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단 엔진 왜 46초 빨리 꺼졌나 “엔진 아닌 연료주입 계통 오작동 의심”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10. 2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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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누리호의 7t급 3단 엔진 개발 과정에서 연소 성능을 실험하는 모습. /항공우주연구원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3단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첫 발사에서 모든 비행 과정을 마쳤지만 마지막 위성 모사체 궤도 진입에서 좌절했다. 3단 로켓이 예정보다 46초 빨리 엔진이 꺼졌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원들은 22일 오전 10시부터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비정상 비행의 원인 분석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3단 로켓 엔진 자체보다는 연료 주입 계통이나 동작 신호를 보내는 전자 계통의 오작동이 가장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누리호는 21일 지구 상공 700㎞ 궤도에 위성을 대신한 알루미늄 덩어리를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1단과 2단 로켓이 정상 작동하고 3단도 정상 고도에서 위성 모사체를 밀어줬지만 진입 속도가 목표한 초속 7.5㎞보다 낮은 6.7㎞에 그쳤다.

위성 진입 속도가 목표보다 높으면 궤도 바깥으로 튀어나가고 낮으면 지구로 끌려들어가 대기와 마찰열로 불타 버린다. 모사체를 궤도에 진입시킨 시간도 발사 후 967초가 아니라 917.8초였다. 엔진이 빨리 꺼지고 궤도 진입도 빨랐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성 모사체가 지구를 한 바퀴도 돌지 못하고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발사 직후 브리핑에서 “비행 전 계산으로 추정할 때 연료가 부족했거나 엔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과 2단 로켓은 연료가 소진되면 자동으로 연소가 멈춘다. 반면 3단은 정해진 고도와 속도에 이르면 연료가 남아도 엔진 중단 신호를 보낸다.

항우연 내부에서는 신호 오류와 함께 연료 주입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3단 로켓은 터보펌프로 연료 압력을 높여 엔진 연소실로 주입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연료가 덜 들어가고 엔진도 그만큼 빨리 꺼질 수 있다.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단장도 “연료와 산화제 공급 계통이나 탱크 가압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3단 로켓은 누리호에서 가장 작은 엔진이지만 정상 작동이 결코 쉽지 않다. 7t급 3단 로켓 엔진은 1단의 75t 엔진보다 힘이 10분의 1이지만 로켓의 크기는 3분의 1이다. 3단은 공기가 희박하고 대기압이 낮은 258㎞ 이상의 높이에서 마지막으로 연소하기 때문에 화염이 옆으로 퍼져 나간다. 이 때문에 화염에 뿜어져 나가는 노즐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고정환 본부장은 “노즐 등을 고려하면 7t 엔진이 훨씬 더 가혹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 개발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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