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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친부가 벌인 희대의 납치극..눈앞에서 자녀 뺏긴 친모

강대한 기자 입력 2021. 10. 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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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 가족, 자녀 뺏으려 경호원 고용·성관계 영상 협박
법원 "양육자 동의 없이 자녀 데려가, 죄질 좋지 않아"
© News1 DB

(창원=뉴스1) 강대한 기자 = 2019년 8월 14일 오후 5시40여분쯤.

경남 창녕군 한 길목에 주차된 아반떼 승용차 안에서 남녀 4명이 숨을 죽인 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들은 A씨(37)와 A씨의 부모, 그리고 경호업체를 운영하는 C씨(44)였다.

적막 속에 흐르는 긴장감은 일순간 깨졌다.

길거리에 B씨(33·여)가 자녀와 함께 나타났고, 차에서 후다닥 내린 A씨 일당은 순식간에 B씨 일행을 덮쳐 3살짜리 아들과 1살짜리 딸을 무작정 빼앗았다.

A씨 어머니가 딸을 안고 있던 B씨를 뒤에서 껴안아 못 움직이게 하고, 앞에서는 A씨 아버지가 딸을 떼어냈다. 또 그 사이 A씨는 B씨가 몰고 온 모닝의 뒷좌석에서 앉아 있던 아들을 끌어안아 내렸다.

아들·딸을 눈앞에서 뺏긴 B씨가 필사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건장한 남자가 몸으로 막았다. 그는 C씨로 A씨와 그 부모가 이번 범죄를 위해 고용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A씨 일당 4명은 아이들을 아반떼에 태워 그대로 사라졌다. 혼자 길가에 덩그러니 남은 친모인 B씨는 망연자실했다.

이렇게 아이들 탈취를 주도한 A씨는 B씨와 이혼소송 중에 있는 남편이자, 아이들의 친부였다. 그는 사건 당일 낮 창녕군 한 커피전문점에서 C씨를 만나 작당모의를 했다.

‘A씨와 그 부모가 애들을 친정집에서 강제로 데려오고, 이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질 경우 C씨 등이 사람들을 제지한다’는 내용의 용역 도급계약서까지 작성했다.

앞서 같은해 8월5일 창원시 의창구의 한 집에서 이혼과 자녀양육 문제로 부부싸움이 일어났다. A·B씨 부부였다.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면서 애들은 집에 두고 나가라는 A씨, 또 이를 거부하는 B씨. 당시 A씨는 B씨에게 흉기를 겨누며 “다 죽여 버린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B씨는 다음날 아이들을 데리고 창녕의 친정집으로 향했다. A씨와 A씨 어머니는 8일 저녁쯤 창녕을 찾아 이혼과 자녀양육 문제로 다시 실랑이를 벌였다. 이때 A씨 어머니는 B씨의 왼팔을 깨물고, 뺨을 때렸다.

일련의 과정에서 A씨 어머니는 B씨에게 “너 싸가지가 없다. 더 이상 못 참는다. 니 동영상 가지고 있다. 부모님으로 시작해서 동생 주위에 한번 보여줄까”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할 듯이 협박하기도 했다.

이후 법원에서는 이혼소송 확정시까지 B씨를 임시양육자로 지정하고 10월부터는 B씨가 자녀를 키우도록 못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A씨와 A씨 어머니의 범행은 그치지 않았다.

거주지를 옮긴 B씨와 자녀의 행방을 찾아다니던 A씨는 같은해 11월2일 김해시 한 도서관에서 이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불러 또다시 차량에 잠복해 있다가 어린이도서실 밖으로 나오던 자녀를 데려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와 B씨의 연락을 받고 나온 사촌오빠가 이들을 뒤쫓아 차를 막아섰다. 이에 A씨가 차량 밖으로 나와 B씨와 사촌오빠를 밀쳤고, 도주로가 생기자 A씨 어머니는 그대로 액셀을 밟아 집으로 애를 데리고 달아났다.

이에 미성년자약취, 상해, 특수협박,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A씨 어머니, C씨 등 3명은 각각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과 10월, 8월을 선고받고 모두 2년간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1심 재판부는 "배우자·며느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양육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녀들을 데리고 간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책임이 무겁다"고 꾸짖었다.

또 C씨에게도 “경호업체 대표로서 타인의 불법적인 미성년자 약취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책임이 무겁다”고 질타했다.

A씨와 A씨 어머니는 1심을 받아들이며 형을 확정했으며, C씨는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C씨는 항소심에서 A씨와 그 부모의 신변보호를 위해 현장을 갔을 뿐이며, 피해아동들을 강제로 데리고 오는 행위를 도운 것은 아니라며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친정집에서 강제로 피해아동들을 데려오려는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유죄를 내렸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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