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하는 간호사들.."위드 코로나로 환자 늘어날까 걱정"

김지현 기자 입력 2021. 10.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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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30)는 최근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병원에 있다 내가 병원 신세를 질 것 같아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며 "코로나19(COVID-19)가 터진 이후엔 쉬는 날에도 급작스럽게 병원에 불려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방호복을 입고 업무를 봐야하니 여름엔 땀이 비 오듯 흘러 땀띠가 났고,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해 위염약을 먹고 있다.

특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이씨는 "언제 다시 확진자가 폭증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조금이라도 (확진자수가) 줄면 팀에 투입되는 인원을 줄였다"며 "위드(with) 코로나 방침이 발표되면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열악한 병동 현실에 한숨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터졌지만 인력 보충 전혀 안 돼"
울산대병원 특수(음압) 중환자실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간호사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코로나 상황에서의 일상 회복 일명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들 사이에선 걱정이 앞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위드 코로나 이후 다시 대유행이 발생하면 코로나 이전부터 부담됐던 업무가 더욱 가중 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29)는 "코로나 일반병동 간호사들은 1명당 8명의 환자를 보고 있는데 그 중 한 환자가 위중한 상태면 나머지 환자들을 볼 시간이 부족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 물 마실 시간까지 줄이며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주위 친구들이 거의 역류성 식도염, 3교대 근무로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며 "아파서 쉬면 나 대신 다른 누군가 나와서 나의 몫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파도 참고 병원에 출근하는 날도 많다"고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국회 홈페이지에선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 축소에 관한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인 역시 "한국의 간호 면허소지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수는 OECD 평균 7.9명보다 낮은 4.2명"이라며 "간호사 1인이 감당해야 하는 환자수를 줄이지 않으면 간호인력 부족문제의 악순환은 끊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27일 마감되는 이 청원은 22일 오후 3시 기준 6만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국민동의청원은 국회법상 제기된 지 30일 이내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정식으로 회부돼 입법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의료법엔 12명…처벌·강제조항 없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간호사들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와 관련해 법적 기준이 없는 건 아니다. 의료법에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12명으로 명시돼 있지만 문제는 처벌조항이나 강제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정책국장은 "기준이 있음에도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축소에 관한 국민동의 청원을 진행하게 된 계기"라고 했다.

업무량 과중으로 간호사들이 떠나면서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입사 당시 동기가 14명이었는데 6명밖에 남아있지 않다"라며 "업무가 힘든 것도 있지만 현실에 좌절해서 나간다"고 말했다. 의료연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달 15일까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에서 사직한 간호사들은 총 674명이다.

간호사들은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이는 게 국민들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향춘 의료연대 본부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491개의 병원에서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담당 환자가 1명이 증가할 때 간호사 업무가 가중되고 재입원률이 상승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반면 간호사의 비율을 10% 높이면 환자 사망률을 7%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했다.

현 국장은 "백신접종으로 중증도나 사망률은 떨어질지 몰라도 방역지침이 완화되면 그만큼 확진자수가 늘어날까봐 걱정"이라며 "현장에서는 일반병동 인력을 빼서 투입하는 등 이전의 상황이 반복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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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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