매일 미세한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CKDU의 피해를 보는 지역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할수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와 같은 나라들에선 매년 신장으로 인한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일반적인 평균보다 약 10배나 많고, 대부분은 신규환자들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토드 켈스톰 호주 국립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일 년 중 높은 기온을 보이는 날이 늘고, 그 강도도 심해짐에 따라 열대 및 아열대에 사는 전 세계 인구 3분의 2가 이런 현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8년 8월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에서 관광객 두 명이 기온 49도가 표시된 온도계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는 폭염에 이름을 붙이고 위험성 등급도 매기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후 변화에서 열(heat)로 인한 문제가 가장 명백한 위협으로 평가된다”며 “최근 한 연구는 1991년부터 2018년까지 온열 관련 사망자의 3분의 1 이상이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추정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에는 독일 연구진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문건 10만2160건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최소 85%가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한 기상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세계 각국은 이달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탄소 배출 감축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21일 “기후변화와 관련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가 흔히 쓰이지만, 심각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며 ‘지구 가열’(global heating)이라는 용어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새로 등재됐다”고 전했다.

김홍범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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