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백현동 용도변경, 국토부 협박 탓"이라는데.. 성남시가 국토부 요청 거부한 문건 나와

김형원 기자 2021. 10. 2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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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감 발언 진실공방
백현동 로비 있었나.. 野 "李캠프 출신 영입 뒤 마법같은 특혜"

경기 성남시가 2014년 백현동 용도 변경과 관련한 국토부의 협조 요청에도 “해줄 수 없다”는 공문(公文)을 부지 소유 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에 수 차례 보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는 앞선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토교통부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말했던 것과 배치된다. 국민의힘 대장동 태스크포스(TF)는 “국토부 협박 탓이 아니라, 백현동 부동산 개발 업체에 이재명 선거캠프 선대본부장 출신이 ‘해결사’로 영입되자 용도 변경이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특혜의혹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백현동 사업은 한 민간 부동산 개발 업체가 지방 이전이 예정된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인 ‘자연녹지’를 매입한 직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 결재를 통해 부지 용도가 ‘준주거지’로 4단계나 상향된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후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민간사업자가 수천억 원대 개발 이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대장동 판박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는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부가 요청을 해서 한 일이고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며 “국토부가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후보는 미리 인쇄한 국토부 공문을 카메라 앞에 들어 보이기도 했다.

실제 국토부는 2014년 1월, 5월, 10월 세 차례 성남시에 한국식품연구원이 소유한 백현동 부지를 용도 변경 해달라는 취지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비슷한 기간에 성남시는 국토부 요청 내용과는 정반대로 백현동 부지 소유 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에 “우리 시(市)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아 반려한다”는 공문을 회신했다.

특히 성남시는 국토부의 마지막 협조 요청이 있은 지 두 달 뒤인 2014년 12월에도 백현동 용도 변경에 부정적인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 협박’이 백현동 아파트 부지의 4단계 상향 조정의 직접적 배경이 아니라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의 경기도 국감에서 국토부 공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MBC

야당은 백현동 특혜 의혹 배경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선대본부장 출신인 김모(68)씨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부동산 개발 업체 A사에 영입된 2015년 1월을 기점으로 백현동 개발 사업이 일사천리로 추진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22일 “부동산 개발 업체에 김씨가 영입된 이후 주거 공간이 들어서기 어려운 옹벽을 헤치고, 4단계 용도 상향과 같은 마법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면서 “개발 과정에서 권력이 개입한 것이 아닌지 특검으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 김씨가 A사에 들어간 지 석 달 만인 2015년 4월 이재명 성남시장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4단계 상향’ 보고서에 서명했다. 같은 해 9월엔 백현동 부지 11만2860㎡(약 3만4200평)에 임대주택을 건립한다는 전제로 결국 용도 변경이 이뤄졌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듬해인 2016년 12월 일반분양(임대주택 10%)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민간 개발업자들은 3000억원에 이르는 분양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A사 대표 내외도 배당 수익 700억원(수익률 2000%)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과정

민간 개발업자들은 성남시로부터 허가받은 용적률을 다 쓸 수 있도록 깊숙이 땅을 팠다. 가파른 산을 깎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백현동 아파트 주변으로 높이 50m, 길이 300m의 거대한 옹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옹벽 아파트’에 대해선 안전성 문제뿐만이 아니라 아파트 비탈면 수직 높이는 15m 이하여야 한다는 산지관리법 시행 규칙 위반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백현동 개발 과정에 참여한 김씨는 2006년 이재명 시장 선거캠프 선대본부장 출신이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도 캠프에서 이 후보를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씨가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직함으로 입주민들에게 개발 관련 송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사진도 올라와 있다. 김씨는 백현동 개발사업 동업자들과 법적 분쟁 끝에 70억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부의 협박에 의해서 추진됐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부가 2014년 1월, 5월, 10월 세 차례 협조 공문에서 용도 변경을 ‘협박’했기 때문에 성남시로서는 불가피하게 승인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시 성남시는 국토부의 마지막 협조 요청이 있은 지 두 달 뒤인 2014년 12월까지 백현동 부지 소유 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에 “우리 시(市)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아 반려한다”는 공문을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본지 통화에서 “당시 성남시는 국토부로부터 공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 받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버티고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백현동 용도 변경을 한 것이라 (공문)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 같은 이 후보 측의 해명에 대해 국토부 내부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성남시뿐 아니라 지방 이전이 예정된 공공기관이 위치한 모든 지자체에 “부지가 빨리 매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동시에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특히 ‘4단계 상향’은 성남시 소관이라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 얘기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전날 국정감사에서 “용도 변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내용은 없었고, 매각을 순조롭게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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