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정치검찰" 비판까지..대장동 수사 중간평가 '낙제점' [뉴스원샷]

하남현 입력 2021. 10. 23. 05:00 수정 2021. 10. 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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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 사회1팀 차장의 픽 : ‘檢 부실 수사’ 드러낸 유동규 기소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관련 의혹 핵심 인물을 처음으로 지난 21일 오후 늦게 재판에 넘겼습니다.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서입니다. 지난달 29일 전담 수사팀이 꾸려진 지 23일 만입니다. 수사팀 입장에선 첫 수사 결과물이자 ‘성과’를 내놨는데, 검찰 안팎에선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 보입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을 재판에 넘기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관심은 어떤 내용을 담아 기소하느냐였습니다.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가늠해 볼 수 있어서입니다. 사실상 ‘중간 수사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수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박합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 영장에도 주요 혐의로 기재됐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기소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수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혐의가 오히려 덜어진 것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속 영장에 담은 혐의를 기소 시기까지도 입증 못 했다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업 편의 대가’ 뇌물 혐의 인정…배임은 빠져


검찰이 밝힌 공소 사실 요지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사업 편의 대가로 뇌물 3억5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당시 대장동 개발과 함께 위례신도시 개발에도 참여했던 남욱(48) 변호사와 정영학(52) 회계사,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52)씨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자금 흐름 그래픽 이미지. 김호준 기자 feelin99@joongang.co.kr

또 2014~2015년께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를 대장동 민간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 체결 과정에서 유리하게 편의를 봐준 뒤 2020~2021년 그 대가로 700억원(세금 등 공제 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습니다.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입니다.

그런데 공소 사실에는 당초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담았던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바로 유 전 본부장의 수천억원 대 배임 혐의입니다. 대장동 사업협약·주주협약에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성남시가 100% 출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큰 손해를 끼쳤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것입니다.

명목상 대장동 개발 주체인 민관합작법인 성남의뜰에서 최대 주주(50%+1주)인 공사는 도시개발(택지조성 및 판매) 이익 7243억원(경실련 추산) 중 1822억원 고정이익만 배당받고 나머지 배당금 4040억원을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7명 주주(지분 합계 7%)에 안겨주고, 별도로 화천대유가 5개 필지를 싼값에 사들여 직접 아파트를 분양해 경실련 추산 4500여억원의 분양수익도 얻게 해줬기 때문입니다.(※그래픽 ‘대장동 개발 이익 자금 흐름도’ 참조)

뇌물 혐의도 축소됐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 씨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구속 영장엔 있었는데 공소장엔 빠졌습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시 혐의를 적시했다는 것은 입증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는 걸 뜻합니다. 영장이 발부된 건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만큼 검찰이 구속 영장에 넣었던 혐의를 재판에 넘기는 기소 단계에서 빼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한 검찰 간부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배임 혐의 등이 일부 소명된다고 밝혔음에도 기소도 못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수사가 미진했다는 내부 비판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2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항의 방문했다. 뉴스1


“영장심사에서 인정된 혐의도 기소 못 하나”


그간 검찰은 ‘부실 수사’, ‘늑장 수사’ 의혹을 받았습니다. 유 전 본부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그가 던진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를 경찰이 찾아내 망신을 샀습니다. 여론에 떠밀리듯 성남시청을 뒤늦게 압수수색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마저도 시장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뺐다가 지난 21일에야 시장실을 뒤졌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성남시 고문변호사 경력이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기소는 이런 세간의 의구심을 수사 성과로써 어느 정도 불식시킬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로의 번지는 불길을 검찰이 막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배임죄 적용 시 개발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당시 시장이었던 이 지사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시도도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 검찰이 밝힌 공소 요지만 봐서는 대장동 의혹이 유 전 본부장과 그를 둘러싼 일당들의 ‘일탈 행위’로 축소될 수 있습니다. 이 지사 측의 주장과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재명 지사의 배임 혐의 수사를 일단 모면해 보려는 것 같다”며 “검찰 창설 이후 이렇게 노골적인 정치 검찰의 행태를 보인 것은 전례가 없었다”라고 수사팀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셌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의원 29명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공작수사 조작하는 검찰은 각성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습니다.
성남 대장동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팀, “배임 수사 끝난 것 아냐”


수사팀은 “배임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배임까지 재판에 넘길 경우 유 전 본부장이 피의자에서 참고인으로 신분이 전환돼 추가 수사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을 고려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철저 수사’ 지시 후 유 전 본부장을 급히 구속하다 보니 배임 혐의를 입증할 물리적 시간이 모자란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실제 검찰은 지난 12일 문 대통령의 지시 발언이 공개된 지 3시간 후 유전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대장동 의혹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아직 풀어야 할 의혹은 산적해 있습니다. 대장동 사업의 설계는 누가 주도했는지,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언급됐다고 하는 ‘그분’의 실체는 무엇인지, 화천대유에 몸담았던 거물 법조인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규명돼야 합니다.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지금까지의 비판을 불식할만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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