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의 꿈이 이루어졌다".. 전 세계 단 하나 최고급 시계 발표회 들어보니

최보윤 기자 입력 2021. 10. 23. 06:04 수정 2021. 10. 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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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 신작
8년간 장인들이 한 작품 제작
웨스트민스터 시계탑 종소리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담겨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바쉐론 콘스탄틴

약간의 ‘예능감’을 덧붙여 표현하자면, 아마 이 장면은 ‘서프라이즈’ 혹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닐까. 조금의 접근 가능함과 시간적 집요함이 허락된다면 보통 10년 기간을 들여 촬영한다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나, 장장 12년간 소년의 성장에 카메라를 맞춘 영화 ‘보이후드’팀이 선보일 만한 감히 시도하고픈 프로젝트일 것 같다.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선보인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언제나 이론적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을 추구하는 데 열정적인’ 수집가들의 기대를 위해 존재한다”는 설명은 이 작품을 보는 순간 바로 고개를 끄덕이기 충분하다. 명칭에서 연상되는 듯이, 영국 웨스트민스터 시계탑(빅벤) 종소리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유명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명작에 대한 ‘헌사’다. 웨스트민스터 소네리만 담을 수 있어도 초복잡 시계 중 하나로 꼽히는데, 거기에 명화의 예술적 기품까지 담았다니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인들의 노고와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시계 앞면 /바쉐론 콘스탄틴

기자는 전 세계에서 단 한 하나 제작된 이 작품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미리 제작 과정과 작품 배경에 대해 스위스 측과 화상을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스위스 본사에서 선정한 극소수의 매체, 본사에서 추천한 몇몇 기자를 대상으로 한 비밀스런 발표회였다. 공식 보도자료가 나오기 전까지 엠바고를 지킨다는 비밀유지 각서에 사인까지 하고 나니 프로젝트의 일원이 된듯한 느낌마저 든다.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바쉐론 콘스탄틴

최근 공식적으로 전 세계에 발표된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화상(zoom) 설명회 때 터진 탄성못지 않게 해외 매체들은 글자로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최고급 시계 제작에 대한 제대로 된 교본”(미국 포브스) “바쉐론 콘스탄틴이 이뤄낸 수집가들의 꿈”(스위스 최고급 시계 저널·Le journal de la haute horlogerie) 등이다.

장장 10년 가까운, 정확히는 2013년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이다. 시계에서도 이러한 명작끼리의 만남이 가능하다니, 그걸 두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불가사의를 발견한 기분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캐비노티에’는 싱글 피스 에디션을 전담으로 제작하는 부서를 의미한다. 최고급 최고도의 기술을 연마한 극히 일부의 장인들이 하나의 작품 탄생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것이다. 시계이지만 예술 그 자체이며, 캐비노티에 작품은 단순한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이번에 새롭게 제작한 칼리브르 3761/바쉐론 콘스탄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로 ‘등극’한 레퍼런스 57260을 담당했던 워치메이커 팀이 특별히 개발한 새로운 인하우스 칼리버 3761로 구동된다.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및 미닛 리피터 기능을 탑재했고, 투르비용을 갖췄다. 케이스백에는 에나멜 장인 아니타 포쉐가 미니어처 에나멜 페인팅으로 재현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르 베르메르의 유명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안겨있다. 고객의 요청으로 지난 2013년 처음 제작에 들어갔다. 아니타 포쉐는 현존하는 최고의 에나멜 기법 장인으로 꼽히는 주인공으로 역시 고객의 요청으로 그녀가 직접 담당하게 됐다.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아니타 포쉐의 작업 과정/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아니타 포쉐의 작업 과정/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아니타 포쉐의 작업 과정/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아니타 포쉐의 작업 과정/바쉐론 콘스탄틴

‘웨스트민스터 차임’은 런던의 영국 국회의사당에 위치한 가장 유명한 종인 빅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서로 다른 주파수로 연주되는 4개 음으로 구성된 4마디 멜로디가 특징. ‘그랑 소네리’ 모드에서 시계는 15분마다 소리를 울리고 각 쿼터마다 시간을 반복적으로 알린다. ‘쁘띠 소네리’ 모드에서는 쿼터마다 시간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15분마다 소리를 울린다. 이 시계는 쿼터, 분, 시간의 순서로 소리를 울리는 미닛 리피터의 기능도 제공한다. 공(소리를 내는 진자)을 조율하는 작업은 케이스에 장착하기 전 먼저 테스트한 후, 각 공에 맞는 음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모양이 형성된다.

이 모델에서는 5개의 오리지널 공 중 2개는 하모니를 위해 교체해야 했기에, 스틸 합금 소재로 수정된 2개의 새로운 공의 사운드는 다른 3개의 공과 조화를 이루며 더욱 분명한 소리를 낸다. 여러 개의 공을 타격하는 이 메커니즘 고유의 복잡한 기능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술에 요구되는 음악적 수준을 나타낸다. 청아한 소리가 영국 그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 듯하다.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아니타 포쉐의 작업 과정/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바쉐론 콘스탄틴

케이스백은 요하네르 베르메르가 1665년경 선보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선정됐다. 거장의 작품을 재현해야 하는 것을 넘어서 직경 98mm라는 사이즈 역시 또 다른 도전 과제였다고 바쉐론 콘스탄틴 측은 전했다. 포켓 모델보다 역사적인 캐리지 시계에 더 가까운 시계 사이즈는 아주 작은 불규칙성도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정확하고 고도로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했다. 시계 아트 제작의 최고로 꼽히는 ‘제네바 에나멜’은 유리질 에나멜층에 마지막으로 투명한 무색 보호 코팅을 입혀 아티스트의 작품에 눈부신 광채와 깊이감을 선사한다. 어린 소녀의 오리엔탈 터번의 싱글 레이어 에나멜 작업에만 최소 2주나 걸렸다. 특히 검은 색상을 표현하기 위한 7가지 색상 구성을 포함하여 각 컬러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20번 정도 가마에서 구워내야 했다. 이 포트레이트 작업에는 총 7개월이 걸렸다. 색소와 에나멜과 관련된 연구 개발 작업은 2018년 시작됐고, 최종 결과는 2020년에 완성됐다. 손바닥 위에서 구현된 명화 그 자체다.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시계 뒷면/바쉐론 콘스탄틴

여기서만 놀래키는 게 아니었다. 케이스 측면 역시 조각품 그 자체. 마치 프랑스 궁정 장식을 보는 듯했다. 아칸서스 잎과 튤립 등 모양으로 장식됐고, 거장의 작품에 찬사를 표하는 ‘진주’ 테두리로 완성됐다. 포효하는 두 마리의 사자 머리도 눈에 띄었다. 직접 작품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누군가의 품 안에 있을 그 작품이 현실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인간에게 다시 한 번 찬사를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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