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에 팔린 가상의 집? #마스하우스

전혜진 2021. 10.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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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있지만 들어가 '살 수' 없는 집이 있다? NFT 거래 역사상 최초로 판매된 메타버스 홈 '마스 하우스(Mars House)' 집들이에 나섰다.

화성의 비범한 기운을 품은 집. 미디어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이하 KK)의 ‘마스 하우스’는 2020년 팬데믹으로 토론토의 온 거리가 록다운된 시기에 탄생했다. 패쇄와 단절의 공포, 혼란한 도시 속에서도 작가의 내면과 정신에 집중해 이 집이 ‘완공’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메타버스 집이기 때문. KK는 메타버스가 가져올 미래에는 사람들 모두 메타버스에서 일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부동산과 투자 상품을 매매하며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나갈 것을 예감했다. 마스 하우스는 KK의 설명에 따르면 꿈과 직관을 반영해 탄생한 “메타버스 집 최초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진입할 수 있도록 고안된 디지털 하우스”이자 직접 들어가 살 수 없음에도 “지난 3월 미국 NFT 아트 플랫폼 슈퍼레어에서 288ETH(약 5억6000만 원)라는 기록적인 금액으로 판매된”, 여러 의미로 ‘태초’의 집인 것이다.

NFT로 거래된 최초의 가상 건축물인 ‘마스 하우스’ 전경.

기술 혁신을 하나의 예술 분야로 인정하자는 철학적 움직임인 ‘테크이즘’ 창시자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디지털 휴머니즘의 발전을 꿈꿔온 KK는 이 집을 ‘치유의 집’이라고 정의한다. “팬데믹 동안 우리는 행복과 정신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마스 하우스는 인간성 회복에 필요한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럭셔리 하우스의 새로운 기준이 되지 않을까요?” 내부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전면 유리벽, 표면이 온통 LED로 뒤덮인 바닥으로 투과되는 빛은 집 안 곳곳에서 형형색색으로 흐른다. 우리 신체에 최적인 빛과 색, 주파수를 통해 현실세계로부터 벗어나 극한의 평온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기술은 행복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천장과 바닥 전면에 치유의 조명을 설치하고, 치유력을 지닌 소리 주파수를 설정했어요. 대부분 항균성 마감재와 지속 가능한 재료들을 사용했고요.” 이 집을 구성하는 모든 선과 면에는 KK가 추구하는 ‘젠(Zen; 일본 불교 용어로 ‘선(禪)’을 의미하며, 고요한 마음의 작용을 통해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 디자인 철학이 반영돼 있다. KK는 직선과 곡선으로 맹렬히 빛나는 가구들, 특히 식탁과 의자, 꽤 포근해 보이는 침대까지 모두 컬러 그라디언트 작업을 적용한 유리를 메인 소재이자 컨셉트로 정해 이 멋진 디자인을 완성했다.

‘마스 하우스’ 내부 모습. 전면 유리로 제작한 식탁과 의자 등의 가구에는 빛이 흐른다.

마스 하우스는 요즘 현실 세상에서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뷰 맛집’이기도 하다. 유리 통창 너머에는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산자락이 펼쳐진다. 노을처럼 붉은색으로 온통 뒤덮인 하늘은 이 집이 실제 화성에 지어진 듯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도. KK는 “현실과 디지털 세상의 혼돈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평화로운 고독을 경험하는 곳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위해 고요함과 아름다움, 활기를 되찾고 싶어 하지 않나. 마스 하우스는 집 외부 환경마저 행복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외부 경관의 설계 의도를 밝힌다. 만약 실제로 화성에 지어진 집이라면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없이 진정한 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KK는 마스 하우스에 현실세계의 사람이 거주한다고 가정해 보기도 했다. 그는 “아마 내적 고요를 추구하는 예술가나 아트 어드바이저, 상담 전문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이 살지 않을까”라며 재미난 상상을 더한다.

‘마스 하우스’의 루프톱 테라스. 화성을 연상시키는 붉은 하늘과 험준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휴식 공간.

마스 하우스와 같은 NFT 건축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메타버스는 인류가 다음으로 선택할 개척지”라고 운을 뗀 KK는 “인간은 디지털 환경과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을 건강과 치유를 목적으로 설계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제품개발과 디자인, 건축설계에서 NFT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놀랍게도 마스 하우스는 실물로 세상에 등장할 날을 앞두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 무라노에서는 마스 하우스 가구 중 하나인 다면체 테이블을 실물로 제작했고, 오는 11월까지 베니스의 원더글라스(WonderGlass) 갤러리에 전시된다. KK는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을 목적으로 마스 하우스의 실물을 선보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줄곧 마음속에서 실재하길 바라온 집이다. 3박 4일 정도 속세를 벗어나 자연에서 휴식할 수 있는 빌라와 같은 모습으로 재탄생하지 않을까. 생태 정보를 읽고 신체적 상태에 따라 조명과 소리 주파수를 조절해 치유를 얻는, 최고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실물화 프로젝트에 관한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 이동한 집, 그리고 다시 현실세계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이 재미있는 메타버스 홈은 과연 KK의 예측대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만들 수 있을까.

거실 구조. 중앙의 원형 테이블 우측에 위치한 다면체 사이드 테이블은 베니스 원더글라스 갤러리에서 실물화 버전으로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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